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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러시아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 알렉산드르 벨랴예프(1)
분류문학
국가 러시아
날짜2021-06-16
조회수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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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의 소년>은 우리나라에 번역된 몇 안 되는 불가리아 소설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엄청 감명을 주는 작품도, 철학적 깊이가 있는 작품도 아니다. 그렇다고 촘촘한 서사가 있어 재미를 주는 작품도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 10살 소년 발렌틴의 충격적 자살로 마감하는 비극적 분위기로 인해서 나에게는 소설을 읽는 내내 기분이 개운치 않는 소설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인데, 그 이유는 <호숫가의 소년>이 러시아의 공상과학소설의 개척자 알렉산드르 벨랴예프(А.Р. Беляев/1884-1942)와 그의 소설 <양서류 인간>(Человек-амфибия/1928)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벨랴예프>


<호숫가의 소년>은 문학을 업으로 삼는 마흔 다섯 살의 화자가 서사를 이끌어 가는데, 이 미학이론을 좋아하는 ‘소설가-화자’는 너무 어린 나이로 생을 마감한 발렌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그래서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하여 소년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기로 하고 소년의 죽음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화자는 벨랴예프의 유명한 공상과학소설 <양서류인간>을 언급하면서, 발렌틴을 <양서류인간>의 인조아가미를 이식한 ‘소년-이흐티안드르’와 동일시한다. 이흐티안드르(Ихтиандр)는 공상과학소설 <양서류인간>과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수중에서 숨을 쉬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물고기 인간이다. 이흐티안드르는 그리스어로 양서류 인간을 의미한다.

<양서류 인간>의 이흐티안드르는 물고기 사이에서 자라나지만 진짜 폐를 가지고 사는 인간들 사이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흐티안드르는 욕망이 넘치는 인간들 때문에 결국 그러한 희망을 포기한다. 화자는 <호숫가의 소년>의 주인공의 안타까운 절규(인간과 공존하는 ‘공간-뭍’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어요!)를 육지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돌고래 리딩과 사나운 파도 속으로 뛰어드는 이흐티안드르의 결정과 연결시킨다.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지만 현실적인 삶에서 ‘아름다운 내면이 억눌린 짧은 삶을 산 발렌틴을 인간들의 소음과 냄새, 탐욕과 야만적 기질이 팽배한 현실 세계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또 다른 이흐티안드르로 ‘소설가-화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뭍에서 그의 아가미가 몹시 아팠던 <양서류인간> 의 물고기 청년도 착하고 타인에게 해를 전혀 끼치지 않는 물고기들과 유쾌한 돌고래들이 사는 드넓은 심해로 돌아간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호숫가의 소년>을 다 읽고 난 후, 이 불가리아 소설 보다는 벨랴예프의 소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맴 돌았다. 아마도 엄청난 상상력을 가진 이 공상과학소설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러시아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된 것이었다. 러시아 공상과학 소설로 생계를 꾸린 소비에트 최초의 작가. 도대체 ‘러시아의 쥘 베른’이라고 평가되어지는 벨랴예프는 어떤 사람이지?   


<알렉산드르 벨랴예프와 작품 <양서류 인간>>


알렉산드르 벨랴에프-러시아 공상과학 소설의 창시자

1920년대의 소비에트 문학의 경향을 보면 문학적으로 자유로운 실험의 시대여서 작품은 대체로 ‘기괴하고 엉뚱한 것이 많았는데, 탐정 소설, 모험 소설, 역사 소설, 환상소설, 공상과학 소설류 등이 그 영역에 속한 소설들’이었다. 특히 일반소설의 범주에서 유별나게 벗어난 서사를 가진 환상소설과 공상과학 소설은 1920년대의 유토피아적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실험소설로 등장하였다. 현재 대중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미하일 불가꼬프(М.А.Булгаков /1891-1940)나 예브게니 자먀찐(Е.И.Замятин/1884-1937)의 작품들(<운명의 계란>(Роковые яйца/1924), <개의 심장>(Собачье Сердце/1925), <우리들>(Мы/1920))과 소비에트 문학 최초로 공상과학 소설을 창작한 벨랴예프의 작품도 이 시기에 출판되었다.

일반적으로 공상과학소설은 작가가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 낸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 픽션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 허구가 미래에 대한 예측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상과학소설은 예술 작품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상과학소설의 작가들은 놀랍도록 훌륭한 선견지명의 능력으로 사건의 서사를 발전시키고 자신의 작품에서 미래에 일어날 드라마틱한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먼 미래를 명료하게 예측한 놀라운 작가들 중 한 명이 바로 벨랴예프이다. 그의 작가적 예언은 해양학, 의학, 생물학 및 우주 탐험을 포함한 많은 공공 생활 분야에서 실현되었다.

벨랴예프가 작가로서 활동한 20세기 초부터 일류 문명은 이전 시대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혁신 수준의 발전으로 가파르게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과학의 진보와 예술의 획기적인 창조성이 있었다. 벨랴예프는 공상 과학소설에서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러시아 최초의 작가였는데, 그의 작품 중에서 이러한 두 영역의 조합이 가장 잘 이루어진 것이 <양서류 인간>이다. 이 소설에서 벨랴예프는 프랑스인 자크 이브꾸스또(Jacques-Yves Cousteau)와 에밀 까냥(Emile Gagnon)이 1943년에 세상에 소개한 압축 공기에 개방 호흡 시스템을 갖춘 인공 폐 및 스쿠버 장비의 발명을 예견했는데, 벨랴예프를 분석하는 연구가들 중 일부 학자들은 작가가 그 어떤 과학자들보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과학적 진보를 훨씬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벨랴예프는 비록 허구이긴 하지만 바다에서도 숨을 쉬면서 살 수 있는 방식을 <양서류 인간>의 인공 아가미가 있는 물고기의 존재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양서류인간>을 포함해서 벨랴예프는 17편의 장편 소설을 포함하여 총 70 편 이상의 공상과학 작품을 창작했다. 그의 대표작은 <도웰 교수의 머리>(Голова профессора Доуэля), Человек-амфибия), <아리엘>(Ариэль), <게츠의 별>(Звезда КЭЦ) 등이다. 소비에트 시대 공상 과학 소설을 창작하여 생계를 꾸린 벨랴예프는 러시아 문학사에서 러시아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작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공상과학 장르에 전적으로 헌신하여 공상 과학 소설에 대한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아이디어, 현명하고 신비로운 소설에서 보여준 환상적 미래로 러시아 문학에서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공적을 인정하여 벨랴예프를 ‘러시아의 쥘 베른’이라고 부른다.
 

육체적 고통과 대표작 <도웰 교수의 머리>

공상과학 소설의 거목 벨랴에프는 자신의 죽음까지 예측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공상과학작가로서의 예지력 보다는 청년시절 모험심이 강한 성격에서 비롯된 불행한 사고의 결과로 발생한 치명적 육체적 손상, 그 이후의 어둡고 긴 터널의 투병과정으로부터 감지 할 수 있는 불치병 환자의 틀리지 않는 슬픈 예감에서 온 것이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그의 치명적 병은 그에게 글을 쓰는 작업을 고작 15년만 부여했다. 그 길지 않는 작가로서의 한정된 시간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해서 초감각적 지각이 가득한 선구적 작품을 남겼으니 정말 대단한 작가이다. 


<벨랴예프의 작품 <도웰 교수의 머리>>


1915년 즉 그의 나이 29살에, 벨랴에프는 다리의 마비로 인한 척추 뼈 결핵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아팠는데, 이 질병으로 거의 6년 동안 병자로 드러누워 있었다. 더군다나 6년 중에서 3년은 아예 몸의 반 정도를 석고깁스(코르셋)을 차고 있었다. 혈기왕성한 청년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침대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는 것은 죽기보다 더 한 고통이었는데, 여기에 더 해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난한 남편이 점점 더 아내에게 의지해야 하는 벨랴예프의 심리적 고통도 더욱 가중된다. 당연히 이러한 병을 가진 남편을 수발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역시 1908년에 결혼한 그의 첫 번째 아내 안나도 병자를 돌보기 위해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그의 곁을 떠났다. 당연한 결정이었다. 젊은 나이 사지가 거의 마비가 되어서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남편의 회복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천사 같은 젊은 여인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사실 30대 중반에 벨랴예프를 절망으로 몰고 간 치명적인 병은 청년시절 한 번의 어처구니 없는 실험의 결과에 의한 것이었다. 어리 시절부터 활동적이고 모험을 좋아했던 벨랴에프는 항상 무엇을 만들고 창조하기를 좋아해서 온갖 종류의 실험을 행하기를 좋아했다. 당연히 이러한 무분별한(?) 행동의 결과로 그의 몸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상처로 성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몸의 상처는 자신이 만든 엉성한 수제 글라이더를 이용해서 하늘로의 비상을 꿈 꾼 터무니없는 실험에서 입은 치명적 육체적 손상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었다. 벨랴예프는 빗자루를 손에 묶고 우산과 시트로 만든 수제 낙하산 겸 글라이더로 이륙을 시도하는 중에 창고 지붕에서 떨어져 등을 크게 다쳤다. 이때 당한 부상은 그의 미래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쳤는데, 30대에 치명적인 재발로 그의 몸에 부상당한 허리에 지속적인 통증을 주었으며, 심지어 몇 달 동안 마비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30대 중반의 젊은 벨랴에프는 6년간 신체는 전혀 움직일 수 없고 의식만 살아있는 회한과 고통 속에 살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의 불행한 경험이 그의 대표 공상과학소설 <도웰 교수의 머리>(Голова профессора Доуэля)를 세상에 나오게 만들었으니, 인생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영화 <도웰 교수의 유언>의 한 장면>


1925년에 출판된 <도웰 교수의 머리>는 벨랴에프가 러시아에서 창작했지만, 소설의 공간 은 프랑스 파리에서 1 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을 창작할 때 작가의 신체가 완전히 마비된 시기여서 벨랴예프는 이 이야기를 지서전적 이야기라고 불렀다. 당연히 소설속의 등장인물 ‘도웰 교수’가 그의 분신이다. <도웰 교수의 머리>에서 ‘죽음에서 깨어났지만 머리만 살아있는 도웰 교수는 논문을 읽고 연구를 하며 사유를 한다. 그러나 몸이 없기에 ‘사물들의 매혹적인 세계를 접할 수도 없고 돈과 명예에 대한 욕망’조차 꿈꿀 수 없기에 괴로워한다. 머리로 모든 것을 의식 할 수는 있으나 신체의 모든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바로 도웰이자 벨랴예프이다. 벨랴예프에게 소설을 창작할 때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도웰 교수의 독백부분이 있는데, 이 언어에서 도웰-벨랴예프는 남겨진 몸에 대한 측은한 감정을 쏟아낸다. 다분히 벨랴예프의 경험이 들어간 부분이다.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악인이 등장하는데, ‘명성을 갈망하는 영혼 없고 비윤리적이며 실용적인’ 의사 케른(Kern)이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의 생명과 자유까지 박탈하는 악랄한 의사이다. 벨랴예프는 <도웰 교수의 머리>에서 아마도 자신과 닮은 도웰을 케른과 비교하면서, 독자들에게 ‘과연 어느 쪽이 더 인간의 형태에 가까운 것일까?’라고 묻고 있다.

<도웰 교수의 머리>를 통하여 ‘머리(정신)가 몸 없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벨랴예프는 프랑스의 생리학자 샤롤 브론 세카르(Charles Brown-Séquard)가 개의 머리를 되살리기 위한 실험에 관한 기사를 본 이후, 소설의 구체적인 서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도웰 교수의 머리>는 1984년 레오니드 메나케르 감독에 의해서 <도웰 교수의 유언>(Завещание профессора Доуэля)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흥미 있는 것은 이 영화가 벨랴에프의 원작과는 전혀 다른 설정으로 영상화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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