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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세기의 발레리나 디아나 비쉬뇨바의 새로운 도전들
분류공연예술
국가 러시아
날짜2021-05-03
조회수288
첨부파일


지난 4월 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재한 영화관 렌필름에서는 크로스-미디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댄스 필름 “슬레폭(Слепок)”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 영화는 예술영화 감독 안드레이 실베스트로프(А. Сильвестров, 1972~ )가 메가폰을 잡고, 디아나 비쉬뇨바 재단과 악세노프가 재단 그리고 푸슈킨 국립 미술박물관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이 댄스 필름은 푸슈킨 국립 미술관의 다섯 시대(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고대의 죽음, 중세, 르네상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된 각 전시장에서 디아나 비쉬뇨바(Д.В. Вишнёва, 1976~ )와 함께 5명의 안무가들과 5명의 작곡가들이 그 시대의 특징들을 몸짓 언어와 음악으로 표현하고 이를 영화화 한 크로스 미디어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으며 댄스 필름의 주인공인 디아나 비쉬뇨바는 2007년 러시아 국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넘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리나 중 하나이다. 그녀는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도 은퇴라는 말이 무색하게 러시아 발레의 아이콘으로 클래식 발레와 컨템포러리 장르를 넘나들며 무용수, 댄스 페스티벌 예술감독, 교육자로서 공연예술계 뿐만 아니라 패션계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0년 본인의 이름을 걸고 발레를 비롯한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한 비영리 재단인 디아나 비쉬뇨바 재단(Diana Bishneva Foundation)을 설립하였고, 재단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에는 컨템포러리 댄스 페스티벌인 페스티벌 컨텍스트(Context)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발레아카데미 스튜디오 컨텍스트(Studio Context)를 개설하여 후학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댄스 필름 슬레폭(Слепок)>의 사이트의 메인페이지>
출처: film-slepok.ru


세기의 발레리나 디아나 비쉬뇨바

디아나 비쉬뇨바(Д.В. Вишнёва)는 1976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생하여 1995년 바가노바 발레학교를 졸업하였다. 졸업 직전 해인 1994년에 발레계의 대표 콩쿠르인 로잔발레콩쿠르에서 클래식 작품 “코펠리아”와 컨템포러리 작품 “카르멘”으로 우승을 거머쥐고 이와 함께 마린스키 발레단 연수단원으로 발탁되어 그 실력과 예술성을 인정받았고, 졸업과 동시에 바로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하였다. 1996년은 그녀에게 최고의 해였다. 최고의 발레 무용수에게 수여되는 브누아 드 라 당스와 황금조명(Золотой софит) 상을 수상하며,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 1년 만에 이례적으로 주역무용수로 발탁되었다. 이와 함께 볼쇼이 극장에서 데뷔하며 현재까지 볼쇼이 발레단의 객원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다. 2005-2017년까지 아메리카 발레시어터(ABT)의 주역무용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녀는 세계적인 러시아와 미국의 발레단의 주역무용수로 활동하며 클래식 발레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컨템포러리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 마츠 에크(Mats Ek), 한스 반 마넨(Hans van Manen), 장-크리스토프 마이요(Jean-Christophe Mailot),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 카롤린 칼송(Carolyn Carlson) 등과 함께 작업하였다. 그리고 마이야 플리세츠카야(М. М. Плисецкая, 1925-2015)에 이어 두 번째로 모리스 베자르(Moris Bejart)의 “볼레로”를 공연한 러시아의 대표 발레리나로 꼽힌다.

<모리스 베자르 안무의 “볼레로”에서 춤을 추고 있는 비쉬뇨바>
출처: https://peterburg2.ru


발레리나들의 은퇴는 다른 장르의 무용수들에 비해 매우 빠른 편이다. 지난 세기에는 30대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발레리나들이 은퇴를 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었다. 발레 예술이라는 것이 아름답지만 토슈즈를 신고 공기처럼 가벼운 몸짓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위해 몸을 혹사시키기 때문에 그 은퇴가 빠른 이유 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발레리나들은 진통제의 도움 없이는 무대에 서기 힘들고, 아침마다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를 때면 그러한 고통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대에 서는 매력은 압도적인 것 같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맞아 인류의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인지 최근에는 발레리나들의 은퇴시기도 점점 늦춰지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주역무용수로 활동했으며, 현재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인 강수진도 50세를 앞둔 2015년과 2016년에 한국과 독일에서 은퇴공연을 가졌다. 어쩌면 디아나 비쉬뇨바도 향후 은퇴를 대비하여 발레예술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그녀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디아나 비쉬뇨바 재단 홈페이지 메인화면>
출처: https://dianavishneva.com/


디아나 비쉬뇨바 국제 댄스 페스티벌과 댄스 스튜디오, 컨텍스트(Context)

2013년부터 디아나 비쉬뇨바는 러시아 춤의 세계화라는 글로벌 미션을 염두에 두고 디아나 비쉬뇨바 재단사업의 일환으로 국제 댄스 페스티벌 컨텍스트(Context)를 매년 개최하기 시작했다. 디아나 비쉬뇨바 국제 댄스 페스티벌은 두 가지 큰 행사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젊은 안무가 콘테스트이고, 두 번째는 장르불문, 국적불문, 나이불문의 비디오 심사를 통과한 단체 또는 개인들에게 공연의 기회가 주어지는 “컨텍스트 오픈”이다. 개최되는 행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댄스 페스티벌의 목적은 러시아 컨템포러리 안무의 수준을 높여서 세계적인 흐름과 그 맥락(Context)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사실 러시아 클래식 발레의 높은 명성과는 정반대로, 유럽의 댄스계의 주요 흐름인 컨템포러리 부문에서 러시아는 전혀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페스티벌은 관객들이 춤의 언어를 이해하도록 돕고, 컨템포러리적 안무를 형식뿐만 아니라 안무가와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 또한 중요하게 조명하고자 한다. 즉, 본 댄스 페스티벌의 주요 목적은 다양한 연극과 영화 포스터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이렇듯 디아나 비쉬뇨바는 댄스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러시아 컨템포러리 댄스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7년 노바야 갈란지아섬에 발레 무용수들을 양성하기 위한 발레 아카데미 스튜디오 컨텍스트를 오픈했다.


<스튜디오 컨텍스트에서 발레를 가르치고 있는 비쉬뇨바>
출처: 스튜디오 컨텍스트 홈페이지(https://studiocontext.ru)


댄스 필름 프로젝트, 슬레폭(Слепок)

댄스 필름 “슬레폭”은 시각예술, 현대무용, 현대음악 및 영화를 결합한 크로스 미디어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의 주요 주제는 다양한 형태의 동작을 만들어내는 인체이며, 푸슈킨 박물관 공간은 창의적인 실험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되었다. 언어로부터 해방되거나, 조각으로 얼어붙어 있거나, 춤을 추며 움직이는 몸은 서유럽 문화의 역사와 함께 운율이 맞는 주제를 재해석하게 한다.

푸슈킨 박물관과 세계 문화를 대표하는 주요 기념물은 “슬레폭” 컬렉션을 통해 프로젝트를 위한 독특한 세트 디자인 효과를 주었다. 영화에 구현된 각 장면들은 영화를 위해 선택된 박물관 전시실의 미술 시대와 관련된 시각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선정된 안무가들은 해당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고 예술 작품을 접할 때 발생하는 감각을 몸의 언어로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그들의 작업에서 그들은 주제를 조형적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동작들을 구성했다.


<댄스 필름 “슬레폭”에서 연기하고 있는 비쉬뇨바>
출처: Voci dell Opera


이러한 예술적 탐색의 과정에서 러시아의 젊은 감독 안드레이 실베스트로프,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컨텍스트 페스티벌에서 선정된 젊은 러시아 안무가 콩쿠르의 결선 진출자들 그리고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고대의 죽음, 중세, 르네상스의 다섯 시대로 직접 뛰어들어 매번 자신만의 해석으로 시대의 특징을 만들어 나갔다. 춤과 음악은 홀의 공간, 주제별 내용 및 역사적 맥락과 상호작용에서 만들어졌다. 촬영 감독은 단순히 춤추는 장면을 녹화하는 것이 아니라 안무의 특성을 잘 표현하면서도 이를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며 댄스 패턴을 촬영했다. 따라서 동작과 형태는 카메라의 렌즈와 각도에 의해 강조되었다. 이러한 시각적 변화는 관객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영화에서는 각 시대 별로 5명의 안무가들이 작업했는데 고대 그리스는 콘스탄딘 세묘노프가 신고전주의와 가가 스타일; 고대 로마는 안드레이 코롤렌코가 플로어 워크 스타일; 고대의 죽음_ 알렉산드르 프로로프와 안나 세클레이나가 컨택트 즉흥 스타일;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중세시대는 리리야 부르딘스카야가 군무형태의 퍼포먼스를; 마지막 르네상스 시기는 안나 세클레이나가 시청자를 혼돈의 상태에서 끌어내어 시간을 관통하여 통시적인 여행이 시작된 미적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현대의 아담과 이브가 마치 우주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자신을 발견하고 잠시 조각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으로 변했다가 다시 동시대로 돌아오는 컨템포러리 스타일론 영화의 대단원을 마무리한다.


<댄스 필름 “슬레폭”의 각 시대별 춤들. 고대 그리스, 고대의 죽음, 중세, 르네상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출처: Voci dell Opera


감독 안드레이 실베스트로프는 다음과 같이 이 영화를 설명한다. “우리는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여행한다. 매 시대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특징적인 몸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형태는 당시의 미학 뿐만 아니라, 정치 그리고 세계의 구조에 관한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표현했다. 예를 들어 <디오니소스의 춤>은 한 번에 롱테이크로 촬영하였고, 중세시대는 8대의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비쉬뇨바는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시대를 넘나들며 에우리디체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오르페우스가 되어 가이드역할을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인 푸슈킨 박물관은 21세기 합성예술의 이미지가 들여다보는 마법의 구슬과 같은 역할을 한다.” 

댄스 필름 “슬레폭”은 미래를 투영하면서 현재를 보는데 도움을 주는 역사의 기억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제작된 댄스 필름 “슬레폭”은 러시아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각 시대별 특징을 몸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발상도 좋았지만, 러시아 관객들이 공연예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던 매우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비쉬뇨바 효과로 비쉬뇨바만이 할 수 있었던 행보가 아닌가 싶다. 러시아 발레를 넘어 컨템포러리 댄스의 저변확대와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하는 비쉬뇨바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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