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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끝없는 예술의 정원: 러시아의 두 거장 차이코프스키와 체홉
분류공연예술
국가 러시아
날짜2020-10-05
조회수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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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П.И. Чайковский, 1840-1893) 탄생 180주년이며, 작가 안톤 체호프(А.П. Чехов, 1860-1904)의 탄생 16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 19의 확산이 아니었다면 러시아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거장의 탄생 기념행사가 1년 내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겠지만, 올해는 조용하기만 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차이코프스키 박물관과 체홉 <멜리호보> 박물관 그리고 여러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음악극 <Ч+Ч>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개최된 제6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예술 축제의 개막공연으로 초연되었다. 이번 작품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천재 예술가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티브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러시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이자 친구로서의 우정을 넘어 창작자로서의 고민들을 서신으로 공유하며 정신적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차이코프스키와 체홉이 진정한 예술가인 이유는 세기를 초월하는 훌륭한 예술작품을 남기기도 했지만 후대 예술가들이 창작열을 불태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어 그들의 삶이나 작품을 주제로 한 새로운 작품들이 창작된다는 점을 들고 싶다. 이러한 점에서 작품성을 떠나 음악극 <Ч+Ч>의 새로운 시도를 높이 사고 싶다. 음악극 <Ч+Ч>는 배우 세르게이 가르마쉬의 편지의 낭송에 맞추어 총 예술감독 유리 바쉬메트의 지휘 하에 <모스크바의 솔리스트들>이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슈만, 슈니트케의 음악을 연주했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가운데 모스크바 근교의 클린(Клин)에 위치한 차이코프스키의 박물관의 정원에 설치된 야외 특설무대에서 자연의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체홉과 차이코프스키의 명작을 감상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였다. 현재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서는 이 두 거장의 이름을 건 공연예술 페스티벌이 개최되어 세계 공연 예술 발전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전시회 <Ч+Ч> 포스터>
[출처] 차이코프스키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https://tchaikovsky.house/h-h/)


차이코프스키의 21세기적 재탄생의 초석, 차이코프스키 국제 예술 페스티벌

차이코프스키 국제예술축제(Международного фестиваля искусств П.И. Чайковского)는 2015년 차이코프스키 탄생 1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어 올해로 6회째를 맞고 있다. 기존의 축제는 차이코프스키가 음악가이기에 클래식음악을 위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으나,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체홉의 연극 그리고 발레까지 프로그램에 함께 구성되어 본격적인 공연 예술축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체홉의 박물관 멜리호보(Мелихово)에 위치한 멜리호보 극장의 체홉 스튜디오가 참여하여 <바냐 아저씨>의 일부분과 <갈매기>를 모티브로 한 무언극 <발포와 키스>도 함께 공연되었다. 멜리호보는 체홉이 7년간(1892-1899) 거주하며 <바냐 아저씨>, <갈매기>, <제6병동>, <사할린 섬> 등 42작품을 집필한 의미 있는 곳으로 올 해로 개관 80주년을 맞는 곳이다. 특히 올 해에는 7월 29일부터 9월 29일까지 2개월간 차이코프스키와 체홉 박물관이 협업하여 전시 <Ч+Ч>를 차이코프스키 박물관에서 개최하고 있다. 축제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거장이 창작활동을 펼친 모스크바 주변에 위치한 클린과 멜리호보 두 도시간의 지역 간 교류도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제6회 페스티벌의 2일째는 발레의 밤으로 <호두까기 인형>의 마지막 부분을 작곡했던 차이코프스키 집 앞마당에서 이번 축제의 정점을 찍었다. 전직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현재 바가노바 발레학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는 니콜라이 찌스카리제가 예술감독을 맡아 코로나 19로 오랜만에 무대에서는 볼쇼이, 마린스키, 미하일로프스키, 크레믈린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들이 공연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갈라 형식으로 클래식 작품으로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파드되를 선보였으며, 모던발레 작품으로는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코프스키 프로 이 콘트라>를 공연해 오랫동안 공연에 목말라 있던 무용수들과 관객들이 차이코프스키 발레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차이코프스키 국제예술축제는 국제예술축제라고는 하지만 역사가 짧기에 국내외로 입지를 다지기 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무대는 코로나 19라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국제 예술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본다.


<음악극 <Ч+Ч> 의 한 장면>
[출처] Россия К (https://tvkultura.ru/article/show/article_id/366433/)


체홉을 넘어 세계 공연예술의 교류와 실험의 장, 체홉 국제 공연예술페스티벌

체홉 국제 공연예술 페스티벌(Международный театральный фестиваль им. А.П. Чехова, 이하 체홉 페스티벌)은 1992년부터 국제 극장연합회에 의해 시작되었다. 실제로 이 국제 공연예술 축제에 대한 논의는 1986년부터 시작되었으나 소련 해체 이후, 1992년에야 비로소 실현될 수 있었다. 이 축제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시작되어 2년에 한 번씩 개최하여 2019년 14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올해로 28년째 명맥을 이어오며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외에서 검증받은 알찬 프로그램과 또 신예 예술가들에게 실험무대의 장을 제공하여 러시아의 공연예술의 저력과 그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차이코프스키 국제예술페스티벌에 비하면 오랜 된 역사와 개최 규모 및 장르 그리고 참가자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진정한 공연예술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다. 공식명칭을 직역하자면 체홉 국제 극장페스티벌이지만 극장에서 공연되는 모든 장르의 공연을 아우르는 축제이기에 우리말로 표현할 경우 체홉 국제 공연예술페스티벌이 보다 적절한 명칭이 아닐까 한다.

체홉 페스티벌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각 축제마다 독특하고 시기적절한 테마를 선정하고 공연예술과 관련된 국내외 유관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러시아 관객들에게 작품성 있는 공연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1,2회의 여러 예술가들에 의한 체홉 작품을 재해석한 작품에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3회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유명한 예술가들의 협업과 공연이 봇물을 이뤘고, 2001년 제4회에서는 제3회 국제 극장 올림픽과 연계하여 기존의 공연프로그램에 실험적인 공연을 추가하였다. 5회와 6회는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를 테마로 일본과 브라질 시즌으로 구성하였고, 7회는 캐나다 시즌으로 로베르 르파쥐와 마리 슈이나르 등의 캐나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대거 참가하여 캐나다의 공연예술을 러시아 관객들에게 소개하였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타다시 스즈키와 타이완의 린화이민의 클라우드 게이트 등 아시아의 공연예술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체홉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2010년 체홉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개최된 제9회 페스티벌이다. 2009년에는 <체홉의 날>, <세계 체홉 공연 투어> 등 1년 내내 체홉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들이 있었던 해이다. 제9회 페스티벌에서는 주최 측이 세계의 유명 안무가, 연출가들에게 체홉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의뢰하여 그 작품들을 공연하였다. 2010년 체홉의 작품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발표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스페인 국립 발레단의 예술감독 나초 두아토가 그만의 발레 언어로 체홉의 작품에 등장하는 14명의 인물들을 표현한 <끝없는 정원>이었다.
 

나초 두아토의 몸짓 언어로 다시 태어난 체홉의 주인공들, <끝없는 정원(Бесконечный сад, Jardín Infinito)>

스스로 러시안 스페인 안무가라고 말하는 나초 두아토(Nacho Duato, 1957~ )는 스페인 출신의 발레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최근 10년간 상트 페테르부르크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의 발레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1990년 재정난으로 폐단 위기에 있던 스페인 국립 발레단에 예술감독으로 부임해 클래식 음악의 독창적인 해석 능력과 모던발레에 기초한 탄탄한 안무력으로 , ,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스테디셀러 작품들을 만들어내며 모던 발레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인지도를 굳혔고, 스타 안무가로서 20년 동안 스페인 국립 발레단의 위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연 2011년부터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미하일로프스키 극장으로 본거지를 옮기게 된다. 그 후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독일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한 기간도 있었지만, 2019년 그는 다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왔다.

스페인에서 안무가로서의 정점에 있던 그에게 또 하나의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체홉의 탄생 150주년 기념으로 체홉 페스티벌의 요청으로 체홉의 작품을 그 만의 발레 언어로 표현해 달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러시아어와 문화를 전혀 모르는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이다. 작품제작 기자회견에서 나초 두아토는 “나는 스페인 사람으로 러시아인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체홉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체홉도 체홉의 작품도 그처럼 이해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이해하는 대로 체홉과 체홉의 작품을 표현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대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제목도 <끝없는 정원>이 아닐까 한다. 끝이 없는 무한한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체홉의 작품 세계가 바로 나초 두아토가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일 것이다. 러시아어를 모르는 그에게는 러시아어로 말하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기에 작품의 대부분은 무용수들이 체홉의 <수첩들(Записные книжки)>의 텍스트를 읽는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고, 또는 이 낭독에 종소리, 새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를 삽입하거나 또는 독일계 러시아 작곡가 슈니트케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입혀서 작품음악으로 사용하였다. 이 작품은 2010년 2월 마드리드에서 초연되었고, 같은 해 7월 체홉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모스소베트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모스크바 공연이후, 러시아 관객, 비평가들의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러시아 관객들은 제목 <끝없는 정원>에서 체홉의 <벚꽃동산>을 기대했으나 작품 처음부터 등장하는 체홉의 <수첩들>의 텍스트가 나오는 데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는 체홉과 그의 작품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러시아 관객들과 공연전문가들의 기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 출신의 안무가 나초 두아토에 의한 체홉 작품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본다면 반드시 체홉과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작품의 원제는 스페인어로 끝없는 정원(Jardín Infinito)이다.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네덜란드 작가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의 16세기 작품인 <쾌락의 정원(Jardín Infinito)>도 스페인어로 같은 제목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대한 이중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의 첫 장면에서 회색의 의상을 입은 14명의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데 이는 체홉 작품에 등장하는 14명의 주인공들을 상징한다. 그러나 체홉의 작품들을 샅샅이 꿰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것 또한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 비평가들의 지론이다. 보통 사람들은 <세 자매>, <사랑에 관하여>, <제6병동>, <갈매기>의 니나 자레취나야 정도만 추측이 가능했다. 사실 체홉 페스티벌이었고 나초 두아토라는 명성에 러시아 관객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건 것이 아닐까? 그리고 작품에서 체홉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체홉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쓰며 체홉의 오마주 수준에서 이 작품을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혹평들이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오히려 체홉과 거리두기를 하고 새로운 작품으로 보았다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 것이다.


<나초 두아토의 <끝없는 정원> 중에서>
[출처] Риа новости, Владимир Вяткин (https://ria.ru/20100720/256552651.html)
 

흥행 보증수표인 나초 두아토의 <끝없는 정원>은 러시아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며 그의 안무 인생의 오점으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작품이다. 20년 동안 스페인 국립 발레단을 이끌며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그에게 이 작품은 러시아 문화와 체홉이라는 신세계를 만나게 해 주었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무대를 옮겨 오랜 기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안 스페인 안무가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나이도 있지만 <끝없는 정원>이후로 최근까지 그는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기존의 작품들을 독일과 미하일로프스키 발레단 맞게 재연출하는 작업만 이어오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그의 두 번째 작품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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