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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볼가 연안의 베네치아를 꿈꾸는 곳, 요시카르-올라
분류지역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19-05-01
조회수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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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러시아 저널 <오고뇩> 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는 러시아 도시들을 소개했다. 어떤 도시들은 역사적 상징과 문화유산을 되살리며 그 지역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으며, 또 다른 도시들은 소비에트 시기의 옛 모습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 최근에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가 스포츠이벤트가 러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며, 도시 발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여러 도시가 저마다의 발전 전략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로운 변화로 주목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볼가 연안에 위치한 마리 엘 공화국의 수도 요시카르-올라이다. 이 도시는 사실‘요시카르-올라’라는 독특한 이름 외에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이 도시를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의 한 도시라 생각할 만큼, 러시아에서조차 지명도가 낮다. 그런데 최근 이곳은 볼가 연안의 새로운 관광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전형적인 소비에트 지방 도시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던 요시카르-올라는 몇 년 사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마리 엘 공화국 위치 (출처: 위키페디아)


마리 엘 공화국은 핀-우그르계 민족인 마리인의 고유영토이다. 공화국 수도인 ‘요시카르-올라’는 마리어로 ‘붉은 도시’라는 뜻이다. 16세기 러시아가 이 일대까지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봉기가 일어났고, 이에 차르 정부가 소요 진압을 목적으로 요새도시를 건설한 것이 요시카르-올라의 시초이다. 당시 이름은 ‘차레보콕샤이스크’로, 이곳을 흐르는 ‘콕샤가(볼가강의 좌측 지류) 강가의 차르 도시’란 의미다. 1919년 2월 ‘크라스노콕샤이스크’(콕샤가강의 붉은 도시)로 개명됐으며, 1928년에는 ‘요시카르-올라’(마리어로 ‘붉은 도시’)로 또다시 명칭이 바뀌게 된다.

도시 건설 초기부터 줄곧 평범한 소도시였던 요시카르-올라는 2000년대 들어 공화국 수반이었던 레오니드 마르켈로프(재직기간: 2001~2007)의 주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새로 지어진 대부분의 건물들이 이곳의 전통이나 역사와는 상관없이 러시아의 대도시나 유럽의 유명한 건축물을 모방했다는 것이다. 총대주교광장에 세워진 성모영보사원은 모스크바의 성바실리 사원과 페테르부르크의 피의 사원을 섞어 놓은 듯 하고, 체코 프라하의 천문시계탑을 연상시키는 ‘12사도 시계’는 3시간마다 예수와 사도 인형들이 시계탑 안에서 나와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광장에는 모스크바 크레믈린 입구의 스파스카야 탑과 닮은 블라고베센스키 탑이 있으며, 그 옆에는 디즈니랜드의 모티브가 됐던 독일의 노이슈바슈타인 성을 따라 만든 인형극장도 있다.

                                                               콕샤가 강변 (필자 촬영)


요시카르-올라의 주요 강인 콕샤가강의 양측을 잇는 두 개의 도보 전용다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올리게 한다. 총대주교 광장에서 다리를 건너면 벨기에 도시 브뤼헤에서 이름을 따온 ‘브뤼헤 강변’이 있다. 이곳에도 수많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18세기 엘리자베타 여왕, 레오니드 마리 주교부터 시작하여, 푸시킨과 그의 작품 속 주인공 오네긴, 키릴과 메포지, 고골 등 러시아에서 유명한 인물의 동상들이 있으며, 부부 간의 사랑과 절개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만들었다는 작스(ЗАГС) 앞의 모나코 왕 레니에 3세와 그레이스 켈리 동상, 이탈리아의 메디치 동상처럼 이곳과 전혀 상관없는 동상들도 있다.

이처럼 도시 중심지는 방문객들에게 쉴 틈 없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요시카르-올라는 ‘진정한 건축 혁명’, 또는 ‘도시건설의 기적’, ‘2000년대 러시아의 가장 흥미롭고 광대한 도시 건설 프로젝트’라 불릴 정도로 그 외관이 180도 바뀌었다. 혁명적으로 불릴 만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도시에 대해 여러 상반된 의견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요시카르-올라가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콕샤가 강변 야경(필자 촬영)


요시카르-올라는 러시아에서 정치경제적으로나, 역사문화적으로 유명하거나 중요한 곳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잘 알려진 옛 이야기나 유명한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곳도, 영화 주인공의 출신지도 아니다. 요시카르-올라가 마리인의 고유영토이기는 하나, 마리인만의 민족적 색채가 짙은 도시라고도 할 수 없다. 볼가 연안이 주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갖추고 있지만, 인근의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된 점이 딱히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시카르-올라는 새로운 도시 경관을 창조해내며‘볼가-우랄 지역의 베네치아’, ‘동화 같은 도시’, ‘러시아의 유럽’과 같은 하나의 특별한 도시 브랜드를 창출했다고 할 수 있다.

 
                                                   총대주교광장에 모여든 관광객들 (필자 촬영)


새로운 도시의 모습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특히 석유가스자원이나 대규모 산업체가 없는 요시카르-올라의 입장에서 관광업은 도시 발전의 주요 전략이 될 수 있다. 2015년 3월 러시아판에서는 요시카르-올라를 러시아의 독특한 여행지 10곳에 꼽았으며, 도시의 새로운 모습은 언론과 온라인공간을 통해 자주 조명되었다. 요시카르-올라의 변화된 모습이 알려지면서 실제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요시카르-올라의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러시아 도시들의 변화와 발전 양상을 관찰하고 전망하는 데 있어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경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그 의미가 미미한 한 지방도시였던 이곳이 도시 경관의 파격적인 변화를 계기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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