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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러시아의 원조 TV 코미디 쇼: KBH
분류대중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1-10-01
조회수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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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년간 수많은 유행어와 코미디 스타들을 배출했던 ‘개그콘서트’가 작년 2020년 6월 26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려 희극인들 뿐만 아니라 ‘개그콘서트’ 팬들에게도 큰 충격과 아쉬움을 남겼었다. 그러나 ‘개그콘서트’는 종방 1년 3개월 만인 2021년 11월 서바이벌 형식의 ‘로드 투 개콘’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한다. 1999년에 시작된 ‘개그콘서트’는 공개 TV 코미디 쇼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MBC ‘개그야’, TvN ‘코미디 빅리그’ 등 2000년대 코미디계의 흐름을 이끌었다. 이들 프로그램 중 ‘코미디 빅리그’를 제외하고 모두 종영했다. 프로그램 시작 후 4년만인 2003년 ‘개그콘서트’는 30%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자랑하며 국민예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20년에 들어 관찰예능이 주류로 자리를 잡자 시청률이 2%대로 하락하게 되었다. 그동안 ‘개그콘서트’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유머코드와 참신한 내용의 부재로 고전하고 있었고, 이는 시청률의 하락에 이어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진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KBS는 공채 개그맨을 더 이상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공채 개그맨들 또한 설자리를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하는 후폭풍을 가져왔다. JTBC가 당시 실직한 KBS 개그맨들의 일부를 영입하여 첫 번째 개그 프로그램인 ‘장르만 코미디’를 기획했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종영했다. 사실 ‘개그콘서트’를 볼 때면 희극인들이 인간의 심리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과 연구를 통해 개그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내용들이 희극적인 요소와 함께 가볍게 다루어지다보니 그들의 숨은 노고와 예술성이 평가 절하되는 것 같아 항상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희극인들은 에스트라다 또는 코미디극의 예술인들로 그들의 작품 또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공개 코미디 쇼가 쇼 비즈니스로 정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의 국영방송 1번 채널의 ‘КВН’이 대표적인 예이다.

 

1961년 TV 프로그램 ‘КВН’ 로고
(출처: КВН 공식 홈페이지, www.kvn.ru)

 
러시아의 원조 TV 코미디 쇼: КВН(Кулб Весёлых и Находчивых)

스탈린 사후 조금씩 소련 사회에 자유의 분위기가 일어날 즈음 1957년 공개 TV 코미디 쇼 ‘КВН(Кулб Весёлых и Находчивых)’의 전신인 ‘ВВВ(Вечер Весёлых Вопросов)’가 시작되었다. ‘ВВВ’는 당시 체코에서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 ‘Гадай, Гадай, Гадальщик’을 모델로 하여 1956년 저널리스트이며 영화평론가인 세르게이 무라토프(С.А. Муратов, 1931~2015)의 기획으로 1957년 제6회 세계청년학생축전이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소련의 젊은이들의 유머감각을 개발하여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고취시키고 동시에 그들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초기의 프로그램은 생방송으로 소련의 작곡가 니키타 보고슬로프스키(Н.В. Богословский, 1913-2004)와 배우 마르가리타 리파노파(М.У. Лифанова, 1926-2007)가 사회자로 이들이 던지는 질문에 시청자나 관객들이 유머감각 있게 대답해야했다. 이는 당시 소련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으나, 사회자 보고슬로프스키의 실수로 방송사고가 일어나 세 번의 생방송 만에 폐지되었다.

그 후로 4년 뒤, 1961년 11월 8일 소련중앙 TV는 다시 젊은이들을 위한 ‘ВВВ’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했고, 세르게이 무라토프, 예술감독 알베르트 악셀로드(А. Ю. Аксельрод, 1934-1991), 모스크바 전구공장장 미하일 야코블레프 3명이 작가로 투입되어 지금의 공개 TV 코미디 쇼 ‘КВН’의 초석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КВН’은 러시아의 각 지역을 순회하여 그 지역의 청년과 대학생들이 코미디 극으로 경합을 벌이는 프로그램으로 연말에 각 지역에서 우승한 팀들이 다시 경합을 벌여 왕중왕을 뽑는다. 우리나라 프로그램과 비교하자면 ‘전국노래자랑’과 ‘개그콘서트’를 결합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는 러시아 최초의 젊은이들을 위한 TV 코미디 쇼로 사실 사회주의의 이상을 소련의 젊은이들에게 전파시키기 위한 선전·선동의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던 ‘КВН’은 1964년 알렉산드르 마슬랴코프(А.В. Масляков, 1941~ )가 새로운 사회자로 합류하며 소련 젊은이들 사이에서 КВН 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명실 공히 러시아의 원조 TV 코미디 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그러나 1972년 소련 정부의 창작물에 대한 검열이 심해지면서 프로그램은 두 번째로 폐지되기에 이른다. 14년이 지난 1986년 소련의 개혁의 물결에 힘입어 ‘КВН’도 다시 부활하게 되었고, 사회자 역시 알렉산드르 마슬랴코프가 맡았으며, ‘КВН’은 현재까지 35년간 러시아 TV 코미디 쇼의 한 유파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Высшая Лига’, ‘Премьер-Лига’, ‘КВН дети’ 등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새로운 형태와 세대를 아우르는 서바이벌 코미디 쇼로 모습을 바꾸어 관객들을 찾아왔고, 주변 러시아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그루지야 등 СНГ국가들과 인도에서도 КНВ과 유사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КВН의 창시자들: 야코블레프(左), 악셀로드(中), 무라토프(右)
(출처: www.dayonline.ru)


‘КВН’은 지난 64년간 2번의 프로그램 폐지를 겪었지만, 수많은 러시아 TV 코미디 극에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과 동시에 코미디 쇼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는 코미디 리그의 장르를 개척했다. 현재 TvN에서 방영하고 있는 ‘코미디 빅리그’는 기성의 전문 코미디언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프로그램 제목과 코미디 경쟁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КВН’의 한국식 버전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러시아의 여러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의 희극인들 중 ‘КВН’ 출신들이 상당수 있기에 ‘КВН’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러시아 문화권의 TV 코미디계에 미친 영향과 기여도가 매우 크다.
  

КВН의 영원한 사회자: 알렉산드르 마슬랴코프(А.В. Масляков, 1941~ )

중간에 14년간의 휴지기를 제외하고 1964년부터 현재까지 ‘КВН’을 43년째 지키고 있는 ‘КВН’을 대표하는 인물은 바로 알렉산드르 마슬랴코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국노래자랑’을 지키고 있는 송해(1927~ )선생님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송해 선생님이 올해 ‘전국노래자랑’을 떠나게 되어, 약 33년간(1988~2021) ‘전국노래자랑’의 사회자로 활약했는데, 마슬랴코프는 10년 더 길게 43년간 ‘КВН’을 지키고 있다. 송해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고 ‘전국노래자랑’을 생각할 수 없듯이 ‘КВН’을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되는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 바로 마슬랴코프이다. 어떻게 보면 크지 않은 키에 동글동글한 외모로 두 사람이 비슷하다.

그는 ‘КВН’을 비롯하여 소비에트 시기의 TV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활동했는데, ‘Алло, Мы ищем таланты’, ‘Весёлые ребята’ 그리고 그밖에도 소피아, 베를린, 하바나, 모스크바, 평양에서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축전 등 당시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이 그들의 재능을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그리고 1972년 ‘КВН’이 두 번째 폐지와 함께 마슬랴코프도 함께 TV에서 얼굴을 볼 수 없자 이와 관련하여 수많은 루머들이 난무했다. 당시 마슬랴코프는 통화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공교롭게도 당시 소련을 떠나려고 했던 ‘КВН’ 출연자들 그룹에 문제가 생겨 소송이 걸리는 문제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며 ‘КВН’의 폐지와 관련한 여러 가지 소문이 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1986년 ‘КВН’이 부활되자 인기 프로그램 ‘КВН’의 영원한 사회자이며 감독으로 화려하게 귀환했으며, 현재에는 국제 КВН 연합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배급하는 TV 프로그램 제작연합 《АМиК》의 대표이기도 하다. 2016년 8월 TV 프로그램 제작연합 《АМиК》은 러시아 정부에 ‘КВН’에 대한 저작권과 마슬랴코프의 상표권을 등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TV 코미디 쇼 ‘КВН’의 성공은 그가 1996년 러시아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고, 2016년에는 러시아 TV 문화 발전에 공헌하여 2급 훈장을 받는데 일조한다. 그러나 2017년 마슬랴코프는 《КВН Планета》를 대신하여 모스크바의 마리나 로셰에 있는 하바나 극장을 《АМиК》에 양도한 것이 밝혀져 모스크바 정부로부터 《КВН Планета》의 디렉터에서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후에 그가 스스로 사임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가 ‘КВН’을 통해서 러시아 TV 코미디 쇼의 발전시킨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나 ‘КВН’에서 발표된 여러 재능 있는 사람들의 지적창작물들을 사유화하고, 개인의 재산 증식에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송해 선생님과도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КВН’의 사회자: 알렉산드르 마슬랴코프
(출처: www.myseldon.com)

КВН’이 배출한 러시아의 코미디 스타들

‘КВН’은 주제에 맞는 코미디 상황극으로 승패를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에 참가자들은 그룹으로 출연하게 된다. 따라서 출연이 끝난 후에 그룹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며, 그룹을 해체하고 개인으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КВН’에 출연한 후에 러시아의 코미디언, 사회자, 코미디 프로그램 작가, 감독, 배우, 프로듀서 등 쇼 비즈니스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며 스타가 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타 방송국들의 대표 코미디 쇼의 기획·제작·연출로 참여하거나 또는 배우로 출연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그룹이 1994년에 결성되어 ‘КВН’에 출전했던 아르메니아 예레반 출신의 그룹 ‘Новые армяне’이다. 이들은 1997년 그동안 우승자들 중에서 왕중왕을 가리는 ‘Высшая лига КВН’에서 우승하며 그들의 재능을 입증했다. 이 그룹의 총 인원은 20명이나 그 중 대표였던 가릭 마르티로샨(Г.Ю. Мартиросян, 1974~ )과 아르차쉐스 사르키샨(А.Г. Саркисян, 1974~)은 2003년부터 시작된 ТНТ 방송의 대표 공개 코미디 쇼 ‘Comedy Club’ 프로그램의 기획을 함께한 이들로 현재까지 배우와 사회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러시아 사회에서 아르메니아 출신의 사람들의 성공사례로도 회자된다. 그 이후에도 그들은 ‘КВН’에서 재능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여 ТНТ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코미디 클럽 전문 제작사 《Comedy Club Production》를 설립하여,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배우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Comedy Club’ 예레반편에 출연한 볼랼(左), 하를라모프(中), 마르티로샨(右)
(출처: www.ok-magazine.ru)


다민족 국가인 소련에서 소수민족들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인정받고 성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이러한 공식적인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에트 시기부터 정부차원에서 다민족 통합과 사회진출의 평등한 기회 제공 차원에서 다양한 대회들이 많이 개최되었다. ‘КВН’ 또한 1950년대 소비에트 사회에서 사회주의 이상을 고취시키기 위한 정부사업의 일환으로 코미디에 재능 있는 청년들을 발굴하여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장수 TV 코미디 쇼이다. ‘КВН’은 러시아 TV 코미디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젊은 피를 수혈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КВН’ 출신들의 코미디언들은 THT ‘Comedy Club’, СТС ‘Уральские пельмени’ 등 러시아의 여러 방송국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КВН’ 출신들의 코미디언들이 출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코미디 프로그램 전문 제작사를 설립하여 안정적인 프로그램 제작과 배급 그리고 배우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러시아 코미디계의 선순환적 구조를 구축해 나간다는 점이다. 2020년 ‘개그콘서트’가 폐지되면서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희극인들이 생계를 위해 일용노무직을 알아보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안타까웠다. 우리나라도 드라마뿐만 아니라 코미디 분야도 제작사들이 장르화를 시도한다면 TV 프로그램이 다양화 되고 희극인들이 양질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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