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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은반 위의 영원한 어린 왕자: 카자흐스탄 한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
분류지역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2-03-16
조회수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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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22년 2월 4일-20일까지(17일간) 코로나19가 한창인 가운데 치러졌다. 코로나19 확진의 우려와 중국 올림픽 위원회 준비의 미숙함, 러시아 여자 피겨 선수의 도핑문제, 쇼트트랙에서의 편파 판정, 이로 인한 한-중 갈등이 온라인 매체로까지 드러나는 등 여러 사건들이 있었던 올림픽이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오랜 기간 갈고 닦은 기량을 가지고 선전해 주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메달밭이었던 쇼트트랙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 향상, 빙질 문제, 판정 등 여러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선전을 펼쳤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아이스하키와 스키점프를 제외하고 루지, 노르딕복합, 봅슬레이, 컬링 등 13개 종목에 65명이 참가하여 참가 종목의 다양해지고, 그 성과도 향상되고 있어 우리 사회의 동계 스포츠 종목들의 저변확대의 가능성을 보여 준 동계올림픽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우리나라 피겨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싱글에서 차준환 선수가 랭킹 5위에 올랐고, 여자 싱글부문에서 김예림, 유영선수가 처음 올림픽에 참가하여, 각각 9위, 6위에 자리하며, 세계 톱 10 안에 들어 김연아 선수 이후에 새로운 유망주들로 촉망받았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 하면 러시아를 빼 놓을 수 없다. 남, 여 싱글, 페어, 아이스 댄싱부문에서 수많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스타들을 배출 온 것이 바로 러시아이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피겨부문에서 러시아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재능이 돋보인 카밀라 발리예바 선수의 압도적인 연기와 동시에 도핑스캔들에도 올림픽 출전자격을 그대로 유지한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정과 재능 있는 어린 스포츠선수들의 인권이 유린되었다는 등 여러 비판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카자흐스탄 국가대표로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부문에 출전하여 카자흐스탄의 피겨스케이팅 부문 최초이자, 소치올림픽에서 유일한 동메달을 카자흐스탄에 안긴 한인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Д.Ю. Тен, 1993~2018)선수가 있었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한인 4세로 25년 만에 생을 마감한 전도유망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피겨 남자선수였다.



은반 위의 어린왕자: 데니스 텐

데니스 텐은 1993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서 한인 가정에서 태어난 한인 4세이다. 그의 외고조부 민긍호(閔肯鎬, 1865~1908)는 명성황후의 일가인 여흥(경기도 여주) 민씨의 사람으로 조선시대 말 의병장이었다. 민긍호는 의병을 이끌고 일본에 항거하다 일본 군인들에게 포박된 채로 순국하였고, 그 공훈을 인정받아 1962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수여받았다. 데니스는 어린 시절부터 독립운동가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며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피겨 영재로 우리나라 언론에 조명을 받아왔다.

데니스는 1999년 6세의 나이로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하여, 2008년 벨라루스에서 개최된 주니어 그랑프리 골든링크에서 우승하여, 카자흐스탄에서 첫 번째로 국제빙상연맹 토너먼트 메달을 획득한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되었다. 같은 해 그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개최된 주니어 그랑프리파이널에서 5위에 올랐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데니스는 본인의 스케이트 인생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종종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 카자흐스탄 최연소 국가대표 선수로 참가하여 11위를 마크했고, 2013년 세계 선수권에서 카자흐스탄 피겨 역사상 최초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상 그의 커리어에는 카자흐스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만큼 그는 은반 위에서는 진심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한 연습벌레였으며, 연습 후에는 목발을 집고 다닐 정도로 항상 부상을 몸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한 그의 노력이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사실 그는 당시 세계 랭킹 9위로 메달권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선수였으나, 카리스마 있는 깔끔한 클린 연기로 남자 싱글부문에서도 동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는 같은 해 8월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전속계약을 맺어 김연아와 한솥밥을 먹게 되는 행운도 얻었다. 당시 데니스는 2018년 평창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스타성이 보이는 선수로 그의 이야기는 KBS 1채널에서 ‘데니스 텐의 올림픽’이라는 제목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었다. 안타깝게도 평창올림픽 직전 발목 인대부상을 당해 참가는 했지만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다. 행보마다 카자흐스탄의 새로운 피겨 역사를 쓰던 피겨스타였지만, 한편으로는 작가, 음악가가 되고 싶은 꿈 많은 20대 청년이었던 데니스는 2018년 7월 19일 안타깝게도 괴한의 공격을 받고 과다출혈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후, 2019년 12월 23일에 카자흐스탄 Матч ТВ에서 데니스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데니스 텐 13(Денис Тен. Тринадцати)”가 방영되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코치인 타티야나 타라소바(Т.А. Тарасова, 1947~)는 데니스와 함께 링크에서 작업하는 것이 행복 그 자체라고 언급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전 올림픽 메달리스트이며 세계 챔피언 알렉세이 야구진(А.К. Ягудин, 1980~)도 데니스와 함께 했던 연습장면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였다. 데니스의 장점은 프리스케이팅이 짧은 프로그램들의 연속으로 구성되었을 때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구현해 내는 것이다. 데니스는 이를 위해 자신의 개성을 지키면서 최고의 피겨 선수들의 장점을 결합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 북미의 코치 그리고 스위스의 스핀 황제 스테판 랑비엘(Stéphane Lambiel, 1985~)과도 함께 대회를 준비했다.



예술은 영원하다: 2018년 8월 그 이후

2018년 7월 데니스 텐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 8월 데니스 텐의 가족과 데니스를 아끼는 카자흐스탄의 피겨 스케이팅 관계자들이 모여 데니스 텐의 예술성을 이어가기 위해 데니스 텐 재단(Фонд Дениса Тен)을 설립했다. 재단은 구체적으로 7가지 사업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7가지 사업 방향은 아래와 같다.

하나, 데니스 텐의 정신을 잇는 국제 피겨 아카데미 설립, 둘, 데니스가 쓴 영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영화제작, 셋, 데니스가 작곡한 곡들을 담은 앨범제작, 넷, 데니스의 시와 글들을 모은 책 출간, 다섯, 온라인 공간에서 미니어쳐 미니 데니스 제작, 여섯, 재능 있는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및 문화, 교육, 스포츠, 사회 활동 프로젝트 지원, 일곱, 카자흐스탄의 피겨 스케이팅의 발전을 위해 유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 운영.

데니스는 세상에 없지만, 그의 예술과 이상은 계속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데니스는 카자흐스탄 피겨 스케이팅의 대표 인사로 카자흐스탄 피겨 스케이팅의 발전에 버팀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카자흐스탄의 이미지를 구축 하는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데니스 텐 재단은 이러한 데니스 텐의 역할을 계승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에서 새로운 챔피언이 나올 수 있도록 활동할 예정이다. 재단은 창의적인 청소년, 젊은 운동선수들 및 모든 동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미칠 데니스의 이상과 이니셔티브를 계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9년 6월 그의 기념 조각상이 타자흐스탄 알마타의 쿠르만가즈(Ул. Курмангазы)와 바이세이토바(Байсеитова) 거리가 만나는 곳에 세워졌다. 소치올림픽에서의 파이널 프로그램의 마지막 포즈를 재현한 이 기념 조각상은 빅토르 초이의 조각상을 제작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조각가 마트베이 마쿠쉬킨(М.Н. Макушкин, 1978~)에 의해서 제작되었다.   




그 이후로도 데니스 텐을 추모하는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2019년 8월 26일-9월 2일까지 ‘D10 World’라는 주제로 데니스를 추모하기 위한 사진전이 알마티 에센셜 갤러리(Essential Gallery)에서 개최되었다. 이 사진전에서는 생전에 데니스가 활동하던 사진들과 스케이트 전시, 데니스가 직접 찍은 사진들, 데니스의 영상자료들과 함께 활동하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비디오 프로젝트까지 데니스를 추억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 ‘Ночной дозор(2004)’, ‘Дневной дозор(2006)’로 이름을 알린 카자흐스탄 출신의 러시아 영화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Т.Н.Бекмамбетов, 1961~)는 데니스 텐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여 2019년에 개봉할 계획을 발표했으나 그 계획이 실현된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데니스 텐 재단이 2019년부터 매년 데니스 텐을 기념하는 국제 피겨 스케이팅 대회 《Denis Ten Memorial Challenge》를 국제빙상연맹(ISU)의 후원으로 개최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첫 회는 10월 9일-12일까지 알마티 할릭 아레나(Халык Арена)에서 개최됐지만, 2020년은 팬데믹으로 대회가 취소되었고, 2021년에는 10월 28-31일까지 4일간 누르술탄에서 개최되었다. 앞으로 이 대회에서 카자흐스탄을 빛낼 수 있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데니스 텐은 25년이라는 매우 짧지만 강렬한 혜성 같은 삶을 살다간 스타였다. 그러나 혜성 같은 스타가 되기까지 어린나이에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편파판정을 감내해야 했고, 슬라브인들이 주류인 피겨 스케이팅 분야에서 때로는 보이는 때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를 묵묵히 감내해야 했다.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그는 연습에 더욱 매진했고, 그만큼 피겨 스케이팅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 시련들이 그를 더 단단하고 링크에서 더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정신이 이어져 카자흐스탄에서 뛰어난 포스트 데니스 텐들이 배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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