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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토요일은 밤이 좋아!
분류대중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2-02-15
조회수191
첨부파일


1982년 그룹 <유쾌한 애송이들(Веселые ребята)>이 선보인 <만약에 토요일이 아니었다면(Если б не суббота)>은 한 주의 축제가 시작되는 금요일을 지나 본격적으로 한 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토요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노래이다. 이 노래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초기 로큰롤 리프는 엘비스 프레슬리 혹은 척 베리의 노래를 연상시킨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사의 구성 때문인지 몰라도, 부분적으로 영화 <운명의 아이러니(Ирония судьбы)>에 삽입된 불후의 명곡 중 하나인 <만일 당신에게 숙모가 안 계시다면(Есил у вас нет тети)>이라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한다.

 

<소비에트 록그룹 <유쾌한 애송이들>의 <Телеграмма> 앨범 자켓과 LP판>
(출처: https://auction.ru/offer/via_veselye_rebjata_telegramma_1984_7-i78338733529240.html)


<유쾌한 애송이들>의 <만약에 토요일이 아니었다면>의 가사 내용은 토요일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랫가사 속 주인공의 고백처럼, 만일 현재의 연인이 없었다면 그는 매주 토요일마다 애꿎은 TV 채널만 돌려대면서 백수나 다름없이 침대 매트리스 위를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김춘수의 시 <꽃>의 첫 구절처럼, 연인으로 인해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를 얻게 된 토요일은 주인공에게 ‘소중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지금 들어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한때 영국과 미국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초기 로큰롤 버전과 비교해보아도 절대 밀리지 않을 만큼 세련됨과 멋스러움을 갖춘,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소비에트 로크롤에서도 ‘띵작 중의 띵작(!)’이다. 

Если б не суббота была,

Были бы другие дела,

Я б в кино пойти не решил,          

Телевизор бы я крутил,

Дома телевизор крутил!

 

Если б не бульваром идти,

Не сошлись бы наши пути,

Я б увидеть тебя не сумел,

Телевизор бы я смотрел,

Дома телевизор смотрел!

 

Футбол бы смотрел,

Хоккей бы смотрел,

Не увидел бы тебя,

Что бы делал я тогда?

 

Если б не улыбка твоя,

Было б всё иначе тогда,

Я б подойти к тебе не посмел,

Телевизор бы я смотрел,

Дома телевизор смотрел!                

만약에 토요일이 아니었다면,

다른 일들이 있었겠지

영화관에 갈 맘도 안 먹었을 것이고,

TV 채널이나 돌려대고 있었겠지,

집에서 TV 채널이나 돌려대고 있었겠지!

 

만약에 가로수 길로 걸어가지 않았다면,

우리가 만날 일도 없었겠지.

난 널 만날 수 없었을테고.

TV나 보고 있었겠지,

집에서 TV나 보고 있었겠지!

 

축구나 보고 있었을지도,

하키나 보고 있었을지도 몰라,

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럼 난 뭘 했을까?

 

만약에 너의 미소가 아니었다면,

모든 것이 다 달라졌을거야.

난 감히 네게 다가갈 생각도 못했을테고

TV나 보고 있었겠지,

집에서 TV나 보고 있었겠지!

<<만일 토요일이 아니었다면> 뮤직비디오 클립>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9cJRvnJs-hI&t=8s)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Суббота есть суббота)>라는 노래 역시 토요일이라는 특별한 날이 주는 기대감과 즐거운 상상력이 충분히 녹아든 유쾌한 러시아 가요이다. 이고르 크바샤(И. Кваша)가 작곡하고, 발레리 판필로프(В. Панфилов)가 작곡한 이 노래의 가사는 그야말로 ‘해방의 토요일’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하다. 

Вновь, город весь в огнях,

Вновь он субботу ждёт,                         

И, суетой маня,

Город меня зовёт.

Суббота есть суббота,

Бегу от всех забот,

Суббота есть суббота,

И никаких хлопот.

Суббота есть суббота,

И я чего-то жду,

И не спеша по городу вечернему иду.

다시 도시 전체가 불빛에 잠기고

다시 도시는 토요일을 기다리네

그리고 도시는 헛된 것들로 유혹해대며

나를 불러대네.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모든 염려에서 벗어나는,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번잡한 일도 하나 없어.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난 서두르지 않고, 도시의 저녁 거리를 거닐면서

난 무슨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지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뮤직비디오 클립>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L2_nihzHHQo)

인트로에서 신디사이즈의 전자음으로 재생되는 코드 전개는 80년대 말 클럽을 휩쓸었던 오스트리아 밴드 <조이(Joy)>의 <Touch by Touch>라는 곡을 연상시킨다. 물론 두 곡의 메인 멜로디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지만,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의 멜로디를 받쳐주는 메인 코드 전개는 흡사 <조이>의 것과 거의 동일해서, 멜로디만 <조이>것으로 교체해서 살짝 얹어주면 바로 <Touch by Touch>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이>가 <Touch by Touch>를 발표한 것도 1986년, 러시아에서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가 대중에게 선보인 시점도 1986년이라 누가 누구의 것을 인용했는지는 밝히기는 힘들 듯싶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를 작곡한 올레그 크바샤가 ‘멜로디아(Мелодия)’ 사에서 오리지널 버전의 노래를 녹음한 시점은 1986년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이고르 스클랴르라는 가수를 통해 대중적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1987년이다. 게다가 ‘멜로디아’에서 녹음한 LP판의 기록을 보면, 녹음은 1986년에 했지만, 해당 LP판이 판매용으로 출시된 시점은 1989년이다. 작곡가 올레그 크바샤와 작사를 맡은 발레리 판필로프는 스클랴르 외에도 당대 최고의 가수로 꼽히던 알라 푸가쵸바에게도 자신들의 곡을 줬는데, 그 인연으로 인해서인지 몰라도 스클랴르의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LP판은 다른 한 면에 알라 푸가초바의 노래가 실린 더블싱글 앨범 형태로 선보이게 된다. 


<‘멜로디아’ 사에서 녹음된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앨범 자켓>

<‘멜로디아’ 사에서 녹음된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LP판>
(출처: https://auction.ru/offer/alla_pugacheva_krysolov_i_skljar_subbota_est_subbota_o_kvasha_v_panfilov_lp_minon_rare-i56275135021491.html)

실제로 1986년 올레그 크바샤가 녹음한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버전과 1987년에 이고르 스클랴르가 녹음한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은 완전히 다른 노래처럼 들린다. 전자는 전형적인 70~80년대 소비에트식 에스트라다 풍의 다소 느릿한 템포로 전개되는 노래이고, 후자는 훨씬 더 현대적으로 편곡된, 그야말로 토요일에 안성맞춤인 흥을 돋우는 노래랄까. 여기에서 바로 편곡의 힘이 확인된다. 이처럼 초기에 다소 늘어지는 듯한 템포와 신디사이저와 기타 리프가 함께 어우러져 선보였던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오리지널 버전은 불과 1년 뒤에 스클랴르라는 가수를 통해 디스코 풍의 댄스 팝, 혹은 아직 다소 미숙해 보이긴 하지만 나름 신스팝처럼 보이는 세련된 취향의 곡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노래가 단시간 내에 이런 변화를 겪게된 데에는 아마도 <조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다시 들어보고 또다시 들어봐도 <조이>의 <Touch by Touch>와 이고르 스클랴르 버전의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인트로와 간주의 코드 전개는 정말 너무나 닮아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비단 <조이>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걸쳐서 신디사이저와 샘플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유행하고 있었던 차라 이고르 스클랴르가 부른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가 <조이>의 노래를 벤치마킹했다고(!?) 콕 짚어 말하기는 힘들다. 아니면 당시 <조이>가 아직 자신의 장막을 완전히 다 걷어내지 않은 소비에트 공화국 소속 가수에게 감히 ‘저작권’을 따지고 들기 힘들어서, 아예 소송제기를 못 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말도 안 되는 추측도 해본다. 하지만 지금까지 <조이>가 자신들의 노래에 대해 누군가를 대상으로 저작권 소송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모던 토킹>, <펫샵 보이즈>를 비롯하여 이보다 좀 더 앞서 등장했던 뉴웨이브 신스팝의 선두 그룹 <듀란듀란>, <I like Chopin> 이라는 곡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제보(Gazebo)>, 역시 <타잔 보이>라는 디스코 신스팝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발티모라(Baltimora)> 등의 노래도 듣다 보면 그 역시 비슷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래도 역시 제일 비슷한 노래는 <조이>의 <Touch by Touch>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두 곡을 동시에 틀어놓고 메인 코드 전개와 드럼 샘플러 형태를 비교해보시라. 그런 뒤에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의 MR에 <조이>의 <Touch by Touch> 멜로디를 슬쩍 얹어보면 아마도 필자의 말에 수긍하실 수 있으리라. 




<불가리아에서 촬영된 이고르 스클랴르의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뮤직비디오 장면 (사진 3장)>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y1qAmv8qkiY&t=181s)

참고로 이고르 스클랴르는 당시 러시아 제1채널에서 방송 중이던 <Что? Где? Когда?>의 불가리아 현지 생방송을 배경으로 <토요일은 토요일이구나>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온 바 있다. 관객들은 처음에 TV에 비치는 스클랴르의 모습을 보면서 평범한 뮤직비디오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가, 그가 실제 불가리아 현지를 방문하여 현지 관객들 및 방송 스텝과 더불어 ‘떼창’을 연출하면서 인터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불가리아 현지로부터 송출된 ‘실시간 뮤비’에 깜짝 놀라며 함께 열광했다.

여러 노래에 담긴 여러 요일의 스토리들은 요일에 관한 노래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번 주말에는 앞서 소개된 월요일에서 토요일에 이르는 다양한 노래를 감상해보면서 과연 어떤 요일이 내게 가장 기다려지는 ‘나의 요일’인지 한 번쯤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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