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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현대 러시아 문학과 비평의 ‘핫한’ 공간: 텔레그램 문학 채널
분류문학
국가 러시아
날짜2022-05-03
조회수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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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인터넷 환경에 기반한 현실은 우리 사회의 소통구조와 문화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가운데 소셜미디어는 종이와 책을 통해 향유되던 문학의 유통과 향유 방식에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오늘날 전통적 문학장은 온라인 문학장으로 재편되고 확장되면서 문학은 어느 때보다도 왕성하게 유통되고 소비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전통적 방법으로 진행되던 문학과 비평의 영역이 소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으로 옮겨진 것이다. 온라인 문학장에서는 문학의 창작과 감상, 소통과 평가가 생산자와 이용자 간 쌍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문학의 유통과 향유에 대한 분석은 당대 문학의 흐름을 파악하고, 발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매우 유의미한 내용이 될 수 있다.

다만 개인이 중심이 된 1인 미디어인 경우 무엇보다도 정보 생산자로서의 운영자의 글이 얼마나 권위가 있는지, 그의 관점이 얼마나 전문적인지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 문학·비평계에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독창적인 시각과 재능을 갖춘 서평 블로거들에 주목하고 있다. 2016년 러시아의 대표적인 온라인 문학잡지 <고리키>(Горький)에서는 그해 문학계의 주요한 흐름으로 텔레그램 문학·출판·독서 관련 채널의 성장세를 꼽고, 그중 10개의 채널을 소개하였다. 러시아의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볼샤야 크니가>(Большая книга)에서는 2018년부터 “문학 블로그”(Литблог) 상을 제정해 매년 최종 우승자를 선발해오고 있다. <볼샤야 크니가>는 “문학 블로그” 상 제정의 목적이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현대 문학에 대한 대중의 토론이 더욱 활발해지되도록 하기 위함에 있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서평 블로거들이 오늘날 러시아 문학장에서 더욱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의미있게 본 것이다. 


<《볼샤야 크니가》의 제1회 “문학 블로그”상 수상자 <Greenlampbooks>블로거 예브게니야 리시츠이나>
(출처: https://mnogobukv.hse.ru/news/litblog/page3.html)


또한 두꺼운 문학잡지인 <민족 우호>(Дружба народов)와 러시아의 유서 깊은 서점 <돔 크니기>(Дом Книги)에서 발행하는 잡지 <치타옘 브메스쩨>(Читаем вместе)도 2019년부터 “블로그-포스트. 올해 최고의 문학 블로그”(Блог-пост)라는 상을 제정해 수상하고 있다. “블로그-포스트”의 특징은 총 7개의 플랫폼(인스타그램, 텔레그램, 스탠드-얼론-블로그, 브칸탁테, 오디오팟캐스트, 유투브, 페이스북) 별로 후보자를 선발하여 각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최종 1인, 즉 모두 7명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또한 플랫폼 별 최종 후보자 5-6명을 선발한 후 국민투표로 최종 1인을 결정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블로그-포스트. 올해 최고의 문학 블로그> 상 로고>
(출처: https://blog-post-award.ru/) 


러시아 문학·비평계에서 텔레그램을 비롯한 소셜 네크워크 상의 개인 서평 블로그에 주목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하다. 서평은 독자에게 도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도서 선택을 위한 판단기준을 제공하는 기능, 책을 매개로 한 독자와 출판사 또는 저자의 소통을 돕는 기능을 한다. 그 가운데 SNS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서평은 정보망을 이용해 다른 연관 정보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쌍방향 글쓰기가 가능하여 독자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 전문가 서평이 갖는 신뢰도와는 또 다른 형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상 독자 서평으로 시작한 러시아의 개인 블로거들 중 다수는 이미 전문가 서평가와의 경계선상에 위치해 있다. 예컨대 개인 서평 블로거들은 러시아의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야스나야 폴랴나>(Ясная поляна)의 “해외문학” 부문 수상 과정 중에 참여한다. 그들은 후보작들을 읽고 점수를 매기며 최종 수상작을 예상해 보고, 서평을 통해 낯선 해외문학 작품들을 일반 독자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개인 서평 블로거들 덕분에 러시아의 권위있는 문학상은 흥행을 꾀할 수 있고, 독자들은 그동안 소수 엘리트나 전문가들만 누렸을 문학계 소식과 깊이 있는 작품 분석을 학술 언어가 아닌, 독서 대중의 언어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오늘날 러시아에서 가장 ‘핫한’ 온라인 문학장의 하나로 손꼽히는 텔레그램의 문학·책 채널을 살펴보고자 한다. SNS 플랫폼인 텔레그램은 2022년 1월 기준으로 전 세계 사용자가 5억5천만 명에 이르러 세계 랭킹 13위를 기록했다. Telegram Analytics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러시아 내 사용자는 3천 5백만 명에 이른다.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각각 2022년 3월 4일과 14일에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활동 중지 명령을 받으면서 사실상 러시아 내 사용이 불가능해졌고, 왓츠앱의 사용도 일부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에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블로거들이 상당수 텔레그램으로 이동해 왔고, 그러한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Telegram Analytics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책” 관련 채널의 구독자 수는 상위 100개 채널만 보았을 때 약 4백5십2만여 명에 이른다. 다만 구독자 수가 5만 명 이상이 되는 상위 채널의 경우 대부분 오디오북 또는 전자책 무료다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고전문학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정도의 컨텐츠로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이 채널들은 문학의 유통에는 관여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책에 대한 의견과 평가가 소통되는 장이라 볼 수 없다. 서평 관련 블로거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텔레그램에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발레리 샤바쇼프(Валерий Шабашов)에 따르면 ‘책’ 카테고리에 속한 채널 중 약 30%만이 운영자 자신의 서평과 칼럼을 게재하고, 도서를 추천하는 독자적인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발레리 샤바쇼프가 2022년 1월 23일 자 러시아의 권위 있는 온라인 문학잡지 <리테라투라>(Лиterraтура)에 게재한 기사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시각에서 서평을 게재하고 도서를 추천하며, 구독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텔레그램 개인 문학 채널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에 소개되는 서평 블로거들은 이미 운영자의 전문성, 컨텐츠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이들로서 자신의 채널 안과 밖에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독자 및 출판사, 여러 문학 관련 기관들과 다양한 형태로 협업하고 있다.
 

KNIGSOVET (https://t.me/knigsovet)

운영자 데니스 페스코프는 미국 최대의 경제지 Forbes의 러시아판 잡지의 칼럼니스트이다. 그는 모스크바대학 사회학부와 스톡홀름 경제대학 MBA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러시아 아카데미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주로 논픽션 작품에 대한 서평을 게재하는데, 무엇보다도 러시아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그의 관심 분야는 역사, 생물학, 뇌과학, 사회학, 인류학, 언어학, 경제, 정치, 예술, 화학, 물리, 군사학과 스포츠 등으로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2019년과 2020년 “블로그-포스트. 올해 최고의 문학 블로거”에 2년 연속 후보자로 선정되어 상위권에 든 바 있는 그는 명실공히 가장 뛰어난 블로거 중 한 명이다. 2021년부터는 논픽션 전문 출판사인 <봄보라>(Бомбора)와 함께 “데니스 페스코프 시리즈”로 기획한 책 출판에 관여하고 있다. 참고로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일 년 평균 120-15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데니스 페스코프의 시리즈”로 기획되어 출판된 도서
<하치장 지구: 수십억 쓰레기 산업 여행> (Adam Minter, 출판사: 봄보라, 2022)>
(출처: https://eksmo.ru/book/planeta-svalok-puteshestviya-po-mnogomilliardnoy-industrii-musora-ITD1110298/)


스토우네르 
(https://t.me/stoner_watching_you)

서평가 블라지미르 판크라토프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그는 온라인 문학잡지 <고리키>, 잡지 <콜타>, <에스콰이어>, <멜>, 교육·계몽포털사이트 , 일간지 <노바야 가제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 문학전문잡지 <즈나먀>에 서평과 글을 게재하고 있는, 전문가급 개인 블로거이다. 그는 주로 현대 러시아 문학과 동시대 신진작가들의 산문 작품에 대한 서평을 쓰고 있다. 특히 그는 2020년 직접 신인문학상인 <픽션35>를 제정해 잘 알려지지 않은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 역시 “블로그-포스트”의 텔레그램 채널 부문 최종 수상자라는 경력의 소유자 이기도 하다. 

<<픽션35> 2라운드(2020-2021) 최종후보작과 수상자>
(출처: https://www.fiction35.com/arhiv)


Greenlampbooks (https://t.me/greenlampbooks)

서평가 예브게니야 리시츠이나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그녀는 러시아 최대의 문학 포털사이트이자 온라인 서점이기도 한 LiveLib 독자 서평란의 기고자로 서평을 시작했다. 그녀는 7년간 LiveLib에 천여 편 이상의 글을 등록하며 이름을 알렸고, 유튜브 채널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현재는 주로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문학대학 출신인 그녀는 주로 러시아 및 외국 현대 소설에 대한 서평을 게재하고 추천 도서를 업로드하고 있다. 생기있는 언어, 열정적인 표현력, 깊이 있는 분석으로 구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리시츠이나는 2018년 《볼샤야 크니가》에서 제정한 제1회 “문학 블로그” 최종 수상자이기도 하다. 

<텔레그램 채널 <Greenlampbooks>기사 화면 (2022년 4월 21일자)>
(출처: https://t.me/greenlampbooks)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이제 러시아의 문학 비평은 많은 부분 블로그로 넘어왔다. 블로그는 어떤 출판 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이며, 그래서 자유로운 발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기존의 출판 권력이 주목하지 않던 다양한 주제와 영역,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러시아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해외 출판물들 중 주목할 만한 책들을 먼저 소개하고 신인작가들을 발굴하는 작업도 서평 블로거들이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평을 제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찾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개성과 풍부한 감수성으로 충만한 블로거들은 많은 잠재적 독자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는 ‘독서의 르네상스’를 경험하고 있고, 여기에는 ‘핫한’ 온라인 문학장으로서의 텔레그램 채널들이 지금도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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