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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러시아 극동지역 문화인프라 탐구: 극장 편
분류지역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0-02-17
조회수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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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는 2018년 열렸던 연례 문화예술협의회에서 러시아 문화 특색을 한층 강화시키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더 창출하기 위해 문화 클러스터 프로젝트 계획을 내놓는다. 이와 함께 문화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도시들을 발표하는데, 여기에는 칼리닌그라드(Калининград), 세바스토폴(Севастополь), 케메로보(Кемерово)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Владивосток)가 선정되었다. 위 도시들을 살펴보면 폴란드,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의 가장 서쪽 도시, 2014년 러시아의 영토로 편입된 크림반도의 남부 도시 그리고 시베리아 및 극동 연방관구의 주요도시들인 셈이다. 수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불리한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문화적으로 뒤쳐져 있던 러시아 중앙(시베리아), 서부, 남부 그리고 동부 주요 도시의 문화 발전과 부흥을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그뿐만 아니라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러시아의 주요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문화 기반시설을 확장시킴과 동시에, 변두리 지역에 ‘러시아 문화’ 거점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문화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려는 정치적 함의도 엿보인다.

러시아 문화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도시들 중 블라디보스토크는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짧은 비행시간, 낮아진 루블화 환율 그리고 일본을 대체하는 여행지로 떠올라 이곳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연해주 정부에 따르면 2019년에는 전해보다 32% 증가한 약 30만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연해주를 찾았다고 한다. 문화 클러스터 프로젝트의 현실화 방안들이 차츰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에게 블라디보스토크 또는 연해주로만 잘 알려져 있는 극동지역의 인문·문화 자원 현황을 짚어보려고 한다.

그 여정의 첫 발걸음은 ‘극장’이다. 극장은 무대와 객석으로 이뤄진 연극, 발레, 음악 등 공연예술이 선보여지는 공간이다. 극장 공연의 경우 예술이 행해지는 현장을 관객이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어 현장의 감동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17세기 후반 서유럽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극장이 생겨났다. 극장문화 초기에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소수 귀족들만이 발레와 오페라를 향유했었다. 점차 대중화되어 오늘날에는 일반 시민들도 공연을 즐기게 되었다. 연말연시 또는 특별한 날에 곱게 차려입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극장을 찾는 러시아인들을 보면 왠지 과거 극장에서의 분위기와 공기도 이랬을 것만 같다. 작년은 러시아의 ‘극장의 해’로 다양한 공연들이 무대에 올랐다고 하니 극장을 찾은 사람들이 더욱 많았을 것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극장 인프라 현황을 알아보기 전 이 지역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간략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극동 연방관구(Дальневосточный ФО)의 면적은 러시아 영토의 약 41%를 차지하는 695만 2555km²이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극동 지역의 인구는 러시아 전체인구의 약 5.6%에 해당하는 818만 8623명으로 집계되었다. 극동 연방관구는 아무르 주(Амурская область, 인구 79만 3194명), 부랴트 공화국(Республика Бурятия, 인구 98만 3272명), 유대인 자치구(Еврейская АО, 인구 15만 9913명), 자바이칼 주(Забайкальская область, 인구 106만 5785명), 캄차카 주(Камчатский край, 인구 31만 4723명), 마가단 주(Магаданская область, 인구 14만 1234명), 연해주(Приморский край, 인구 190만 2718명), 사하 공화국(Республика Саха, 인구 96만 7009명), 사할린 주(Сахалинская область, 인구 48만 9638명), 하바롭스크 주(Хабаровский край, 인구 132만 1473명), 축치 자치구(Чукотский АО, 인구 4만 9663명)로 주 7개, 공화국 2개, 자치구 2개로 이뤄져 있다. 극동 연방관구의 행정수도는 연해주에 위치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이다.  


<러시아 영토와 극동 연방관구 행정구역, 출처: 위키피디아>
 

<극동 연방관구 내 극장 현황 (2019년 기준)>

 
극동 연방관구 11개 연방주체의 극장 시설을 파악하기 위해 공연의 장르에 따라 극장을 총 5개로 분류했다. 정극과 희극을 보여주는 일반 ‘드라마’ 극장, 오페라와 발레 공연이 오르는 ‘음악’ 극장, 인형 소품을 활용한 연극을 볼 수 있는 ‘인형’ 극장, 러시아 내 소수민족들이 전통문화예술을 공연하는 ‘민족’ 극장,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연극을 보여주는 ‘청소년’ 극장으로 나눴다. 참고로 극장의 특성상 극장 애호가들이 모여 작은 극단의 형태를 띠는 소규모 극장들이 각 도시마다 존재한다. 이러한 극장들을 모두 조사하기에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에서 승인한 극장 위주로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러시아 극동지역 11개 연방주체의 극장 수는 대체적으로 인구 분포에 따라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연해주가 극동 연방관구 내 가장 높은 극장 비율인 21%를 차지했다. 연해주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하바롭스크 주가 그 다음인 19%를 차지했다. 연해주는 극동지역 내 최다 극장 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 대비 극장 비율은 하바롭스크 주가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편 극장 수 1개로 축치 자치구가 가장 적은 극장 보유율을 보이고 있다. 극장 2개를 보유한 사할린 주가 인구 대비 가장 낮은 극장 비율을 보였다.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극장비율을 보이는 축치 자치구의 경우 이는 현저히 낮은 인구수에서 기인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러시아 극동지역에는 드라마 극장 32개, 인형 극장 12개, 음악 극장 8개, 청소년 극장 6개, 민족 극장 5개로 총 63개의 극장이 운영되고 있다. 전체 극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 극장이 수적으로 우세함을 알 수 있다. 극장 분류별로 가장 고르게 분포하는 곳은 부랴트 공화국이었다. 러시아 내 소수민족의 문화를 보존 및 계승하는 민족 극장은 부랴트 공화국(1개), 사하 공화국(1개), 자바이칼 주(2개), 하바롭스크 주(2개)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해주의 경우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별도의 극장 시설이 없는 대신 인형극장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아무르 주, 자바이칼 주, 연해주, 사하 공화국, 하바롭스크 주에는 행정수도를 포함한 2-3개 도시에 걸쳐 극장이 분포하고 있다. 나머지 연방주체, 즉 부랴트 공화국, 유대인 자치구, 캄차카 주, 마가단 주, 사할린 주, 축치 자치구 내 극장은 행정수도에만 치우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극동 연방관구 내 극장 설립 경향을 살펴보면 1883년에 설립된 아무르 주의 행정수도 블라고베셴스크(Благовещенск)에 위치한 ‘아무르 드라마 극장(Амурский областной театр драмы)’을 시작으로 1920~30년대에 극장이 가장 많이 생겨난다. 이 시기에 지어진 극장이 현재 극동지역 전체 극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130여년이라는 비교적 길지 않은 극동지역 극장 역사를 감안한다면 이 시기 극장 설립이 집약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는 19세기 후반 극동지역으로의 이주가 시작된 후 생활터전에 적응하고 안정을 찾으면서 극장 설립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1900년대부터 1920년대 중반까지의 공백기는 러일전쟁과 잇따른 혁명 그리고 그로인한 내전 등 혼란한 국내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본격적으로 극장이 지어지기 시작한 1920-30년대에는 드라마 극장이 우선적으로 들어선다. 이 시기에 21개의 극장이 건립되는데, 이 중 드라마 극장이 17개를 차지한다. 최근 극장 설립 경향을 살펴보면, 물론 드라마 극장도 꾸준히 생기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 춤과 노래, 오페라와 발레를 공연하는 극장도 다수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음악’ 극장들은 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심으로 건립되고 있다. 이는 극장이 다양화되고 관람객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음악을 통해 외국인 거주자 또는 관광객도 러시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미디어 매체 ‘찌아트랄(Театрал)’>


‘극장의 해’였던 작년 러시아 85개 연방주체에서 약 2만 5천 건의 문화행사가 치러졌다. 이 중 가장 큰 행사로 ‘2019 러시아 극장 마라톤(Всероссийский театральный марафон)’을 꼽을 수 있다. 마라톤이라는 명칭은 극장들이 바통을 이어받고 공연을 하며 러시아 영토를 횡단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이 프로젝트는 한 극단이 다른 지역 극장에서 객연 투어를 하는 릴레이 공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객연을 이미 마친 극단은 그 다음 참가하는 극단에게 극장 마라톤의 상징인 조각상을 전달하며 극장 마라톤을 이어갔다.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에서 극장 마라톤은 2019년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이어졌다. 연해주에서 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은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관(Приморская сцена Мариинского театра)에서 진행되었고, 개막공연에는 볼코프 러시아 국립 연극아카데미 극장 배우들을 비롯한 극동 연방관구 극장배우들과 바가노바 러시아 발레학교 블라디보스토크 분교 학생들이 참여한 러시아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올랐다.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관 1층 로비에서는 ‘러시아 극장의 역사’와 ‘오늘날의 러시아 극동지역 극장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도 열렸다.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연해주 고리키 드라마 극단이 극장 마라톤의 상징 조각상을 하바롭스크 드라마 극장에게 전달해주고 그곳에서 공연을 하면서 극장 마라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러시아 극동 연방관구 극장들의 객연 일정을 재구성해 본 결과 11개 도시, 20여개 극장 및 문화시설이 극장 마라톤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2019 러시아 극장 마라톤’에는 러시아 전역 93개 도시가 참여했다고 한다. 극동지역 마지막 주자였던 부랴트 공화국 울란우데(Улан-Удэ)의 인형극장이 시베리아의 수도라 불리는 노보시비리스크(Новосибирск)로 바통을 전달해 주며 러시아 극장 마라톤은 극동에서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시베리아로 이동하게 된다. 11월 12일 러시아의 가장 서쪽 도시 칼리닌그라드에서 올려진 공연을 마지막으로 1년 여 간의 대장정은 마무리되었다.

이와 같이 연방 및 시 정부에서 운영하는 극장들을 중심으로 통계를 낸 결과 러시아 극동지역에는 63개의 극장문화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250여개의 극장이 있는 모스크바와 비교해보면 극동지역 극장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인구 10만 명 당 모스크바 내 극장이 0.5개, 극동 연방관구 1.3개로 인구를 고려한다면 극동지역이 오히려 모스크바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극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극동지역 극장에서는 드라마와 오페라, 발레 공연을 통한 러시아 문화의 보존 및 계승과 함께 다수의 소수민족들이 모여 사는 지역 특성상 다양한 전통과 예술과의 만남이 이뤄진다. 앞으로 러시아 극동에서 클래식한 전통 문화와 더불어 특색있고 다채로운 공연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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