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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일리야 마쉬코프의 세 명의 여인들
분류회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1-09-01
조회수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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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마쉬코프(И. Машков)는 예술적 재능으로도 이름을 떨쳤지만, 불과 17년 사이에 무려 3명의 여성과 결혼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남다른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물론 공식적으로 그의 뮤즈가 된 3명의 아내 외에도 수많은 비공식 뮤즈가 그를 거쳐갔다는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905년 마쉬코프는 자신의 첫 번째 아내 소피야 아렌츠바리(С. Аренцвари)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첫 번째 아내는 이탈리아 여인이었고, 마쉬코프에게 혈육을 남겨준 유일한 여성이었다. 마쉬코프의 두 번째 결혼은 1915년에 이루어졌고, 그 주인공은 바로 그의 제자이자 뮤즈, 그리고 예술적 동지이기도 했던 엘레나 표도로브나 표도로바(Е.Ф. Федорова)였다. 세 번째로 마쉬코프의 공식적 아내가 된 마리야 이바노브나 다닐로바(М.И. Данилова) 역시 화가이자 마쉬코프의 예술적 조력자였다.

마쉬코프는 3명의 아내 모두를 모델로 삼아서 초상화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첫 번째 아내였던 이탈리아 출신의 소피야 아렌츠바리의 초상과 그녀에 대한 자료는 현재 거의 남아있는 것이 없기에 실물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다. 다만 마쉬코프의 마지막 아내였던 마리야 다닐로바의 회상에 따르면, 1904년에 제작된 <흰 옷을 입은 여인>이라는 그림에서 마쉬코프의 첫 번째 뮤즈이자 아내였던 아렌츠바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마쉬코프 연구자인 볼로티나의 저서에 아렌츠바리의 두 번째 초상이 1909년에 제작된 것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정작 그녀의 저서에는 해당 초상화가 수록되지 않았고, 다른 정보 역시 부재하여 아렌츠바리의 형상은 재현내기 힘든 상태이다. 마쉬코프의 작품 중 소위 ‘민스크 초상’으로 알려진 1908년도 작 <여자 초상화. 민스크>라는 작품이 제작 시기와 마쉬코프의 첫 번째 결혼생활 기간이 일치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아렌츠바리의 초상이 아니겠냐는 추측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여자 초상화. 민스크. (I. 마쉬코프, 1908)>
(출처: https://www.wikiart.org/ru/ilya-mashkov/zhenskiy-portret-minsk-1908)


<여자 초상화. 민스크>는 평면적 도상과 더불어 마쉬코프 초기 작품에서 마치 시그니처와도 같이 삽입되곤 했던 ‘덩굴무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908~1909년 사이에 제작된 마쉬코프의 작품에서 이런 덩굴무늬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덩굴무늬는 보통 끈질긴 생명력을 의미하는 바, 당시 소위 ‘신원시주의’ 경향에 심취해 있었던 마쉬코프의 작업 성향이 잘 반영된 시각적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덩굴무늬는 배경으로 사용되었지만, 인물과 거의 동일한 차원에서 묘사되면서 작품의 평면성을 더욱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마쉬코프의 두 번째 아내인 엘레나 표도로바의 모습은 <콘트라베이스를 옆에 둔 부인>이라는 작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 아내의 초상으로 추정되는 <여자 초상화. 민스크>와 달리 화폭 속 여인의 모습은 훨씬 더 사실주의적 기법에 다가섰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쉬코프의 사실주의는 여전히 19세기 사실주의와는 사뭇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콘트라베이스를 옆에 둔 부인>이라는 제목의 작품에서는 기존의 <여자 초상화. 민스크>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려진 여성이 등장한다. 인물의 묘사는 더욱 섬세해졌고, 주변의 배경 또한 현실성이 돋보인다. 하지만 타인에게 과시하고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제작되곤 했던 낭만주의 혹은 사실주의적 초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들어진 인공적 우아함’보다, 어딘지 모르게 살짝 뒷골목 싸구려 극장 간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인물의 머리 뒷편에 놓인 벽면과 발끝을 중심으로 형성된 두 개의 소실점은 이 초상화에 특별한 원근감을 부여하면서 루복적인 감각과 더불어 인상주의와 사실주의 어딘가 즈음에서 이 작품이 그려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콘트라베이스를 옆에 둔 부인 (I. 마쉬코프, 1915)>
(출처: https://www.wikiart.org/ru/ilya-mashkov/dama-s-kontrabasom-1915)


이러한 마쉬코프 창작 기법의 변화는 자신의 두 번째 아내 엘레나를 모델로 그린 또 다른 작품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부인의 초상화>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부인의 초상화 (I. 마쉬코프, 1915)>
(출처: https://www.wikiart.org/ru/ilya-mashkov/portret-damy-v-kresle-1915)


이 작품은 앞서 살펴본 <콘트라베이스를 옆에 둔 부인>과 비교해 볼 때, 마쉬코프의 창작 초기 성향에 더 가깝다 할 수 있다. 마네의 작품 속 여인을 떼어다 놓은 듯한 부인의 모습은 야수파와 인상주의에 한창 심취해있었던 ‘다이야몬드 잭’ 그룹 시절의 마쉬코프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콘트라베이스를 옆에 둔 부인>과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부인의 초상화> 속에서 중심에 놓인 여인은 이미 배경과 분리되어 어느 정도 원근감을 지닌 상태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덩굴무늬 배경과 인물이 마치 하나의 평면에 존재하는 것처럼 얽혀있었던 창작 초기에 작업한 초상화 속 여인의 모습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즉, 창작 초기에 ‘신원시주의’와 ‘야수파’에 심취해있던 마쉬코프가 그린 여인의 초상에서는 화폭의 깊이감보다 평면성과 색채의 대비가 더 강조되었지만, 1915년을 전후한 시기에 그의 작품은 원근법적인 기법이 적용된 고전주의적 예술로의 회귀 움직임과 기존의 인상주의 화법이 교차적으로 뒤섞이면서 제작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마쉬코프의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부인의 초상화>를 보는 순간, 치마부에의 <옥좌 위의 성모>가 연상되었다. 르네상스 초기 이태리 회화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치마부에는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지상의 눈’으로 성화 그리기를 시도했던 인물이다. 흥미롭게도 정형화 되어 있던 중세 비잔틴 양식의 성화에서 벗어나 사실주의 양식으로의 전환을 노렸던 치마부에의 시도와 창작 초기 ‘신원시주의’와 ‘야수파’, 그리고 인상주의 화파의 기법에서 탈피하여 다시 사실주의 회화 양식으로의 복귀가 관찰되는 1915년도 즈음 마쉬코프의 시도는 도상학적 측면과 기법적 측면에서 모두 상당 부분이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옥좌 위의 성모 (치마부에, 1280, 루브르 박물관)>
(출처: https://ru.wikipedia.org/wiki/%D0%A7%D0%B8%D0%BC%D0%B0%D0%B1%D1%
83%D1%8D#/media/%D0%A4%D0%B0%D0%B9%D0%BB:Cimabue_032.jpg)


치마부에의 <옥좌 위의 성모>는 그의 제자였던 지오토가 그린 제단화와 비교해 볼 때 훨씬 더 평면적이다. 지오토가 천사와 성인을 교차하여 그리는 기법을 통해 인물 간 거리와 공간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화폭에 입체감을 부여했다면, 치마부에는 성모와 아기 예수를 둘러싼 여섯 천사를 일렬배치 방식으로 구현하여 마치 평면적으로 쌓아올린 탑처럼 묘사해놓았다. 또한 인간과 달리 ‘완벽함’을 보장받은 신을 그려내기 위해 중세 이콘화에서 규칙처럼 사용되곤 했던 ‘완벽한 대칭’을 적용하고 있는 점 역시 치마부에 작품이 아직은 중세적 필치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마부에는 기존에 그려진 이콘화와 달리 성모와 아기예수, 천사의 옷에 섬세한 주름을 묘사하여 부분적인 입체감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뿐아니라 성모가 앉은 의자를 정면이 아닌 약 45도 가량 살짝 비틀어 묘사함으로써 나름대로 원근적 묘사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치마부에 작품에서 관찰되는 중세 비잔틴 이콘 양식에서 르네상스 회화를 대표하는 원근적 묘사로의 전환이 마쉬코프의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부인의 초상화>에서도 그대로 관찰된다. 두 작품 간 차이가 있다면 치마부에의 성모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지만, 마쉬코프의 부인은 홀로 안락의자에 앉아있다는 점, 치마부에가 중세 이콘에서 르네상스적 사실주의로의 이동을 모색했다면, 마쉬코프는 ‘신원시주의’와 ‘야수파’, 인상주의 기법에서 사실주의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여전히 과장된 측면이 존재하지만, 마쉬코프의 ‘안락의자에 앉은 부인’의 얼굴에서 기존의 작품과 달리 확실히 사실주의적인 필치가 느껴진다. 부인의 눈썹은 당시 유행하던 ‘갈매기형’ 형상의 높은 아치 눈썹으로 그려졌고, 오른쪽 눈썹 끝부분과 인중과 턱선 옆으로 언뜻언뜻 초록빛이 감돌긴 하지만, 여인의 볼과 입술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붉은 계열의 물감이 큰 왜곡 없이 사용되고 있다. 몸의 윤곽은 기존의 작품과 거의 유사하게 전체적으로 상당히 간결하게 그려졌고, 표정 역시 무표정하게 굳어있다. 한 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기존의 마쉬코프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의 체형에서 찾아볼 수 없는 양감이 두드러지게 묘사되면서, 작품에서 풍겨나오는 경직성과 달리 부인의 체형만큼은 상당히 여성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치마부에의 성모와 마찬가지로 마쉬코프의 ‘안락의자에 앉은 부인’ 역시 45도 가량 비틀어 놓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치마부에의 성모가 앉아있는 옥좌가 상당히 공들여 섬세하게 그려진 것처럼, 마쉬코프의 부인이 앉아있는 안락의자 역시 우아하게 휘어진 곡선 형태와 의자 다리의 디테일한 조각까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부인이 신고있는 에나멜화로 추정되는 검은 구두는 성모의 치맛단 아래로 반쯤 수줍게 드러난 두 발끝과 닮아 있다. 치마부에의 성모와 아기예수를 둘러싼 여섯천사는 마치 ‘그림 속 그림’처럼 마쉬코프 작품 속 배경으로 사용된 동양풍 벽면 장식에 그려 넣은 말에 올라탄 6명의 이슬람 상인들로 교체된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초상화 속 인물과 마치 벽지처럼 묘사된 배경이 혼연일체가 되어 마치 하나의 평면처럼 묘사되었던 창작 초기와 달리,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부인의 초상화>에서는 이미 인물과 배경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 점이 한 눈에 들어온다.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마쉬코프의 작품은 사실주의 화풍에 안착하게 된다. 그가 세 번째로 맞이한 부인 마리야 이바노브나의 초상화는 전형적인 사실주의 필치로 그려진 작품이다. 머리칼부터 얼굴 윤곽, 인체의 표현과 비례, 인물 주변의 소품과 옷장식, 부인이 착용한 옷과 주름장식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특별히 눈을 거슬리지 않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초상화 양식을 따르고 있다. 이렇듯 자신의 창작 방향을 사실주의로 전환한 이후, 기존 예술에 대한 부정과 파괴를 부르짖으며 아방가르드 회화 전선의 선봉에 섰던 마쉬코프는 후일 아이러니하게도 소츠 리얼리즘를 대표하는 화가로 일하게 된다. 

<화가의 아내 마리야 이바노브나 마쉬코바의 초상화 (I. 마쉬코프, 1923)>
(출처: https://www.wikiart.org/ru/ilya-mashkov/portret-zheny-khudozhnika-marii-ivanovny-mashkovoy-1923)


이렇듯 세 번에 걸쳐서 일어난 마쉬코프 창작의 변화의 중심에는 늘 그의 ‘새로운’ 여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마쉬코프는 자신의 첫 부인이었던 아렌츠바리와 1905년에 결혼한 이후, ‘황금 양털’, ‘다이아몬드 잭’ 전시회 일원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러시아의 세잔’으로 불릴 정도로 러시아 인상주의와 야수파를 대표하는 화가로 활동했다. 이후 1914년 ‘다이아몬드 잭’ 그룹을 나오고 해외 탐방을 마친 뒤, 1915년 두 번째 부인인 엘레나 표도로브나와 결혼한 마쉬코프는 본격적으로 ‘예술 세계’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또한 이 시기는 마쉬코프가 기존의 창작 성향에서 탈피하여 사실주의로의 전환을 모색하던 과도기이기도 했다. 1922년에는 세 번째 부인 마리야 이바노브나를 맞이했고, 비로소 사실주의 화풍을 안정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으며, 후일 정물화와 소츠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화가로 명성을 굳히게 된다.

마쉬코프는 기존의 상징주의 미학에서 찬미되었던 ‘아름다운 여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복하여 그들을 ‘천상’에서부터 ‘지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다양한 실험적 기법을 구사했다. 이는 단순히 패러디를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상상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연인’을 그려내고 이를 통해 차별화 된 자신의 창작을 완성해나가는 방식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실주의로의 회귀를 통해 마쉬코프의 여인은 허공이 아닌 ‘현실’에 발붙이고, 현실 속 모습과 가장 일치하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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