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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러시아, ‘방구석 미술관’ 전성시대를 열다!
분류회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0-11-02
조회수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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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2~3달이면 상황종료 될 줄 알았던 ‘코로나 사태’가 이제 머지않아 1주년 기념식을 거행할 태세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가 여간해서 줄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다가오는 11월의 2차 팬데믹 현실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듯이,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는 한편으로는 기껏해야 80㎚에 불과한 바이러스 입자에 노출된 이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속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인류의 무기력한 모습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는 랜선 문화의 활성화와 더불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새로운 문화공간 구성을 확연히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새로운 문화공간 창조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나라 중 하나는 바로 러시아이다. 불과 20 여년 전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러시아에서 인터넷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동시에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광랜’ 시대가 열리고 있었기에, 한국의 인터넷 속도를 즐기다 러시아의 한참 뒤떨어진 인터넷 환경 속에서 뭔가를 작업하려면 그야말로 속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지금은 사라지고 그 형체조차 가물가물한 ‘모뎀’ 방식으로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특히 기숙사처럼 사용자가 많은 장소에서 인터넷에 한 번 접속하려면, 살짝 과장해서 그야말로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운 좋게 인터넷에 접속했더라도, 역시 이용자 수가 몰리는 시간에는 겨우 연결해 놓은 인터넷이 계속 끊기기 일쑤였고, 게다가 그 와중에 누가 집으로 전화라도 할라치면 거의 99.9% 인터넷이 끊기면서 “따르릉~”하는 경쾌한 전화벨 소리가 울리곤 했다. 당연히 그 전화를 건 주인공을 욕을 바가지로 먹기 일쑤였다.

이랬던 러시아가 2010년을 전후하여 획기적으로 인터넷 환경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의 센터에 위치한 키타이-고로드와 굼 백화점 뒷길에 피시방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공용 장소에 와이파이를 설치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하철에서도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기특한’ 환경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즐긴 해외 원정단 및 관광객들이 두 번째로 눈을 돌리게 될 미술관과 다양한 문화 유적지 내에 와이파이 연결망을 촘촘하게 깔아놓고, ‘ArteFact’라는 어플을 이용하여 미술관 내 다양한 작품들에 숨겨진 다양한 제작 히스토리, 예를 들어 스케치 초안이나 복원 작업 과정은 물론 작품의 제작 배경과 의미 등을 텍스트와 오디오로 제공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Artefact’ 어플 실시 예시> 

‘Artefact’ 어플을 이용하면, 굳이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나 러시아 미술관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방구석에 앉아서 핸드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이용하여 충분히 미술관 탐방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예전에도 ‘Artefact’ 어플을 이용하여 미술관 내 작품에 대한 해설이 제공되긴 했다. 하지만 ‘Artefact’의 초기 버전에서 제공된 내용은 작가명과 작품명, 그리고 작품에 대한 1~3분 남짓의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화된 ‘Artefact’ 어플은 단순히 미술관 내 작품이 전시된 장면을 인터넷으로 전송하여 둘러볼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서, 작품의 구석구석을 클릭할수록 새로운 미술사적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주었다.

‘러시아 미술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가상미술관’ 프로그램 역시 눈길을 끈다. 아직 모든 작가와 작품에 대한 ‘가상미술관’ 체험시스템이 구축되지는 않았지만, 차츰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미술관’ 내 ‘가상미술관’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가상체험’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컴퓨터 화면 속이 작은 미술관 공간이 되고 관객은 그 속으로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최근 우리나라 ‘덕수궁 석조전’에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한 ‘가상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가상체험 프로그램. ‘다비드 부를류크’ 전시관 초입> 


<‘러시아 미술관’ 가상체험 프로그램. ‘다비드 부를류크’ 전시관 내부> 


SKT에서 개발한 어플 ‘점프 VR’을 다운로드해서 실행하면 석조전 내부가 VR 영상으로 주어지고, 360도로 돌려가면서 석조전 내부를 가상 체험하게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러시아 미술관’과 ‘덕수궁 석조전’에 적용된 VR 프로그램의 차이는 관람자의 프로그램 참여도 및 수동성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덕수궁 석조전’에 적용된 프로그램에서는 문화재청 직원이 직접 영상에 등장해서 석조전 내부를 구석구석 비추며 해설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미술관’ 가상체험 프로그램은 관객의 취향과 참여도를 더 높이는 쪽에 맞춰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화면 자체가 미술관 내부로 변화되고, 우측 하단에 있는 전시관 도면과 각도를 조정해서 관람객이 원하는 그림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작품을 클릭하면 해당 작품에 대한 해설이 오디오 및 텍스트로 주어지는 형태이다. 개인적으로는 ‘러시아 미술관’ 프로그램이 더 마음에 들고, 실제로 화면 구성이나 해설 등이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작품의 세부 설명으로 들어가면, 작품이 놓이는 배경화면 색상을 변경해가면서, 다양한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미술관’ 가상체험 프로그램. ‘다비드 부를류크’ 작품 세부 설명>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에서 개발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틱톡’과 제휴하여 방구석 미술관의 관람객 참여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10일부터 러시아문화부가 ‘틱톡’과 제휴하여 야심차게 추진 중인 ‘문화 틱톡(Культурный ТikTok)’이 바로 그것이다. ‘문화 틱톡’은 ‘Культура.РФ’ 공식 사이트에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러시아 주요 박물관 및 미술관을 온라인으로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9월 28일부터는 인스타그램에서도 해당 프로그램이 서비스되고 있다.

‘문화 틱톡’의 경우, 단순히 가상 탐방 프로그램 송출에 그치지 않고, ‘15초 이내의 동영상 제작’과 동일 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행하여 일종의 ‘밈’을 만들어내는 ‘틱톡’ 만의 강점을 미술관 탐방 프로그램과 연결시키려 한 노력이 눈에 들어온다. 가상미술관을 탐방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15초 내로 찍어올리는 영상을 수집, 게시하는 한편, 개인적으로는 아직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틱톡’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스티커 기능과 ‘멀티 페르소나’ 필터 기능 등을 이용하여, 익숙하지만 기존의 초상화와 뭔가 달라진 분위기의 그림들이 온라인 상에 그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틱톡’으로 재탄생된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사색에 잠긴’ 체홉 vs 체홉 초상화 원본>


또한 ‘틱톡’의 다양한 필터 중 ‘더 많은 미소를(Больше улыбок)’을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에 적용한 사례들도 있다. ‘더 많은 미소를’ 필터는 지하철이나 버스에 앉아있는 임의의 누군가에게 핸드폰을 향하게 해서 화면 안에 얼굴이 들어오면, 화면에 얼굴이 잡힌 당사자를 무조건 웃는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필터이다. 


<틱톡의 ‘더 많은 미소를’ 적용 전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이용자가 러시아 시인들 초상화에 이 필터를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용자는 아흐마토바, 츠베타예바, 블록 등 잘 웃지 않는 러시아 시인들의 초상에 해당 필터를 과감히 적용했고, 그 결과 이 웃지 않는 시인들의 미소를 목격할 수 있었다는 미담(!)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해당 이용자가 마야콥스키 사진에 해당 필터를 들이대자, 갑자기 필터가 한동안 작동하지 않고, 마야콥스키의 노려보는 눈만 화면에 가득했다는 ‘괴담(!)’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다행히 얼마 지나서 마야콥스키에게도 해당 필터가 작동했다고 하는데, 관련 영상이나 사진을 찾아보려고 애썼지만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렇듯 ‘문화 틱톡’ 프로그램은 단순히 방구석에서 고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관람객들로 하여금 나름 고전에 대한 새로운 자의적 해석을 가능케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미술관 관람을 유도하고 무의식 중에 고전을 학습시키면서 슬기로운 방구석 미술관 관람을 도와주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문화 틱톡’ 프로젝트가 운영되는 ‘Культура.РФ’ 사이트가 워낙 렉이 많이 걸리는 통에 실제로 해당 사이트에서 ‘문화 틱톡’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본디 ‘Культура.РФ’ 사이트는 엄청나게 풍부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그 콘텐츠의 양이 방대해서인지, 혹은 서버 자체의 문제인지 몰라도 렉이 엄청나게 걸리는 사이트로도 악명이 높다. 게다가 실제로 시도해보니 ‘틱톡’의 계정 접속도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서버 증설 및 시스템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물론 최근 들어 계속 문제가 되는 ‘틱톡’의 ‘스파이 프로그램’ 논쟁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보안 상의 문제 역시 좀 더 세심하게 점검하여,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관람객들의 프로그램 신뢰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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