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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일본의 하이쿠와 여백의 미학
분류철학과 사상
국가 일본
날짜2016-09-12
조회수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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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아간다. 10분 15분 단위로 시간을 끊어서 스케줄 표에 넣어서 사용하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스케줄 안에 집에 넣어 버리는 그런 삶 말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쁜 삶은 '시간이 금'이라는 금언을 지키는 윤리처럼 믿어져 왔다. 하지만, 분주함 속에서 우리가 잃은 것은 여백이고 침묵이고 묵상이다.   

도종환 시인이 쓴 여백이라는 시는 이렇게 표현을 한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비어 있는 곳이 없는 빽빽한 숲의 모습으로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으로 배경이 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떤 동화작가가 묘사한 것처럼 "우리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에게 시간을 빼앗겨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조해 본다. 그래서 우리는 여백이 그리워 진다. 여백의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한 문학이라고 표현되는 것이 일본의 하이쿠라는 시의 형식이다. 쉽과 여백이 있는 하이쿠의 세계를 만나는 것은 쉽이고 여백일 수 있겠다.  

하이쿠와 일본의 미

일본의 전통적인 문학 중에 일본의 와카(和歌)와 함께 일본 시가문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하이쿠(はいく, 俳句)이다. 하이쿠는 짧은 정형시로 5/7/517문자로 이루어졌다. 짧은 시임에도 계절을 나타내는 시어(‘季語’)가 들어가야 하고, 5,7,5 사이에서 한번 여백을 줌으로 여운(‘切字’)을 주어야 한다. 3초만에 읽는 시라고도 불리우는 이 시를 이어령 선생은 하이쿠를 반쯤 열린 문으로 표현하며 활짝 열린 문보다 반쯤 열린 문으로 볼때 더 선명하고 강렬하다고 표현했다. 

반쯤열린 문이라는 하이쿠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불리우는 문학가는 단연코 
마쓰오 바쇼 (松尾芭蕉 1644~1694)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시간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었고, 주군을 잃고 나서 무사를 그만두고 하이쿠 작가의 길로 들어 선다. 그의 시의 힘은 단연 여백이다. 그 자신이 오쿠로 가는 작은 길(奥のほそ道, 오쿠노호소미치)라는 여행기를 남긴 여행가였고, 일본의 많은 지역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감상을 여백이 있는 하이쿠 시에 담았다.  

 

그림 1. 마쓰오 바쇼(松尾芭蕉) 동상

그의 하이쿠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단연 개구리에 관한 것이다.  

오래 된 연못/개구리 뛰어드는/물의 소리

古池や/蛙飛び入む/水の音

(ふるいけや(5)/ かわずとびこむ(7) /みずのおと(5))






그림 2 바쇼의 개구리 시

 이 작품은 그가 글벗 및 문하생들과 함께 개구리를 주제로 연 하이쿠 모임에서 즉석에서 지은 것이다. 그의 기지는 시각의 전환에서 나온다. 그때까지 개구리에 관한 하이쿠는 개구리 울음소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바쇼는 개구리가 물에 뛰어들면서 생기는 소리에 주목했다. 그의 창조성의 비밀은 삶의 여백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또 다른 작품을 살펴보자. 

한적함이여/바위에 스며드는/매미의 소리

閑さや岩にしみ入る蟬の聲

(しずかさや(5)/ いわにしみいる(7)/ せみのこえ(5))

 



그림 3 바쇼의 매미시

이 하이쿠는 일본 동북부 오지오지 곧, 그의 유명한 기행문을 남긴 ‘오쿠노호소미치’ 여행 중에 지은 작품이다. 하이쿠의 형식 뿐 아니라 삶에서 배어나오는 한적함을 노래하는 이 시는 하이쿠의 진수라고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하이쿠의 여백의 미를 일본에서는 
'와비, 사비(わび, さび)'라고 표현한다. '와비(わび)''소박하고 차분한 멋. 한적한 정취'를 말하고, '사비(さび)''해묵은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하이쿠는 해석 보다 그대로를 즐기는 것이 더욱더 아름다운데 설명이 길었다. 


나가며

하이쿠는 말하는 것보다 침묵을 통해서 말하는 여백을 중요시하는 문학의 장르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여백과 침묵으로 마음을 전한다. 또한 하이쿠는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문학이다. 일찍이 구상시인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라고 표현하며 영원 속에 이어진 오늘의 신비의 샘 속에서 영원을 살고 있다고 했다. 영원과 이어진 하루 하루의 삶의 여백이 없으면 하루를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영원도 볼 수 없다. 여백의 시간을 통해 영원과 연결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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