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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이슬람을 바라보는 러시아인들의 두 가지 시선: ‘이슬람포비아’ 혹은 ‘이슬람필리아’
분류기타
국가 러시아
날짜2017-04-15
조회수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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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계자료에 따르자면, 전 세계에는 무려 28,700종에 이르는 종교와 그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유파가 존재한다. 원시시대부터 시작된 ‘보이지 않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숭배는 어쩌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존재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불완전성과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극복하지 못한 인간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으며, ‘불확실성’의 비율이 현저하게 높아진 현대인들이 종교에 더욱 의지하고 관심을 갖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종교는 종종 정치적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한 일종의 구심점으로 역할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기독교로 대표되는 유럽국가와 이슬람으로 대표되는 아랍 국가들 간의 힘겨루기 양상에서 종종 관찰되고 있으며,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두 종교 간의 갈등은 단순히 종교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점차 민족적,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이슈화되고 있다.

 

이런 갈등의 조짐을 먼저 보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톨레랑스’ 정신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이다. 2015년 프랑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부터 2차례에 걸친 테러를 당했고, 이를 기점으로 프랑스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소위 ‘이슬람포비아’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 대선 후보인 마리 르펜은 “다문화주의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소프트무기”라고 언급하기까지 했으며, 이후 난민 수용 거부와 다문화정책에 대한 전면적 거부 등의 여론이 가파르게 형성되면서,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제 ‘톨레랑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정신으로서 가치를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상황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러시아에서의 상황 역시 일정 부분 프랑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종교적 측면에서 러시아를 규정할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러시아는 당연히 ‘정교 국가’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런데 현재 러시아는 점차 ‘단일교파적 사회’에서 ‘다교파적 사회’로 이행되는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으며, 따라서 머지않아 러시아를 ‘정교 국가’라고 규정하는 상황이 다소 당황스럽게 다가오는 순간이 오지말란 법도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아직까지 러시아 내에서 가장 많은 신자수를 확보하고 있는 종교는 러시아 정교이며, 카톨릭과 개신교와 같은 기타 기독교 종파를 비롯하여 이슬람, 불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공존하는 양상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신도의 숫자로만 따지자면, 당연히 러시아 정교가 러시아 내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러시아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도 숫자를 확보하고 있는 종교는 카톨릭이나 개신교가 아니라, 바로 이슬람교이다. 레바다 센터에서 실시한 한 설문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이슬람을 배척하던 경향이 강했던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최근 들어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심지어 자신의 신앙을 이슬람으로 전환하는 사례까지 늘어나는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현대 러시아 인들 중에서 약 2천만 가량의 사람이 자신을 이슬람교도로 지칭하고 있다. 한편 이슬람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비단 러시아 내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이 아니며,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2017년도에 발표한 이슬람 심층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 교도의 숫자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2050년에는 기독교를 제치고 전 세계 1위의 종교가 될 것이고, 2050년까지 유럽 전체 인구의 약10%가 이슬람교도화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난민 등 중동지역 이민자들의 유입 숫자는 물론, 이슬람교도들의 높은 출산율에 근거하여 분석, 예측된 결과이다. 따라서 러시아 역시 이슬람의 성장으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은 상황이며, 이에 대한 예측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림 1. 카잔에 위치한 쿨 샤리프 이슬람 사원.

(쿨 샤리프 사원은 러시아 내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자, 그 규모로 따지자면 유럽에서 제2위를 달리는 대형 이슬람 사원이다.)

 

러시아에서 이슬람교가 등장한 시기는 대략 9세기경을 전후해서이며, 발생 지역은 볼가강 유역으로 추정된다. 당시 러시아는 인접한 이슬람 국가들과 무역을 활성화하고 경제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슬람교를 접하고 수용하게 된다. 이후 러시아가 금한국을 비롯하여 터키와 전쟁을 치르며 정치적 확장을 실행해나가는 가운데, 이슬람교는 볼가강과 북카프카즈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그 세력을 강화시켜 나가게 된다, 혁명 이전, 20세기 초반 러시아 제국에 존재했던 이슬람교도의 숫자는 이미 천만명에 이르렀으며, 당시 이미 3만개에 달하는 이슬람 사원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소비에트 정권이 들어서면서 합법적인 활동이 허락된 이슬람 사원의 숫자는 계속 줄어들었고, 1968년에 이르러서는 311개 사원만 남겨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교와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이슬람 사원이 비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종교적 활동을 지속해 나갔다. 그 결과 소비에트 연방에서 이슬람 신도는 8천만명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에트 붕괴 이후 러시아 연방 내에 존재하는 이슬람교도의 숫자는 1,200만명으로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이는 기존의 소비에트 연방에 편입되어 있다가 독립한 국가들 대부분이 이슬람을 주력 종교로 삼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수치라 할 수 있다. 정확한 수치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현재 러시아 내 이슬람교도는 대략적으로 약 1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러시아 볼가-불가르 지역에 위치한 백색 모스크

 

1990년대까지 러시아 내에는 두 개의 이슬람 통치권이 존재했다. 하나는 유럽 지역과 시베리아 우파 지역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종교구심점이고, 다른 하나는 북카프카즈 다게스탄 공화국의 수도 마하치칼라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종교구심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곳에 위치한 종교구심점은 러시아 내에서 이슬람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적 역할을 수행한다.

 

유럽 및 시베리아 지역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러시아 지역에서의 이슬람 구심점은 말 그대로 순수한 종교 단체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며 이슬람 문화 전파의 거점으로 역할하고 있다. 하지만 북카프카즈 지역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주지하다시피, 이 지역은 러시아와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이며, 표면적으로는 자신들의 종교적, 민족적 독립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슬람은 이들에게 정신적 의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단일화와 집결을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훨씬 더 강하다.

 

러시아 연구기관 ‘스레다’의 조사 결과에 따르자면, 러시아 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 대부분은 자신을 시아파나 수니파로 규정하지 않으며, 이러한 종교적 유파의 규정은 다게스탄 공화국을 비롯한 카프카즈 지역 국가들에서 유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게스탄, 체치냐, 인구셰티야 공화국에는 이슬람 신비주의 교파이자 ‘민중 이슬람교’로서 ‘수피즘’이 널리 퍼져있지만, 현재 이들 북카프카즈 지역을 아우르는 종교적 대세는 살라피즘과 같은 극단적 이슬람 근본주의 경향이다.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인들이 경계하는 것은 이슬람이라는 종교 그 자체가 아니라, 이처럼 이슬람이 ‘정치’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부정적인 측면이 극대화되는 경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에서 이슬람교도의 증가추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통계 자료에 따르자면, 1937년 소비에트 공화국 내 이슬람교도 숫자는 전체의 5.9%를 차지했지만, 1989년에는 7,9%, 1994년에는 8% 이상에 다다랐고, 현재는 러시아 연방 전체 인구의 8~12%에 이르는 약 1200~2천만명의 신도가 러시아 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2030년경에는 약 3천만명의 이슬람교도가 확보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림 3. 전러시아 및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과 카프카즈 이슬람교 총국대표 알라흐슈큐르 파샤자데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 연구기관 ‘스레다’에서 2012년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스레다’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자면, 러시아에 거주하는 전체 이슬람교도의 42%만이 자신의 삶에서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종교율법을 지킨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설문조사 대상자들 중 러시아 내에 거주하는 10~15%이르는 소위 ‘모태 이슬람교도’들, 즉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종적, 민족적으로 이슬람을 믿었던 신도가 다른 종교를 선택하여 믿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이 다름 아닌 러시아 정교라는 점이다. 반대로 ‘인종적’으로 이슬람에 속하지 않는 유럽계 순수 러시아인들 중 이슬람을 믿는 숫자는 2천명~2만명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가파르게 증가하는 러시아 내 이슬람 신도의 숫자가 ‘모태 이슬람교도’의 타 종교로의 귀의로 상쇄되기엔 다소 힘에 부칠 것으로 보이며, 게다가 순수 유럽계 러시아인들의 이슬람으로의 귀의 숫자까지 고려해 본다면 러시아 내에서 이슬람의 증가 추세는 어느 새 거부할 수 없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 내에서 순수 종교로서 이슬람, 문화로서의 이슬람은 여타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사원과 간행물, 또는 방송매체와 문학작품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관례이다. 현재 러시아 내 이슬람 공동체는 비 이슬람교도에 대한 선교는 물론, 자신들의 후속세대 교육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주로 이슬람 사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슬람교도 및 이슬람교도의 자녀들은 이슬람 사원에서 주관하는 수업을 통해 종교 교육을 받고, 코란 경전어로 사용되는 아랍어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는다. 러시아 내에서 이슬람 공동체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의 숫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다게스탄 공화국 마하치칼라에서 발행되는 “이슬람 뉴스”라는 신문이 대표적이다.

 

이미 서구세계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부정적인 측면만 극대화되어 생겨난 ‘이슬람포비아’도 문제이지만,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종교적 피해자라는 선입견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동하여 나타난 ‘이슬람필리아’를 더 경계의 대상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이슬람포비아’와 ‘이슬람필리아’에서 파생되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치세력화 된 이슬람과 문화로서의 이슬람이라는 두 가지 기로에서 조심스러운 줄타기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내 이슬람 공동체의 향후 행보에 따라, 러시아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 예를 들어 다민족, 다문화 정책을 비롯하여 이민자, 난민정책, 종교, 인권, 인종 관련 정책 등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 내 이슬람 세력에 대한 주목과 지속적인 관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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