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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메달을 따느냐 따지 못 하느냐 그것이 문제인가?: 2021 도쿄 올림픽과 러시아
분류기타
국가 러시아
날짜2021-09-01
조회수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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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 19로 1년 연기되었고, 코로나 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개막전까지 개최 여부가 분분하였지만, 2021년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17일간) 125년의 근대올림픽 역사상 유례없이 무관중으로 개최되었다. 올림픽 폐막 이후 도쿄는 연일 2만 명이 넘는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여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개최 기간 중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무사히(?)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이번 도쿄 올림픽 개최시기 대한민국은 코로나 19의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는 엄중한 분위기 속에 2021년 여름 폭염과 코로나 바이러스와 대치하며, 집에서 치맥 또는 피맥과 함께 TV를 통해 올림픽 경기 관람으로 황금 같은 여름휴가를 대신해야 했던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대만의 대표팀의 명칭이 국명으로 호명되지 않은 것에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국가들은 각각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Олимпийский комитет России), 중화 타이베이 올림픽 위원회(Chinese Taipei olympic committee)로 출전해야했다. 타이완의 경우는 중국이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정치적인 이유였고, 러시아는 국가차원의 대규모 도핑문제가 기정사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헌장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명정대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는 올림픽에서 중국의 정치력 행사나 러시아의 도핑문제는 올림픽 정신을 무색하게 만든다.


<2021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깃발>
(출처: https://grandnews.ru/)


러시아 스포츠계의 도핑 문제

러시아는 소련시기부터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소련 선수들의 유일한 목표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며, 이에 도핑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러시아가 올림픽에 자국이름으로 참가할 수 없고 따라서 러시아 국기와 국가까지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도핑문제가 공론화되었기 때문이다. 2014년 독일의 1번 채널 ARD에서 독일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하조 세펠트(Hajo Seppelt, 1963~ )는 ‘도핑의 비밀: 러시아가 승자를 만드는 방법(Geheimsache Doping: Wie Russland seine Sieger macht)’ 러시아에서 육상계에 만연한 도핑문제를 폭로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펠트는 2006년 동독의 스포츠 선수의 도핑을 시작으로, 2008년 중국, 2012년 케냐의 도핑에 대한 취재를 해왔으며, 2014년에 러시아의 도핑 문제를 보도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러시아 반도핑 기구(Российское антидопинговое агентство, РУСАДА)에서 근무했던 비탈리 스테파노프(В. Степанов)와 그의 부인 러시아 중거리 800M 육상선수이자 2011년 유럽챔피언 동메달 리스트 율리야 스테파노프(Ю. Степанов, 결혼 전 Ю. Русанова, 1986~ )는 정보제공자이자 내부 고발자로 어떻게 러시아 육상계에서 도핑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지 상세히 전하며 러시아 스포츠계의 도핑문제를 공론화 하는데 힘을 실어주었다.

이 다큐멘터리의 영향으로 러시아는 2014년 제22회 소치올림픽을 준비하며 국가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국의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복용시켰고, 혈액검사실에서 선수들의 혈액을 빼돌려 도핑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공식화되었다. 이를 계기로 2014년 12월 세계 반도핑 기구(World Anti-Doping Agency, WADA)에서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의혹 조사를 위한 위원회가 출범되었고, 2015년 세계 반도핑 기구는 러시아의 육상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도핑이 자행되어 왔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출전 신청한 러시아 선수들 389명중 육상선수들 68명 전원을 포함하여 총 118명의 올림픽 출전이 취소되어 271명만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육상계의 스타인 장대높이뛰기 올림픽 2관왕 엘레나 이신바예바(Е.Г. Исинбаева, 1982~ )는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 CAS)의 재판에 직접 출석하여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기각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임을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104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하게 되었다. 이 후 2017년 11월에는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가 딴 메달 중 6개(금 2개, 은 3개, 동 1개)의 메달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대규모 도핑문제는 2020년 12월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에서 최종 사실로 판명되어,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는 러시아에 징계를 내렸다. 따라서 러시아는 2016년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부터 2018년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 2021년 제32회 도쿄 하계올림픽까지 러시아 대표팀으로 참가할 수 없었고 앞으로 2022년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 그리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러시아가 아닌 다른 단체명으로 참가해야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올림픽 스포츠 선수단(Олимпийские спортсмены из России, ОСР)으로 참가했다.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국제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출석한 이신바예바>
(출처: https://www.vesti.ru/article/1558627)


20년간 세계 1위 러시아의 철옹성이 무너지다: 리듬체조

러시아가 독보적으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몇 가지 스포츠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리듬체조이다. 그러나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변수가 있었다. 리듬체조는 러시아는 불가리아에게 단체전 1위를 내어주고, 개인전에서도 이스라엘 선수 리노이 아쉬람(Linoy Ashram)에게 금메달을 내어주며 지난 20년간 지켜오던 부동의 세계 1위가 무너진 것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이후로 마르가리타 마문(М. Мамун, 1995~ )과 야나 쿠드랴브체바(Я. Кудрявцева, 1997~ )가 은퇴했지만, 그들의 뒤를 이어 디아나 아베리나(Д.А. Аверина, 1998~ )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것처럼 그 누구도 러시아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고 다른 나라에서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가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이번 올림픽 기간에서도 보았지만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인간으로서의 모든 평범한 생활을 포기하고 오직 혹독한 훈련에만 매진해야하며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만 한다. 훈련이나 경기도중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거나 올림픽 출전을 목전에 두고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운동선수로서 큰 영광일 것이다. 그리고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하더라도 경기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에 메달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선수의 노력과 하늘이 내린 운의 콜라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의 리듬체조 부문에 출전하여 개인 종합 금메달을 딴 마르가리타 마문의 올림픽 출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한계상황(Over the Limit”(2017)을 보면 일련의 지난한 과정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문은 올림픽을 준비하며 라이벌 쿠드랴브체바를 이겨야 하는 만년 2등 신세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져 괴로워한다. 그러나 대표팀 수석코치 비녜르-우스마노바(И. А. Винер-Усманова, 1948~ )는 그런 마문을 끝까지 몰아붙이며 금메달을 딸 것을 종용한다. 특히 당시 러시아는 도핑문제가 불거져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 여부가 마지막 순간 까지 결정이 미뤄지며 선수들을 더욱 긴장 속에 빠뜨렸다. 이 영화는 선수들의 아름답고 유려한 움직임을 겨루는 리듬체조 분야의 러시아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화려함 속에 가려진 역설적인 처절함을 폴란드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마르타 프루스(Marta Prus, 1987~ )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선수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지만 세계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일에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 하지만 마문의 경우나 다른 유명한 스포츠 선수들이 메달을 따기 위해서 그들의 인간으로써 포기하고 희생한 수많은 것들을 과연 그 메달로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 “한계상황(Over the Limit)”(2017) 포스터(左) /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열연을 펼치는 마문(右)>
(출처: https://multiurok.ru(右))


2021 도쿄 올림픽에서 지킨 러시아의 자존심: 수중발레

이번 2021 도쿄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종목은 수중발레였다.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로마시나(С.А. Ромашина, 1989~ )와 스베틀라나 콜레스니첸코(С.К. Колесниченко, 1993~ )는 완벽한 안무와 기술력 그리고 압도적인 퍼포먼스, 수십 년 간 함께한 훈련이 만들어낸 마치 쌍둥이 같은 싱크로율로 듀엣의 자유종목에서 98.8의 점수로 이견 없이 1위에 올랐다. 수중발레에 걸린 2개 부문(듀엣과 그룹(8명))의 메달은 모두 러시아가 차지하며 올림픽 6연패를 거머쥐었다. 로마시나는 이번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7관왕에 오르며 영예로운 은퇴를 맞이했다. 그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출전하기 시작하여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7개를 목에 걸었다. 금메달만 7개 이상을 딴 선수는 육상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8개), 레이 유리(미국, 8개), 수영 케일럽 드레슬(미국, 7개) 다음으로 로마시나가 네 번째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중발레로 불리는 이 종목의 정식명칭은 초기에는 두 명 또는 팀원이 한 몸처럼 연기를 펼쳐야 하기에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이었으나, 2017년 아티스틱 스위밍(Artistic Swimming)으로 개칭하였다. 수중발레는 말 그대로 수영, 발레, 체조가 결합된 종목으로 물속에서 펼치는 발레와도 같은 춤과 연기를 펼치기에 수중발레라는 명칭이 오히려 종목의 성격을 잘 반영했다고 본다. 이 종목은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신생 종목이다. 러시아에서 수중발레는 1920년대 소련시기부터 시작되어 1950년대부터는 도시대항 경기, 1970년대부터는 전 연방 대회, 1980년대부터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서 러시아의 경기력을 향상시켜나가 현재까지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러시아의 수중발레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다른 팀과는 확연히 차별화 되는 유구한 발레 역사를 기반으로 한 완벽한 안무력과 테크닉 그리고 수영실력, 선수들의 연기력과 의상까지에 그 완벽한 조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21 도쿄 올림픽에서 듀엣 “거미들”을 연기하는 로마시나와 콜레스니첸코>
(출처: https://news.sportbox.ru, © Дмитрий Челяпин / Матч ТВ)


2021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 19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1년이 연기된 만큼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유독 이변도 많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이 메달이나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스포츠맨십에 의거한 페어플레이를 중요시하는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경사이고 선수 개인에게도 그동안 고생에 대한 보상과 스포츠 영웅으로서 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할지라도 정정당당하게 싸운 올림픽 선수로 이름을 남기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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