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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나는 어떠한 얼굴을 하고 오늘을 살고 있을까?: 알렉산드르 이바노프와 대작 <군중에게 나타나신 예수 그리스도>
분류회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0-06-01
조회수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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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의 황금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가 안정세를 보이자 그동안 강제로 집콕하고 있던 국민들이 여행을 계획하며 다음 주 항공권과 호텔 예약은 이미 완료되었다고 한다. 정부는 황금연휴가 코로나 19 확산의 최대고비라며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든 이의 마음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그런 마음은 잠시 넣어두고 온라인으로 그림을 감상해보면 어떨까?

모스크바를 방문하면 꼭 방문해야 할 곳 중에 손꼽히는 곳이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러시아 거장들의 거대한 작품들의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람을 금치 못할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수리코프(Суриков В.И. 1848-1916)의 작품 <귀부인 모로조바(Боярыня Морозова)>(1884-1887)그림도 그렇지만, 연녹색의 10번방에 걸려있는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에서 가장 큰 그림인 이바노프 А.А.의 대표작으로 장장 20년에 걸쳐 완성된 대작 <군중 앞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Явление Христа народу)> 또는 <메시아의 출현(Явление Мессии)> 앞 에 서면 전시장의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로 7.5M 세로 5.4M의 규모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게 된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도 많지만, 크기가 실제 사람크기와 비슷하거나 더 큰 경우도 있어, 이 방의 끝에 서야 이 그림이 한 눈에 들어 올 정도이다. 무엇보다도 이 그림의 진가는 디테일하고 생동감있게 표현된 각 등장인물들의 얼굴 표정과 자세이다.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 이바노프(Иванов А.А.)의 초상>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 이바노프(Иванов А.А., 1806-1858)

이 그림의 작가인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 이바노프(이하, 이바노프)는 러시아의 화가이며, 러시아 예술원 회원이다. 성화와 고대신화 주제의 작품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이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카데미즘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바노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화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안드레이 이바노비치 이바노프(Иванов А.И. 1775-1848)는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레핀 회화‧조각‧건축 아카데미의 전신인 당시 황실 미술학교 역사화 클래스 부교수였다. 이바노프는 11세에 황실 미술학교에 정원 외 학생(постронний ученик)으로 입학하여 아버지의 지도하에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824년 <아킬레스로부터 헥터의 시신을 돌려받은 프리아모스(Приам испрашивает у Ахиллеса тело Гектора)>라는 작품으로 소(小)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는 1827년에 <함께 감옥에 갇힌 헌작시종과 수도원 식당에서 빵을 배급하는 이에게 해몽을 해주는 요셉 (Иосиф, толкующий сны заключенным с ним в темнице виночерпию и хлебодару)>작품으로 황실 미술아카데미 최우수 졸업생에게만 수여되는 대(大)금메달 수상과 함께 14클래스 작가 칭호를 받았다.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황실 미술아카데미에서 대 금메달을 받고 졸업한 사람들 중에 장래가 유망한 학생들은 유럽에서 유학하며 그들의 예술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그림공부를 계속하였다. 당시 화가로서 전도유망했던 이바노프는 1830년 후견회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독일 드레스덴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는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미술공부에 몰두하며 그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바노프는 로마로 이주한 이후, 1830년부터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그리스도가 처음 군중 앞에 나타나는 주제의 성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것의 시작으로 1834-35년 2년간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Явление Христа Марии Магдалине после воскресения)>를 그려 로마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1836년 러시아 예술원 회원이 될 수 있었다.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1834-35)
(소장_러시아 미술관)
 


<군중에게 나타나신 예수 그리스도(Явление Христа народу)> (1837-1857)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대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이바노프는 1837년부터 이탈리아에서 본격적으로 <군중에 나타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 시작한다. 이바노프는 1857년까지 장장 20년간 이 한 작품에 매진했는데 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바노프가 작업하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요한복음 1장 29-31절, 마태오 복음 3장 1-17절에서 영감을 받아 군중 앞에 처음 나타나신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형상화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성경의 이 두 구절에 비추어 이 그림의 상황을 미루어 보면,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기 위해 요르단 강으로 모인 군중들 앞에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으러 요한에게 다가오는 모습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일반 군중들은 예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마태오 복음 3장 4절에서 묘사된 것처럼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두른 요한이 먼저 예수를 발견하고 그림의 한 가운데서 군중을 향해 다가오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어 3장 7절에서 요한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을 독사의 족속들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을 이바노프는 요한 뒤쪽에서 터번을 두르고 마치 예수의 출현이 탐탁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을 그려내었다. 이바노프는 ‘모든 세상(всемирный)’라는 대 주제 안에서 이 작품의 등장인물의 얼굴에서 모든 인간들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 그림의 제목은 <군중에게 나타나신 예수 그리스도>이지만 요한이 그림의 가운데 가장 크고 밝게 자리하고, 그림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요한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월리를 찾아라>에서 월리를 찾는 것처럼 한참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어야 저 멀리 군중들의 끝자락에서 찾을 수 있다.

    

<군중 앞에 나타나신 예수(Явление Христа народу)>(1837-1857)

 

이처럼 그림의 중앙에 세례자 요한이 자리하고, 요한의 왼쪽에 예수의 12 제자들_ 젊은 사도요한, 그 뒤로 베드로, 예수에게 처음 불려간 제자 안드레아, 안드레아의 등 뒤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바르톨로메오가 있다. 그 제자들의 앞에는 돌고 도는 인생의 윤회를 상징하는 젊은이와 노인이 위치한다. 그림의 가운데에는 예수로부터 물러나 있는 부자 그리고 노예가 있고, 예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붉은 천을 두르고 있는 나그네의 얼굴에서는 러시아 작가 고골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다. 요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지팡이를 짚고 뾰족한 모자를 쓴 여행자의 모습에는 화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한다.

아마도 작가는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개개인의 모습은 어떠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 그림을 그린 것 같다. 물론 그 사건이 어떠한 사건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 그림처럼 오랜 시간 기다려온 메시아가 나타난 장면에서 요한처럼 기쁘게 맞이하는 사람, 바르톨로메오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과연 이 사람이 우리가 기다리던 그 사람인지 의심하거나 아니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 두려워하는 사람, 무관심한 사람 등등 우리는 각기 다른 입장과 생각을 가지고 한 가지 사건을 대한다.

이렇듯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인간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로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이바노프는 600점 이상의 인물의 스케치를 남겼다.

1858년 이바노프는 이 그림과 함께 러시아로 돌아왔고, 트레치야코프가 이 에스키스를 입수했고, 실제 그림은 이바노프의 사망 후, 몇 시간 후 알렉산드르 2세가 15,000루블에 구매했다. 이 그림은 규모가 너무 커서 당시의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에는 걸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에 1932년에 기존의 갤러리에 건물을 증축하여 현재의 위치에 걸 수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져 온 작품을 푸는 장면(위), 1944-45년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에 작품을 거는 장면(아래)>
[출처_ Журнал <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

    
고골과 이바노프

이바노프의 작품을 연구하는 러시아와 유럽의 미술평론가들과 미술사학자들에게 그의 작품에서 예수와 가장 가까운 인물에 고골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이유는 항상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고골(Гоголь Н.В. 1809-1852)의 모습은 1834년 첫 번째 에스키스를 제외하고 모든 에스키스에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고골의 모습을 그림에 꼭 담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에스키스 속의 고골의 얼굴은 옆모습이지만, 달걀형의 갸름한 얼굴형, 고골의 트레이드마크인 날렵하고 가는 코와 짧은 인중에 있는 삼각수염 그리고 머리 색깔과 헤어스타일을 보면 고골의 대표적인 초상화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데에 전문가들은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완성품에서는 고골의 얼굴의 특징적인 부분들이 사라져 있었다. 이 사실은 작가가 스스로 밝힌 것도 아니고, 지인이나 형제들에게서 나온 말도 아니다. 평론가들이 밝혀낸 사실은 1841년 이바노프가 유명한 <가운을 입은 고골>의 초상화를 2가지 버전으로 완성한다. 전문가들이 이 초상화와 러시아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는 에스키스를 대조하여 얻은 결론이다. 이 인물의 얼굴이 고골의 얼굴이 맞으며 특히 러시아 박물관의 에스키스에는 초상화에 있는 고골의 얼굴과 이 인물의 얼굴의 거의 흡사하고 또 강조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에 고골의 얼굴이 들어가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한다. 그의 절친 치조프(Чижов Ф.В. 1811-1877)가 그의 작업실을 방문할 때마다 고골의 모습이 이바노프의 그림에 꼭 들어가야 함을 은연중에 얘기하면 작가를 설득했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성화를 그리고 있는 이바노프에게 고골은 그리스도교와 그리스 정교 등 종교적인 문제에서 그의 정신적 지주였기에, 그의 그림에 미친 고골의 영향이 지대하여, 고골의 오마주라고 생각하면 전혀 이상할 것은 없다고 본다.

    

<고골의 얼굴>

   
어느 것이 진품인가?

이 그림은 크기는 다르지만 모스크바에 있는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미술관에도 전시되어 있다. 두 그림은 크기만 다르지 구도나 거의 흡사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어느 그림이 진품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진품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진품의 의미를 “작가가 직접 그린 작품”으로 해석한다면, 사실 두 그림 모두 이바노프가 직접 그렸기에 진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진품의 의미를 “최종 완성작”으로 해석한다면, 러시아 미술관에 전시된 것은 그림을 완성하기 전에 인물의 구도와 자세들을 잡기 위해 작게 그린 습작(эскиз)이고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에 걸린 작품이 최종 완성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완성품인 대작을 감상하며 명작의 아우라를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그가 남긴 다양한 인물 에튀드를 감상하며 작가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과 표정 등을 어떻게 완성시켜 나가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는 것 또한 이 그림을 감상하는 숨은 재미일 것이다.

    

<트레치야코프 갤러리에 걸린 작품>(위), <러시아 미술관에 걸린 작품>(아래)

   

코로나 19의 상황이 호전되고 있어, 두 달 여 간의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되고 점진적으로 생활방역체계로의 전환되고 있다. 재감염, 무증상 감염자인 ‘조용한 감염자’가 슈퍼전파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지친 일상 속에서 이바노프의 그림을 감상하며 나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어떠한 인물의 얼굴을 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비교해보고, 이 그림의 또 다른 묘미와 매력을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만약 거장 이바노프라면 나를 어떤 모습으로 어느 자리에 배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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