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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유토피아와 도스토옙스키의 비극적 페르소나
분류문학
국가 러시아
날짜2018-06-01
조회수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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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낙원을 찾기 위해 인간은 참담한 현실 속에서 존재적 자존감을 회복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엄습할수록 비현실적인 거대 담론을 형성해 왔다. 이 메가 담론에서 논의되어진 낙원에 대한 상상력의 목록에는 물질성과 향락성을 상징하는 ‘코케인(Cockayne)’, 전원적·목가적 이상향인 ‘아르카디아(Arcadia)’ 그리고 인간의 절제와 사회제도의 개선을 통한 ‘유토피아(Utopia)’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1516년, 토마스 모어(Thomas More)가 저서 『유토피아』 를 통해 유토피아 공간을 소개한 후, 이에 대한 관심은 인간심리를 냉혹하게 분석했던 잔인한 천재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 Достоевский)에 이르러 안티유토피아적인  공간, 그리고 그 속에 기생하는 정신적 ‘백치’에 대한 담론으로 전개되었다.   아마도 이는 작가가 당시 매춘, 도박, 범죄 등으로 병들어 있었던 적그리스적 도시 페테르부르크에서 거주했던 결과일 것이라 생각된다.

도스토옙스키를 세계적 클래스의 고전(古典)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은 단연 『죄와 벌』(1866)이다. 이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죄와 벌』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지독한 가난과 무력감으로 인해 병든 그의 영혼은 서구에서 침투된 ‘공리주의’와 ‘초인사상’에 경도되어, 벌레만도 못한 전당포 노파를 육체적으로 살해하면서, 정신적으로 자신마저 살해하는 치명적인 우를 범한다. 

이처럼 서구식 근대화로 초래된 ‘부조리한 인간’ 라스콜리니코프의 실존적 자유를 향한 발걸음이 오히려 고독한 무의식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결국 그의 부담감은 러시아의 현실사회에서 ‘살인’이라는 인륜파괴 행위로 괴이하게 표출된다. 결국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러한 허망하고 슬픈 몸짓은 동시대인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고, 결국 이는 ‘유토피아’라는 희망적 미래를 기대했던 많은 러시아인에게 현실의 암울함, 또는 혐오감만을 배가 시켰을 뿐이었다.




사실 『죄와 벌』 이외에도, 도스토옙스키가 최고의 예술가로 평가 받는 데 일조한 또 하나의 작품은  『백치』(1869)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바보성자’ ‘믜시킨 공작’도 라스콜리니코프처럼 음습하고 어두운 러시아의 현실 세계로 단 하나의 타오르는 ‘횃불’을 가지고 등장한다. 그는 인간 영혼에 내재하는 아름다운 유토피아에 대한 기억을 설파하지만, 자신조차도 지키지 못한 채 또 다른 ‘백치’가 되어 쓸쓸히 퇴장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바는 현실 삶에 지친 러시아의 ‘작은 인간’들에게 정신적 기쁨과 만족을 선사하는 것이었다고 보이지만, 이는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가 두툼한 책을 통해 밝히고자 했던  유토피아 건설 과정과 목적이 대중들에게 너무 난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라스콜리니코프와 믜시킨 공작의 형상은 도스토옙스키의 초기 작품인 『지하생활자의 수기』 의 ‘나’로부터 출발한다. 이 중편소설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제1부에서 화자는 “반듯한 사람이 가장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대답은 ‘자신에 관해서’라는 것이다”라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정신의 심연 혹은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고약한 기억”을 언급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반면 제 2부에서는 1부에서 언급했던 주인공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일화를 중심으로 서술이 전개되어 나간다.




『지하생활자의 수기』 에서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그레고리 잠자’보다 더 못한, 소위 “벌레조차 될 수 없는” 하찮고 존재감 없는, “나는 병자다, 나는 못된 인간이다”라고 절규하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를 통해 도스토옙스키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시공간을 넘어 “내면으로 파고든” 인간의 자유와 진실에 관한 도스토옙스키의 생각일 것이다.

스스로를 “고약한 놈”으로 부르는 주인공의 거주 공간인 ‘지하실’은 기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으로, 그 공간의 본질을 조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시에 ‘지하’는 심연의 “컴컴하고 습한 공간이라기보다 현대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숨기거나 외부로 표출하지 않는 우리의 참 의식”라고도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이 갖는 가장 큰 인문학적 가치는 아름다운 인간의 육체 속에 병존하는 인간심연의 무시무시한 어두운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정신 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 보다 시대를 앞서 인간 무의식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 메타심리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보다 깊은 자기 성찰의 길로 들어 갈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지하생활자의 수기』 의 주인공이며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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