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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리틀 빅(Little Big)을 아시나요?
분류대중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1-05-03
조회수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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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계 역사에서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마도 전염병의 여파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기억에 상처를 낸 한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이동과 만남에 제약이 생기니 나라 간 이동과 국제 행사는 상당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국가 정상 간 및 외교적 만남은 이어졌지만 민간의 이동은 극히 제약되고 위축되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도 그 중 하나로 음악 애호가들에게 실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혼자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어도 좋지만 성능 좋은 앰프를 갖춘 콘서트 장에서 주변 관객들과 함께 환호하며 또는 가수와 직접 소통하며 듣든다면 그 울림이 배가 되는 법인데 말이다. 음악이란 것이 ‘멜로디가 좋아서’, ‘노랫말 의미가 좋아서’ 듣는 이유도 있겠지만 음악을 들을 당시의 기억과 추억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인데 하늘도 무심하게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이런 기회를 앗아갔다.
 

리틀 빅의 시작 

2020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취소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 이유들 가운데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러시아의 밴드 ‘리틀 빅(Lttle Big)’의 유로비전 무대를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리틀 빅은 러시아에서도 성(性)의 주제와 사회풍자를 주저없이 드러내는 도발적인 레이브 밴드로 꼽힌다. 그룹의 시작은 일리야 프루시킨(Илья Прусикин)으로부터 시작된다. 치타(Чита)에서 태어난 일리야 프루시킨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하여 이곳에서 음악학교를 다니며 포르테피아노를 배웠다. 유튜버 ‘일리치(Ильич)’로 알려져 있던 그는 2013년 4월 1일 만우절을 기념삼아 친구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촬영한 비디오 클립 «Every Day I’m Drinking»을 인터넷에 게재한다. 그렇게 유튜브 비디오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고 뜻밖의 반응과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그룹으로서 리틀 빅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밴드 명칭은 구성원 간의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초창기 멤버가 연골무형성증(왜소증)이라는 희소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 2명과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큰 남성 2명(일리치의 키는 165cm라고 한다)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고 큰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밴드를 리틀 빅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구성원으로 보나 음악으로 보나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규격이라는 틀에 끼워 맞추지 않는, 정형화를 탈피한다는 점에서 그룹의 이름은 여러의미를 갖는다. 보컬을 맡았던 안나 카스트(Анна Каст, 1982~2021)와 올림피아 이브레바(Олимпия Ивлева)는 또 다른 삶을 찾아 각각 2014년, 2018년에 그룹을 떠났다. 현재는 리더이자 프론트맨 일리야 프루시킨(이하 일리치), 백보컬 사운드 프로듀서 세르게이 마카로프(Сергей Gokk Макаров), 백보컬 및 기타 담당 안톤 리소프(Антон Лиссов), 보컬 담당 소피아 타유르스카야(Софья Таюрская)로 4인 체재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very Day I’m Drinking» 비디오 클립의 한 장면.
초창기 멤버 올림피아 이브레바, 안나 카스트(앞)와 일리야 프루시킨(뒤)>


리틀 빅은 정규 앨범 4개(With Russia From Love, Funeral Rave, Antipositive Pt. 1, Antipositive Pt. 2), 미니 앨범 3개(Rave On, Skibidi, Go Bananas) 그리고 20역 개의 싱글 앨범을 그동안 선보여 왔다. 제목과 더불어 대부분 노래 가사는 영어다. 여기에는 활동 범위를 러시아로 국한시키는 게 아닌 세계로 뻗어나가고 싶어했던 리더 일리치의 의도와 야망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나라 사람이 바라보는 러시아라는 관점에서 노래의 의미나 시각적 이미지가 구성되기도 한다.

풍자적 예술 콜라보를 지향하는 밴드답게 노래와 함께 시각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뮤직비디오와 같은 비디오 클립과 공연에서의 퍼포먼스를 통해 청중들에게 그들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들려줄 뿐만 아니라 보여주기도 한다. 2013년 데뷔한 이래로 알리나 파조크(Алина Пязок) 감독이 밴드의 비디오 클립 제작을 도맡아 해왔다. 다소 기괴하지만 개성있고 재미있는 뮤직비디오 영상이 그녀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밴드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 직접 등장하는데 단순히 입동작을 맞추거나 간단한 제스쳐를 취하는 것을 넘어 제법 영화같이 대사까지 읊조리며 연기도 한다.


러시아적 정체성
 

세계를 무대로 국제적인 가수로 우뚝 서기를 표방한 리틀 빅이었지만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외면하지 않았다. 데뷔곡인 «Every Day I’m Drinking»(2013)은 미래가 없는 러시아에서 매일 보드카에 쩔어 산다는 자조적인 성격이 강한 곡이다. 뮤직비디오에는 러시아 국기, 전통의상, 곰, 러시아식 목욕탕 바냐, 마트료시카, 발랄라이카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상징들로 점철되어 있다. 약간 변조된 형식의 테트리스의 주제가까지 틈새에 입혀 놓았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긴박한 비트 전개와 괴기스런 장면들의 빠른 화면 전환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오싹한 기분까지 들게한다. 영상은 즉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러시아를 폄하하는 의도가 불순한 영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러시아의 과거 또는 현재의 모습을 ‘순한 맛’ 풍자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디오 클립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리틀 빅은 대중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다음으로 러시아의 색채가 진하게 풍기는 곡은 «Give Me Your Money»(2016)다. 노래 자체는 ‘돈을 줘’라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비디오 클립과 함께 보면 러시아 물정에 어두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탕 뜯어보려는 러시아인부터 시작하여 여느 평범한 나쁜 패거리들의 돈 달라는 위협, 돈으로 뭐든 다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진다.

비디오 클립은 일리치가 에스토니아 출신 랩퍼 토미 캐시(Tommy Cash)를 러시아로 초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러시아가 위험하다며 권총을 챙겨온 토미 캐시에게 일리치는 우리는 아기였을 때부터 총을 지니고 다닌다며 아기가 자신의 몸짓만한 총을 손으로 잡고 있는 사진을 들이민다. 탱크 옆에서 위압적인 태도로 손님을 맞이하지만 그래도 소금과 빵으로 손님을 환영하는 관습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훌리건의 모습으로 러시아를 보여준다는 일리치를 따라 토미 캐시의 ‘매운 맛’ 러시아 여행기가 시작된다. 토미 캐시는 러시아 문화의 정수를 느끼고 난 뒤 러시아 여성과 결혼하는 나름 그로서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러시아 사람들이 무서워서 권총을 가져오더니 이제는 완전히 러시아화되었나 보다. 영상의 말미에 일행과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에서 일리치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이제 에스토니아는 러시아를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더니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로 초대를 한다. 미국의 에미넴에게...!  


<«Give Me Your Money» 뮤직비디오 장면들>


위의 곡와 함께 정규 2집 수록곡인 «Polyushko Polye»는 동명의 러시아 가곡을 다시 재해석한 곡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Полюшка Поле»는 들판을 가로지르며 용맹하게 달리는 적군 기병의 모습을 바라보는 농촌 처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곡이다. 적진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기병대의 리드믹컬한 말발굽소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조화를 이룬다. 뮤직 비디오는 러시아 각지 자연의 모습을 담은 영상 클립들로 이뤄져 있다. 영상은 일반인들이 찍어서 보내준 비디오를 토대로 편집하여 만들어졌다. 하이 앵글로 광활한 들판, 푸르른 숲과 나무, 잔잔한 강물 등 아름다우면서도 격동적인 자연을 표현해 냈다. 말발굽 소리를 형상화한 일렉트로닉 리듬 속에서 흰 옷을 입고 드넓은 평야를 멀찍이 바라보며 담담하게 노래하는 리틀 빅과 고요하면서도 광활한 대자연,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미장센 배치가 합쳐지며 잇따른 혁명과 전쟁으로 굴곡있는 역사를 겪었지만 아픔과 역경을 딪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러시아라는 나라를 여실없이 보여주는 것만 같다. 


<«Polyushko Polye» 뮤직비디오 장면 중에서>


세계 속으로
 

2018년 가을에 나온 «Skibidi»는 특이한 춤으로 유명세를 탔다. 뮤직비디오에 춤동작들이 선보여졌는데 발매한 이후로 꾸준히 조회수를 기록해오다 2020년 4월 기준 유튜브 4억 뷰를 돌파하며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영상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땐 ‘어디 나라 말인거지?, 무슨 말이지?, 무슨 뜻인거지?’ 등 궁금증이 난무했는데 ‘스키비디’는 작사·작곡을 한 일리치가 리듬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춤은 앞니를 훤히 드러내 보이며 입만 웃은 채 신나는 리듬에 맞춰 팔과 다리로 단순하지만 역동적인 몸짓을 보여준다. 일리치는 뮤직비디오 감독 알리나 파조크와 함께 한 인터뷰 자리에서 불과 10여 분 정도의 짧은 순간에 후렴구에 맞춰 추는 이 동작을 짜게 되었다고 밝혔다. 주먹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찌르며 그에 맞춰 다리도 번갈아 가면서 무릎으로 하늘을 찌르는 춤은 리드미컬한 노래와 더불어 수탉, 개,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포함한 각종 효과음과 섞이며 단순반복적인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리치는 «Skibidi» 활동 준비를 하면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수월하게 마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의외의 난관에 봉착했다고 한다. 전문 댄서들이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몸짓으로 구성되어 있는 동작들을 따라하기 어려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리치는 댄서들에게 잘 추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나무같이 뻣뻣하게 춤을 추라고 주문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신곡이 발매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스키비디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다. 복잡하지 않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동작들이여서 그런지 앞다투어 스키비디 춤을 추는 영상을 게시한다. 한때 국내에서도 클럽이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Skibidi»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고 SNS를 통해 스키비디챌린지 바람이 불기도 했다. ‘리틀 빅’이라는 그룹은 몰라도 «Skibidi»의 멜로디는 아는 사람들이 많을 걸로 안다. 언어의 장벽없이 즐길 수 있는 ‘춤’을 통해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Skibidi» 비디오 클립 중에서>


<스키비디챌린지 틱톡 영상 모음 썸네일>


«Uno»는 2020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참가를 위해 발표한 곡이다. 이번 곡도 멜로디 구성과 리듬 그리고 뮤직비디오가 돋보인다. 찢어지는 사운드는 많이 배제하고 팝 펑크의 느낌을 더 살렸다. 전반적으로 통통 튀는 밝은 느낌의 노래다. «Uno» 비디오 클립은 1970년대로 회귀한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꽉 끼고 무릎 아래부터 헐렁하게 떨어지는 바지를 입고 주어진 개인 반경 안에서 절제된 동작을 취한다. 시종 일관 웃고 있는 입으로 웃상을 관철했던 «Skibidi»와는 달리 «Uno»에서는 진지한 표정에 그렇지 못한 동작, 일명 한국에서 ‘개다리춤’로 알려져 있는 춤을 춰 코믹한 효과를 배가시켰다. 독특하면서도 웃긴 개다리춤은 해외에서 반응이 좋았다. 개다리춤은 뭐랄까 한국에서는 필자도 어렸을 적부터 머리 위로 양손으로 쓸며 췄던 역사가 유구(?)한 춤이거늘 그와 비슷한 춤을 러시아인이 추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원조는 한국인데...’, ‘한국인이 추는 걸 어디서 봤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개다리춤 원조’를 인터넷에서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Uno»는 알려져 있다시피 스페인어로 ‘1(하나)’이라는 숫자를 가리킨다. 유로비전에서 우승을 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었던 걸까. 매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개최에 앞서 유튜브에 참가자들의 뮤직비디오가 선공개되는데 여기서 «Uno»가 압도적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리틀 빅 밴드는 단숨에 우승 후보 반열에 올랐다. 고지가 바로 코앞이었는데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공연 자체가 취소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치닫는다. 야심차게 준비했을 공연을 무대에 세워 보지도 못하고 물러서게 되었다. 리틀 빅 측은 아쉽지만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Uno» 뮤직비디오 중 무릎 춤을 추는 리틀 빅 밴드>


리틀 빅 밴드의 디스코그래피를 보고 있노라면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진부한 표현이 통용될 수 있는 그룹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러시아적인 색채로, 어쩌면 추하고 나쁜 모습도 인정하고 가감없이 들춰내었다는 점에서 동시대 유럽인들도 반응하지 않았을까. 물론 대중성있는 멜로디와 노래 구성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유럽에서 유명해진지는 꽤 되었고 이제는 미국과 아시아 국가에서도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리틀 빅 그룹의 활동기를 자의적으로 구분하여 보았는데 아직 진행형인 앞날이 창창한 밴드이기에 활동 이력은 더 다채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너무 하드코어적인 록음악이 아닌 레이브와 팝을 적절하게 섞은 점, 노래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영상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가를 막론하고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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