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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러시아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국시대(戰國時代)
분류대중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0-09-01
조회수567
첨부파일

2020년 대한민국에는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2019년부터 케이블 방송사 TV조선의 트로트 TV 오디션 프로그램인 <내일은 미스트롯>에 이어 2020년 후속편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대히트로 트로트가 TV 프로그램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공중파 방송국에서까지 트로트 관련 음악프로그램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동안 대중가요시장에서는 젊은 팬층을 겨냥한 아이돌 그룹을 앞세운 K-POP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그동안 소외되었던 중장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미비했던 것은 사실이다. 트로트의 선풍적인 인기로 트로트관련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결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은 참가자들의 연령층이 다양하고, 퍼포먼스 위주의 쇼로 남녀노소를 불문한 인기를 얻어 35%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국민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의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1980년부터 시작되어 39년의 역사를 가진 <전국노래자랑> 이라는 장수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 , <America‘s Got Talent>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인기를 얻으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전 지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M net의 <슈퍼스타 K>의 쾌거로 리얼리티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양한 장르와 포맷으로 제작되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국시대(戰國時代)라고 일컬을 수 있을 정도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의 음악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러시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소련시기부터 각종 경연대회가 계속되어왔지만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2000년대에 들어 다양한 형태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났고, 이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여러 스타들이 배출되었다.


<<내일은 미스터 트롯> 결승 진출자>
(출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 공식 홈페이지)


러시아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효시(嚆矢) <샛별 (Утренняя звезда)>

소련해체 이후, 첫 번째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샛별>이다. 이는 러시아 채널 1에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일요일 아침에 방송되며 90년대 러시아 대중음악문화를 이끈 장수프로그램이다. 러시아 대중음악평론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포스트 소비에트 시기의 러시아의 대중가요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대중음악 스타들을 배출한 산파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방송은 국민 배우이며 진행자인 유리 니콜라예프(Ю. А. Николаев, 1948~ )가 진행했고, 경연 분야는 노래와 춤 분야, 참가자들은 어린이 부문 (3세~15세), 청소년 부문(15세~22세)으로 나뉘었다. ‘너는 샛별처럼 (Ты как утренняя звезда)’이라는 모토를 걸고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Утренняя звезда가 샛별인 금성을 뜻하기에 프로그램 제목에서 “재능 있는 어린이들을 발굴하여 스타로 만들겠다”라는 프로그램의 목적과 “아침방송에서 만나는 스타들”이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제목에 반영된 듯하다. 이 프로그램에서 발표된 음악들은 90년대 러시아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평가받고 있다. 펠라게야(Пелагея), 발레리야(Валерия), 아니 로락(Ани Лорак), 세르게이 라자레프(Сергей Лазарев), 자라(Зара)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타투(Тату)등 지금까지도 러시아 대중음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요한 가수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국민 예술가인 피아니스니트 니콜라이 페트로프 (Н.А. Петров, 1943~2011)는 “<샛별>은 재능있는 어린아이들을 모이세예프와 푸가쵸바의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불쾌한 프로그램”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이렇듯 10년간 방영되며 러시아 대중가요계의 지형을 변화시키며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샛별>는 2002년 채널 1의 총괄 디렉터가 콘스탄틴 에른스트(К. Л. Эрнст, 1961~ )로 바뀌며, 이 프로그램의 종영을 결정했고, 후속 프로그램으로 <스타 공장>이 준비되었다. <샛별>의 공식적인 종영 이유는 후속 프로그램인 <스타 공장>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 후 <아침의 스타>는 ТВЦ로 이관하여 방영되었으나 1년 만에 종영되었다.


<<샛별>의 한 장면>


러시아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비룡승운(飛龍乘雲) <스타 공장(Фабрика звёзд)>

<스타 공장>은 러시아 채널 1에서 2002년 종영된 <아침의 스타>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젊은 음악인들의 활동 장려를 위해 시작된 음악 프로젝트로 7년간(2002~2007, 2011~2012) 시즌 10까지 방송되며 많은 스타들을 배출하고 러시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타 공장>은 네덜란드 TV 프로듀싱 회사 엔데몰(Endemol)의 <스타 아카데미(Star Academy)의 러시아 버전이다. 이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엔데몰의 자회사 스페인 회사 제스트뮤직(Gestmusic)이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새로운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스타 공장>은 러시아 대중문화의 세대교체를 이끌며 90년대와는 차별화되는 2000년대 러시아 대중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썼고, 2000년 러시아 대중가요의 유행을 주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브리칸트(Фабрикант)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스타들은 러시아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그들의 노래는 러시아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프로그램 참가자 중 율리야 사비체바(Юлия Савицева), 이리나 둡쪼바(Ирина Дубцова), 빅토리아 다이네코(Виктория Дайнеко)처럼 그룹 <파브리카>를 결성하여 가수활동을 시작한 이들도 있다. 시즌 2의 우승자인 폴리나 가가리나(Полина Гагарина), 시즌 3 참가자 엘레나 템니코바(Елена Темникова), 그리고 티마티(Тимати)는 현재까지도 가수로써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 외의 파브리칸트들도 다양한 직업으로 러시아 연예계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스타 공장>이 2000년대 이후 러시아 대중문화계에 미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특히 시즌 5는 러시아 대중가요의 대모 알라 푸가초바가 예술감독을 맡으며 <알라 푸가초바의 스타 공장>으로 유명하다. 프로그램의 대성공으로 프로그램이 종영된 이후에도 단기 프로젝트성 프로그램으로 재제작 되기도 했다. 2012년 <스타 공장: 러시아-우크라이나>라는 제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파브리칸트들이 국가 간 대결을 펼치기도 하였다. 2015년 프로젝트 <채널 1 컬렉션>의 일환으로 총결산 콘서트 <파브리키(Фабрики)>가 제작되었다. 2017년에는 МУЗ-ТВ에서 <신 스타 공장(Новая фабрика звёзд)>을 제작하였으나 과거의 프로그램만큼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2020년 7월에는 채널 1에서 <최고의 스타 공장(Фабрика звёзд. Лучшее)>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의 역사와 함께 최고의 공연을 선정하여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스타 공장> 참가자들>
(출처: peopletalk.ru)


러시아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용두사미(龍頭蛇尾) <국민 예술가 (Народный артист)>

<스타 공장>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고공행진하고 있을 때, 채널 러시아가 그들의 존재감을 표출하고 채널 1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2003년 신문사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와 라디오 방송국 <예브로파 플류스>와 합작하여 야심차게 제작한 프로그램이 바로 <국민 예술가>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 프로그램인 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국민 예술가>는 2006년까지 3년간 시즌3까지 방영되었다. 2003년 상반기에 크라스나야르스크, 페름, 볼고그라드,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에서 지역예선을 거친 참가자들이 모스크바에서 본선을 치렀다. 마지막 시즌 3에서는 이례적으로 유명한 소비에트 시절의 노래들을 가지고 경쟁을 하기도 했다.

<스타 공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상대적으로 <국민 예술가>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지만, 시즌 1의 우승자와 최종 결승 진출자인 알렉세이 고만(Алексей Гоман), 알렉산드르 파나이오토프(Алексей Панайотов), 알렉세이 추마코프(Алексей Чумаков)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시즌 3에서 몽골출신의 아마르후우 보르후우(Амархуу Борхуу)가 61.7%의 시청자들의 표를 얻어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부랴트 공화국의 공훈예술가가 되었고, 현재 모스크바에 거주하며 그룹 <국무총리(Премьер-министр)>의 보컬, 동시에 영화배우와 솔로가수활동도 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국민 예술가>는 제목처럼 시작은 창대했으나 안타깝게도 제목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프로그램이었다.


<<국민 예술가> 시즌 3의 한 장면.
왼쪽에 머리가 긴 사람이 시즌 3 우승자인 아마르후우 보르후우>


러시아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룡점정(畵龍點睛) <목소리 (Голос)>

<스타 공장> 이후 <팩터 A(Фактор А)>, <메인 스테이지 (Главная сцена)> 등의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채널에서 제작되고 사라지기가 반복되었다. 2012년 채널 1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전국적인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목소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점을 찍는다. 사실 이 프로그램 또한 <스타 공장>과 같이 네덜란드 프로듀서가 제작한 라는 프로그램의 러시아 버전이다. 이 프로그램의 대성공으로 2014년 <목소리. 어린이> 방송이 시작되었고, 2015년 러시아 최고의 TV 음악쇼로 선정되었다. 2018년부터는 <목소리 +60>으로 실버 오디션 프로그램도 시도되었다. 2020년 1월 1일 시즌 8이 성황리에 종영되었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 19사태로 시즌 9가 제작될 지는 미지수이다. 

총 5회 동안 심사위원과 멘토로 <목소리>에 출연한 지마 빌란은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내 인생은 <목소리>의 출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나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목소리>를 통해서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고, 진정한 심리학자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보컬에 대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싫증나지 않고, 인간 본연의 모습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지마 빌란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은 단순 경쟁 프로그램이 아니라 현재 유명 가수들이 참가자들의 멘토가 되어 진정한 가수로 성장하는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보여주는 성장 리얼리티 쇼였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의 멘토로는 러시아 TV 음악프로그램의 원조인 <샛별>에서 탄생한 펠라게야와 아니 로락, <스타 공장>의 폴리나 가가리나 등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현역 가수들이 출연하여 본인의 경험을 참가자들과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일조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목소리>는 승패의 결과에 치중하지 않고 경연에 오르는 참가자들 그리고 멘토인 가수들이 본인의 데뷔시절을 떠올리며 후배들을 지도하는 경험을 쌓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프로그램의 장수와 인기가 이를 증명해 준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는 연예계 스타들을 배출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예술가들이 배출하여 이들로 인해 러시아 대중음악시장은 다양화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 <목소리> 러시아 버전의 성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도 <나라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시즌 10까지 제작되어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다.


<<목소리> 시즌 6의 심사위원이자 멘토들.
왼쪽부터 레오니드 아구틴, 알렉산드르 가라드스키, 펠라게야, 지마 빌란> 


음악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행은 러시아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인 트렌트이다. TV에서 10년 이상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일색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관심이 시들해 지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전 국민의 가수화’라는 웃픈 농담이 나올 만큼 아직도 참가할 사람들이 남아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한경쟁시대라는 현실에 지쳐있는 시청자들이 TV에서까지 경쟁 프로그램을 보며 내가 응원하는 참가자의 탈락을 나의 실패처럼 슬퍼해야하는 일도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의 <목소리> 프로젝트는 우승에 목적을 두지 않고 대중예술인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여, 단순히 일약 스타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계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준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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