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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기독교 작사, 이교도 작곡, 노래 “역설적 조화”
분류음악
국가 러시아
날짜2021-06-01
조회수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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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사추세츠의 고든 콘웰대학교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는 기독교(Christianity)로 전 세계 인구의 33.3%를 차지한다. 미국, 브라질, 중국, 멕시코에 이어 러시아는 세계 기독교 신자가 5번째로 많은 나라로 약 1억 1000만명에 이른다.

러시아 역시 988년 키예프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기독교를 수용한 이후 교세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콘스탄티노플로부터 비잔틴 정교회(Orthodox church) 교리를 받아들인 블라디미르 대공은 정치적 통합과 지배구조의 재편을 위해 정교회를 국교화 했지만, 전통적인 농경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린 동슬라브인의 토속신앙과 문화적 전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지정학적, 문화적으로 철저히 고립되어 서유럽에서 거세게 일었던 르네상스의 물결조차 경험하지 못했던 동유럽의 슬라브인들에게는 고대의 초자연적 힘에 기반한 미신과 같은 토속신앙을 근절할 만한 그 어떤 교육도 문화적 인식도, 지적인 경험도 전무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태로 국교인 기독교와 토속신앙이 12세기까지 공존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중신앙(dvoeverie)” 체계 속에서 끊임없는 선교와 포교활동이 진행되었고 13세기 이후 민중들의 토속신앙은 서서히 사라지거나 기독교의 성경과 교리에 직접 간접적으로 흡수되어 기독교적 인물이나 사건, 축제나 기념일 등으로 대체되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슬라브인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흔히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기독교의 행사나 축제는 그 기원이 아이러니하게도 비기독교적인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Christmas)는 성탄절로 흔히 “예수님의 탄생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수님의 탄생일(日)은커녕 태어난 연(年)도 조차도 확실하지 않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대략적으로 BC 6~4세기라고 한다. 이렇듯 성탄절이 이교도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농경생활을 영위하던 고대의 농민들은 태양과 비, 바람, 온도 등 농사와 관련된 자연환경에 민감하게 대처를 하며 살아왔다. 농사에 더 적합한 태양력을 바탕으로 하지와 동지, 춘분과 추분의 시기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그들 나름대로의 자연신에 대한 제사나 의식이 행해졌고, 그에 수반된 축제나 행사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대 켈트족(Celts)은 밤이 가장 긴 동지에 축제를 열었는데, 이는 어두운 밤과 죽음을 상징하는 설인(ice giant)과 빛과 생명을 상징하는 태양신(the Sun god)과의 싸움에서 태양신을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기원제 또는 축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사계절 내내 푸르른 잎을 가진 상록수(evergreen tree)를 집안으로 들여와 장식을 하는 행위가 태양신에 대한 존경과 격려라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이 현재까지 지속되어 현재의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이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주고 받기>


또한 크리스마스에 주고받는 선물 역시 이교도적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태양신을 숭배하던 로마인들은 태양신 Saturn을 기념하기 위해 ‘사투르날리아(Saturnalia)’ 축제를 열었는데, 서로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잔치와 향연을 벌이는 것이 전통이었다. 여기서 ‘선물 주고받기’의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좌. 로마의 태양신 숭배 축제 – Saturnalia / 우. 로마의 사투르날리아>


그리고 어린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겨우살이(mistletoe) 밑에서의 키스’는 로마인들이 풍작을 위해 신성한 겨우살이 아래에서 제사의식을 행한 것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장식의 겨우살이 아래에서는 ‘숙녀에게 누구라도 키스를 해도 좋다’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하지에 행해지던 사투르날리아의 전통이 동지의 크리스마스 전통으로 이어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독교를 박해하던 시대에 기독교 신이 아닌 자신들의 태양신을 숭배하는 사투르날리아를 행하는 척하면서 기독교의 신앙을 지속시켜 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행위들은 ‘태양신(the Sun God)’에 대한 믿음과 숭배사상을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the Son of God)’에 대한 신앙으로 전환하고자 수용했던 이교도적 전통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태양신에 대한 숭배 의식은 동유럽의 슬라브인들에게도 존재했는데, 그것이 바로 “콜랴다(Koliada/koleda)”이다. 슬라브인들의 전통적 의식으로 크리스마스부터 예수 공현축일/주현절(Epiphany)까지 행해지는 태양신 숭배 축제이다.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새벽송 부르기, 선물주고 받기의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콜랴도바니예(kolyadovanie)’라고 한다.

이 밖에도,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축일인 부활절 역시 이교도적 전통에서 시작되었다. 부활절, “이스터(Easter)”란 명칭은 10세기 말/9세기 초에서 6세기 중엽 사이에 존재했고, 이후에 바빌로니아에 편입된 찰데아(Chaldea)의 “하늘의 여신” 아스타르티(Astarte)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시타르(Ishtar)에 기인한다. 일련의 언어학적 변화를 거쳐 현재의 이스터(Easter)가 된 것이다. 이시타르는 사랑과 다산의 여신으로 달걀과 토끼가 그녀의 상징물이다. 토끼는 매년 예닐곱 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에게는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으며, 이 여신을 숭배하기 위하여 달걀을 장식하고 매년 봄 일년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며 축제를 열었던 것이 부활절의 기원이 된 것이다.


<상. 바빌로니아의 여신 이시타르 / 하. 부활절 달걀과 토끼>


동슬라브인들에게는 코모예지차(komoeditsa)라는 가축, 농경의 신, 벨레스(Veles)를 기념하는 축일로 춘분기, 3월 24일경에 행해진다. 시기적으로 봄맞이 축제인 ‘마슬레니차(Maslenitsa)’와 겹쳐 마슬레니차의 일부 행사로 치러지곤 한다. 마슬레니차는 사순절 직전 월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열리는 봄맞이 축제로 금식이 시작되기 전에 만찬을 즐기며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축제이다. 보통 축제기간은 2월말에서 3월초 사이에 행해진다.

낮이 가장 긴 하지(Summer Solstice)에 기념하는 축제는 “쿠팔라의 밤(Kupala Night, Купальская ночь)”이 있다. 쿠팔라는 러시아어 kupat’sja(купаться) “목욕하다, 멱감다”의 의미이며, 특히 ‘물’과 관련된 의식이 많이 존재한다. 물은 ‘비옥함, 다산, 풍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정화(purification)’의 의식을 행한다. 자연이 가장 푸르고 싱싱한 6월 24일(율리우스력)은 성 세례자 요한(St. John the Baptist)의 기념일이다. 그레고리력으로는 7월 7일. 이러한 이유로 “쿠팔라의 밤”이 Ivan-Kupala라는 ‘기독교적 명칭’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날 밤 젊은이들은 ‘새로운 불’로 모닥불을 크게 피워 용기와 믿음을 시험하는 제식으로 불 위를 뛰어 넘는다.


<쿠팔라의 밤 축제, 모닥불 뛰어넘기>


다른 의식으로는 해가 지기 전에 수영을 하거나 신비한 약초를 캐는 것이다. 동슬라브인들은 이 날이 태양과 땅의 기운을 받는 날이라 여겼고 특정 식물이나 약초를 캐는 적기라고 믿었다. 보통 약초는 질병이나 전염병을 막는 부적으로 사용하였다. 이 축제와 관련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일년에 한 번 신비로운 양치식물(fern)이 꽃을 피우는데 그 날이 바로 쿠팔라 축제 전날이라고 한다. 이 신화적 양치식물 꽃은 자신의 주인에게 ‘세상의 보물’과 ‘비밀’을 알려주고 미래를 내다보는 천리안과 악귀를 물리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꽃은 바로 우리가 자주 먹고 좋아하는 ‘고사리’ 꽃이다. 


<백러시아 기념주화에 새겨진 고사리 꽃>


이외에도 번개와 천둥의 신 페룬(Perun)을 기념하는 축제는 “페룬의 날(Perunitsa)”이 있다. 그레고리력으로 8월 2일이며 성경의 예언자 엘리야(Elijah) 축일과 시기상 겹치게 된다. 페룬을 섬기는 행사인 페루니차(Perunitsa) 축제는 ‘로드노베리예(rodnoverie)’라 불리는 신이교도인들에 의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기독교 수용 이전에도 이러한 축제가 실제 행해졌는지는 불분명하다.

마지막으로 모코시(Mokosh)는 키예프 루시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세운 판테온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슬라브인의 대표적인 여신이다. 주로 출산과 가사, 실잣기, 양털깎기 등의 여성과 관련된 일과 사람의 운명을 수호하는 대표적 여신으로 유명하다. 모코시의 어원은 mok- "wet, damp” (젖은, 축축한)로 만물을 소생시키는 물과 영양분으로 해석된다. 모코시를 표현하는 그림과 자수 문양을 보면 아래와 같이 ‘실타래’를 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고 생명을 만들어내는 ‘물’이나 비옥한 ‘자연환경’을 상징하는 여신으로 성경의 성모 마리아, 성녀-순교자 파라스케바(St. Paraskevas)에 해당한다.  


<좌. 모코시 / 우. 여신 모코시(Mokosh) 자수 문양>


성녀 파라스케바(St. Paraskeva Pyatnitsa)는 Mother Friday로 결혼, 출생, 가정, 그리고 ‘물레질’을 수호하는 순교자-성녀로 잘 알려져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녀의 부모는 그리스도 수난일(the Day of Christ's passion)에 태어난 딸에게 파라스케비(Paraskevi)란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의미는 "금요일(Friday)”이라는 뜻이었다. 그리스어 동사 “준비하다(παρασκευάζω )”에서 파생된 단어로 ‘유대인의 안식일(the Jewish Sabbath on Saturday)’을 준비하는 날, 즉 "금요일”을 뜻한다. 슬픔과 고난의 시기를 참고 견디며 기쁨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뜻이다.  


<좌. 성녀-순교자 파라스케바 퍄트니차 / 우. 순교자 파라스케바>


실제 그녀의 일생은 이름이 품은 진정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만든다. 부유한 부모 슬하에서 풍족하게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철학분야에서 재능을 보인 그녀는 유독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였고, 기독교에 대하여 다른 여성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그녀가 20세가 되던 해, 부모를 잃고 많은 재산을 상속 받게 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다른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사용하며 우상을 숭배하는 민중들에게 예수님의 구원을 알리는 헌신적을 삶을 살기 시작하였다. 30세 때에는 로마를 떠나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선교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그리스도교 박해가 한창 때이던 안토니우스 피우스(Antonius Pius) 치하에서 그녀는 기독교 포교활동이라는 이유로 황제에게 소환된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겸손함에 매료된 안토니우스 황제는 기독교를 포기하면 그녀와 결혼하여 황후로 만들어주겠다는 제안마저 거절당했고, 자존심이 상한 황제는 못이 박힌 철모를 씌우고 머리카락에 매달아 손과 발을 지지는 박해를 가했다. 그것도 모자라 기름과 타르가 펄펄 끓는 가마솥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적적으로 고통 없이 편안하게 가마솥 안에 서 있었고 속임수를 쓴다고 생각한 황제는 직접 확인을 하려 가마솥 가까이 접근하다가 눈을 증기에 데고 만다. 그는 화상을 입은 눈의 치유를 하느님께 요청하라고 하였고, 그녀는 기도를 하여 결국 황제의 시력을 회복시켜준다. 시력이 돌아오자 안토니우스 황제는 그녀를 풀어주고 그 이후부터는 전 로마제국의 영토 안에서 박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토니우스 황제가 사망하고 다시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재개되었고 그녀는 끊임없이 선교활동을 행하였다. 결국 그녀는 로마 군사에 의해 처형되는데 그녀가 행한 기적은 죽어서도 계속 되었다. 그녀의 무덤 흙을 만지면 앉은뱅이가 걷게 되고, 귀신이 든 사람도 제 정신이 돌아오며, 불임자도 임신을 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곤 했다. 특히, 안토니우스 황제의 시력을 되찾아준 일화와 얽혀 Paraskeva Pyatnitsa는 눈병을 치유해 주는 순교자로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로 하여금 추모되고 있다.

기독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신자를 가지고 있는 종교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세계에서 5번째로 신자수가 많다. 기독교의 교리와 행사, 축제 등이 선교와 포교 과정에서 특정 지역의 고유한 토속신앙이나 문화와 접목되어 변형되고 발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특히, 동슬라브의 ‘이중신앙’은 이러한 역설적 조화의 근간이 되었다. 유일신 사상을 중요시하는 로마-카톨릭 교회가 한국에 선교활동을 시작했을 때 조상신에 대한 제사와 절을 인정한 것처럼 서유럽 켈트족이나 게르만족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의 토속문화를 기독교의 교리 속에서 아름답게 흡수한 것, 그리고 동슬라브인의 농경에 바탕을 둔 축제들을 기독교 주요행사와 의식으로 수용하여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것은 지혜로운 선교활동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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