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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러수교 30주년: 새로운 10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분류지역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1-06-01
조회수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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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한러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정부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COVID-19’의 습격으로 인하여 기획했던 행사들은 대부분 무기한 연기되거나, 그 중 좀 더 나은 경우 소수의 참석자만 동반하여 소규모 행사로 대체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행히 ‘한러상호교류의 해’가 2021년까지 이어지고, 특별히 2021년에는 대한민국에서 ‘러시안 시즌’이 개최되기에 다소간에 위안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COVID-19’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 탓에 한러수교 30주년은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밋밋한 해로 지나쳐 버린 듯하여 그저 아쉬운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를 따름이다.


<한러수교 30주년 기념 표어 및 로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러수교 30주년에 이르도록, 과연 그 수교의 깊이가 얼마나 진척되었으며 구체적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전문가와 관련 전공자들이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벌써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으로부터 비롯된 답답함이 한러수교 30주년 행사에 대한 아쉬움 못지않게 존재한다.

1991년 수교를 맺음과 동시에 시작된 ‘상호보완적 동반적 관계’는 이후 십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2004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올라섰으며, 4년 뒤인 2008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다. 하지만 소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올라선 2008년 이후 다시금 10년하고도 3년의 세월이 더 흘러갔건만, 한러관계는 그 이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태를 그야말로 ‘전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전략적’ 관계이지만, 별다른 전략이 없는 것이 전략이 되어버린 듯한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면화시켜서 상호 간의 중요도를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정작 그 어떤 곳에서도 ‘전략적 동반자’적 관계를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작금이 상황이 어쩌면 냉정하게 바라본 한러관계의 현주소일지도 모른다.

지난 30년간 한러 양국 간 교역량과 관광객은 25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2014년 한러 간 ‘상호 비자면제협정’을 계기로 상호 방문객 숫자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서 2019년에는 무려 77만 명이라는 숫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가 오일달러의 강세와 더불어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경제 회복 및 성장세에 들어선 2005년을 전후하여 LG전자와 삼성전자, 오리온과 롯데 등 한국의 대기업 역시 모스크바 인근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과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호텔 및 백화점 사업까지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의 현대차 공장> 


하지만 이 같은 기세는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와 작년부터 지속된 코로나 영향으로 인하여 한풀 꺾인 추세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롯데 플라자 모스크바 법인은 2020년 7월 법인청산을 의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신흥시장으로서의 러시아의 잠재력을 포착, 2020년 말에 오히려 제너럴모터스사의 러시아 현지 공장을 인수하여 현재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의 경우, 아직 인구수 대비 가구당 자동차 보유 및 보급률이 낮다는 점에 착안, 현지 점유율 선점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이를 뒷받침 해 줄 생산 라인 확장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2010년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지역에 현대차 러시아 공장 오픈 기념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참석한 바 있다. 대부분 기업 행사에 협력업체나 관련 기업업체 주요 인사 또는 이따금 정부 인사가 참석하기도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해외기업 행사와 오픈식 석상에 참석하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이다. 따라서 이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 더 나아가 자동차 산업을 기반으로 진행될 양국의 경제 협력에 대한 러시아의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 오픈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경제교역량 증가와 양국 간 상호 방문객 증가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러시아와 한국의 일반 국민 간 교류와 이해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거나, 일부 소수의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러시아가 한반도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거론되곤 하는 군사 안보적 중요도 역시 중국과 북한 간의 밀월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 영향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그렇다면 정말 러시아와 한국은 계속 이렇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 같은 ‘외교적 거리 두기’ 혹은 ‘문화적 거리 두기’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일까? 3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한국인들에게 러시아는 세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공산주의’ 국가 혹은 ‘공산주의’ 국가의 후예들로 공공연히 규정되면서 ‘러시아=소련’이라는 등식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삼성, 엘지, 방탄소년단 외에 실제로 한국 문화와 ‘접촉’ 기회가 없었던 대부분의 러시아인 사이에서 중국, 일본, 한국의 문화가 서로 구분되지 못한 채 공유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까? 앞으로 10여 년 후, 한러수교 40주년 기념행사가 거행될 즈음 지금과 달라진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양국 간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국가 간 교류에 있어서 수치로 입증되는 교역이 먼저인가, 혹은 정서적 교감을 통해 점차 다양한 분야로 그 교류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상대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먼저인가에 대한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해묵은 논쟁처럼 비춰진다.

유럽의 경우, 정치경제 통합을 표방하면서 1994년 ‘유럽연합’을 출범시켰다. 당시 정치경제 통합을 우선한 뒤에 자연스러운 문화공동체 실현을 추구한다는 것이 ‘유럽연합’의 모토였지만, 이미 그들 간에는 ‘기독교 문화권’이라는 암묵적인 문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에, 유럽연합이 정치경제를 우선하는 공동체로 결성되었다고만 보기는 힘들 것 같다. 한편 정치, 경제적 차원에서의 통합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에,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조건이 출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공동체로부터 이탈하려는 성향을 지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호 간의 문화적 이해도가 높은 국가들 사이에서는 동일한 상황에서도 충분히 더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러관계 역시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 정치적, 경제적, 군사안보적 이슈에만 집중하고, 그 이슈가 잠잠해질 때면 다시금 양국 간의 관계는 소원해지기를 반복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교류 역시 적극적인 ‘접촉’의 차원에서 이루어졌기보다는 ‘공식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문화 예술공연을 위주로 이루어져 왔기에 더욱 적극적인 교류를 위한 교두보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양국 국민이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국가이미지’ 개선, 더 나아가 상대국 문화에 대한 정부와 공공기관 주도의 ‘공식적’ 행사 너머로 개개인들의 관심과 이해가 더욱 확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적, 정치적 교류 확산 이후 문화적 차원에서의 교류 형성보다는 오히려 역으로 문화적 공감대, 정서적 연대가 선행된 이후 정치적, 경제적 교류가 더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점도 한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모든 삶의 축이 이동하고 있는 현재, 향후 한러 양국의 교류와 미래를 이끌 세대는 다름 아닌 디지털로 무장한 Z세대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 문화에 개성과 자유라는 새로운 물결이 일렁이던 중심에 ‘X’세대가 자리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소위 ‘Z’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나날이 급변하는 디지털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한국전쟁, 새마을 운동, 민주화 운동 같은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자, 동시에 구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에 태어난 세대이기도 하다. 즉, 수업이나 기타 매체 등을 통해서 구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약사를 배웠고, 이들이 태어난 시점에는 이미 ‘새로운’ 러시아가 형성되고 있거나 혹은 이미 형성된 시기에 해당하므로, 구소련의 연장 선상에서 러시아와 소련의 이미지를 중첩하여 받아들이는 구세대와 달리 적어도 소비에트와 러시아를 분리하여 수용이 가능한 세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2020년도에 중앙대학교 외국학연구소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는 이러한 예측을 정확히 빗겨나갔다.

비전공자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공산주의, 마피아, 보드카, 시베리아(추운 나라) 등의 부정적 키워드와 결합되어 연상되는 나라였고, 문화예술 부문에서는 차이콥스키와 톨스토이 그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러시아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이해도는 매우 낮았다. 그나마 긍정적인 지표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러시아가 보유한 에너지 자원, 철도 등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인데, 이 또한 비단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역시 러시아와 연관지어 떠올릴만한 키워드 중 하나이므로 냉정하게 말하면 Z세대만의 특별한 관심과 시선으로 돌리기는 힘들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이루어진 한-러 교류의 비대칭성 역시 구세대는 물론 Z세대에게도 현대 러시아 및 그들의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데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러시아의 경우 주로 20세기 전반까지의 고전과 클래식 콘텐츠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라와 발레 내한 공연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시도해왔고, 한국의 경우 역시 태권도와 전통 고전무용을 앞세워서 러시아인들에게 자국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엄격하게 말해서 태권도와 고전무용 공연은 다분히 일회성 이벤트적인 측면이 강하다. 물론 고전무용의 경우, 어떤 레퍼토리를 갖추는가에 따라 좀 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공연되는 대부분의 한국 공연예술 콘텐츠가 ‘부채춤’, ‘장구춤’, ‘사물놀이’ 등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역시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그 신선한 매력이 반감되기 마련이며, 해당 공연의 ‘최초관람자’에게만 그 매력도가 증가한다는 점을 철저히 수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히려 한국의 고전 콘텐츠보다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현대적 콘텐츠가 러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무대에서 그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크다. 특히 앞으로의 문화교류를 이끌어나갈 Z세대의 경우,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한 이끌림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대한 매력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이들은 방탄의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부르기 위해 무작정 한국어 사이트에 들어가 가나다라를 배우기 시작하고, 그 후 그들의 춤사위를 따라하기 위해 유투브 채널에 접속한다. 이후에는 그들의 패션, 마인드에 감탄하며 단순한 모방 단계를 넘어서서 한국을 방문하여 방탄을 직접 대면하게 될 날을 꿈꾸게 되고, 결국엔 한국의 다른 팝그룹과 한국 문화 그 자체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수순을 밟아나가곤 한다. 이는 1980년대 중반 향후 ‘X세대’라 불리게 될 이들이 AFKN과 MTV를 통해 비춰지는 해외 팝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고, 명동 주위를 돌면서 해외 팝 잡지를 사들이고, 그들의 노래 가사를 해석하고 따라 하다가 종국에는 그들의 모습을 따라잡기 위해 멀쩡한 청바지에 톱질을 해대어 구멍을 내고,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드와 헐리우드 영화에 열광했던 모습과 별다를 바가 없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였고, 이제는 해외여행은 일상화된 지 오래이며 국경이 무색해지리만큼 온라인상에서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가상 체험까지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발 각국의 이동금지령과 자가격리 지침으로 인하여, 해외 방문이 어려워진 현재, 각 국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문화콘텐츠 보급과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바, 이즈음에서 다시 한번 Z세대가 주역이 되어 이끌어 나갈 한러 간 새로운 시대 개막을 위해, 이에 앞서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낼 지속가능한 문화교류를 ‘온택트’ 상에서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러시아나 한국 양국 간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문화 이식이나 보급, 확산이 아닌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는 어쩌면 양국의 문화 특성을 담지하고 있는 기존의 고전 콘텐츠가 아니라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콘텐츠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음악 분야에서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열광하고 있는 힙합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한국 간 힙합 배틀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경연 프로그램의 국가별, 시즌별 운영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독보적이다시피 한 ‘아이돌’ 양성 에이전시의 노하우를 러시아에게 전수하거나 혹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여 아이돌 양성은 물론 다양한 공연 기획 및 운영에 관한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게임산업’ 역시 양국의 Z세대를 겨냥한 문화교류 및 문화공감대 형성에 맞춤형 콘텐츠라 할 수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유명한 프로게이머들 간 상호 초청 및 정기 대전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특별히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액션 및 전략형 게임 마니아들을 한 자리에 집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게이머들이 구사하는 전략분석을 위해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순간이 바로 한러 청년들 간의 문화교류를 위한 새로운 기반 조성이 이루어지는 때라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한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상대국과의 성공적인 교류를 위하여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점은 다름 아닌 상호 간 공감대 형성과 교류의 대칭성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기존에 너무나 당연히 진행됐던 한러 양국 간 문화교류 양상과 그 틀을 Z세대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2020년과 2021년이 ‘한러상호문화교류의 해’로 지정되면서 ‘COVID-19’로 인하여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한러수교 30주년 행사의 아쉬움을 올해 다소나마 달랠 수 있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특별히 2021년은 한국이 러시아 문화부에서 주관하는 ‘러시안 시즌’ 개최국으로 지정됨으로써 러시아 문화예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에 알릴 길이 열려서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 우연히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러시안 시즌’ 행사를 검색하던 중에, 갑자기 ‘코리안 시즌’으로 키워드를 넣으면 어떤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지 궁금한 마음에 얀덱스 검색창에 ‘Korean Season’을 넣고 검색을 시도해보았다. 예상대로 한국 문화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고, ‘한국에서 관광하기 좋은 날씨’, ‘한국의 사계’ 등에 관한 기사만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우리나라가 러시아처럼 정부 차원에서 ‘코리안 시즌’이라는 포맷을 만들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 않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한국의 검색엔진에 ‘코리안 시즌’을 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예상대로 온통 프로 야구 이야기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한러 상호문화교류의 해’로 지정되었으니 한국이나 러시아 검색엔진 내에서 ‘러시안 시즌’에 상응하는 모종의 ‘코리안 시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 다소간에 기대하였건만, 현실은 기대를 저버렸다.

이번에는 네이버 초록창에 ‘러시안 시즌’이라는 키워드를 넣어보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01년 한국에서 열리는 ‘러시안 시즌’에 대한 기사는 1페이지에 단 1건, 그것도 국내 주요 언론사가 아닌 ‘세계한인신문’을 통해서 나온 기사였다. 그 외에는 2015년도에 ‘러시안 시즌 인 서울’ 이라는 테마로 열린 바이올린과 피아노 협주 공연에 대한 기사 1건이 전부였다. 그래도 ‘한러 상호문화 교류의 해’라는 검색어는 꽤 많은 기사를 쏟아냈지만, 그 역시 3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4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이미 다른 기사들에 의해 뒤덮여버렸다.

이쯤 되면 이제 러시아 검색엔진에서 ‘러시안 시즌’에 대한 기사는 얼마나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올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예상한 것처럼 ‘러시안 시즌’에 대한 검색 결과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러시안 시즌’은 일반 인터넷 검색창에서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브콘탁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서브 소통창구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러시아는 이미 디지털 시대를 위한 문화홍보 전략을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브콘탁테 상의 ‘러시안 시즌’ 페이지>


인터넷을 검색할 때 어떤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로 나오곤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러시아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러시안 시즌’이라는 키워드를 선점하여 세계 각국에 러시아 문화를 홍보하는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세종 학원’이라는 문화홍보창구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대한민국 밖에서 과연 몇 명의 외국인이 ‘세종대왕’을 알 것인가? 게다가 ‘러시안 시즌’이라는 키워드 속에 포함되는 ‘러시안’이라는 형용사와 연관 검색어를 통해 검색자는 ‘러시안 시즌’이라는 행사에 관한 정보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확장 정보를 섭렵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민관협동으로 ‘사이버 홍보문화단’ 창설에 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반크’ 역시 이와 유사한 활동을 하는 단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크’의 활동은 문화홍보 그 자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에 관한 잘못된 정보, 오류를 바로잡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반크와 그 역할이 차별화되는 기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사이버 공간 내에서 한국의 문화를 그야말로 ‘조직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관 창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러시아의 문화홍보 방식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러상호교류의 해’의 경우, 그 메인 문구 외에도 이와 관련하여 혹은 설령 올해가 ‘한러상호교류의 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검색 경로를 통하여 그 행사와 관련된 사이트로 유입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대국에 대한 문화적 호기심을 촉발시키는 것은 물론 양국 간의 문화교류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 이것이 어쩌면 디지털 시대와 온택트 시대를 맞이하여 전략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작년에 이미 한러수교 30주년이 지나갔으니, 이제 한러수교 40주년까지 채 10년이 남지 않았다. 한러수교 40주년에는 단순히 40주년만 기념하는 일회성 행사보다는 31주년부터 40주년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양국 간의 교류 성과가 집대성되고, 이것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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