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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러시아 전통의상의 레트로(Retro)와 뉴트로(New-tro)
분류전통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0-04-16
조회수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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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리는 Z세대(Gen-Z)는 1995~2000년대 초중반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용어이다. 문화적 소비활동을 즐겼던 X세대 부모님의 경제력에 힘입어 자란 Z세대는 가격이나 유행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의 소비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특징을 보인다. ‘레트로(Retro)’와 ‘뉴트로(New-tro)’는 이런 세대 간 소비활동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레트로가 과거의 향수에 젖어 그 시절을 추억한다는 의미를 가진 X세대와 Y세대의 전유물이라면, Z세대는 ‘뉴트로’, 즉 과거의 향수에 머무르기도 하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복고에 주목한다.

  최근 하이패션 브랜드들은 ‘뉴트로’를 앞세워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력이 높은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과 Z세대 주도의 새로운 트렌드를 강조한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X세대와 Y세대에게는 향수를, Z세대에게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도록 하면서 Z세대만의 문화를 만들어주는 데에 동참하고 있다. Z세대에 따라가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최근 몇 년간 하이패션 브랜드들이 출시한 시즌컬렉션들은 Z세대에게 매스패션이 되었고, Z세대는 어느새 인터넷 시장과 패션업계를 동시에 주도하고 있는 ‘트렌드세터’가 되었다. 패션업계는 ‘Gen-Z의 New-tro’라는 감성을 파헤치며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예전의 것’에서 영감을 받아 의류, 주얼리 심지어는 소품까지 제작하면서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하이패션 의류브랜드들 사이에서 ‘러시아 풍’, ‘러시아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되기도 한다. 왜? 어디서 러시아식 스타일을 차용한 걸까? 그렇다면 ‘러시아 스타일’이 어떻게 레트로와 뉴트로의 감성으로 X, Y세대, Z세대에 공감을 얻었을까? 하이패션 브랜드는 러시아 특유의 감성을 어떻게 살렸을까? 러시아식 레트로가 현대의 Z세대에게 가져다준  뉴트로 감성은 무엇인지, 러시아 풍 의상들이 Z세대의 룩(LOOK)에 어떻게 스며들어 Z세대의 ‘믹스 앤 매치’ 스타일을 완성시켰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왼.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세르주 리파르>/ <오. 러시아 전통의상과 킷미르의 러시아 전통자수방식을 활용한
샤넬 오뜨 꾸뛰르, 1922년 S/S 컬렉션>(출처: 샤넬 공식홈페이지)

 

2019년 7월,  <샤넬>(Chanel)은 ‘샤넬 파리 러시아(Le Paris Russe de Chanel)’ 컬렉션을 선보였다. 1922년 ‘가브리엘 샤넬’이 러시아 귀족들의 화려함, 바로크양식의 정교함, 러시아 전통의상의 소박함을 담은 ‘러시아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를 현재의 <샤넬>이 재해석한 것이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단연 러시아 복식의 다양한 장식과 문양들이 <샤넬>만의 감성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샤넬>은 왜 러시아를 디자인했을까?

  1917년 러시아 혁명 발발 직후, 러시아의 ‘발레뤼스’를 이끌었던 디아길레프(С. Дягилев), 안무가 미하일 포킨((М. Фокин), 스트라빈스키(И. Стравинский) 등 수많은 러시아 예술가들이 파리로 망명하면서 예술의 도시 파리는 이국적이고도 낯선 러시아의 문화에 이끌리게 된다. 많은 디자이너들도 처음 접하는 러시아 문화에 열광하였고, 가브리엘 샤넬은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 세르주 리파르 등과 친목을 도모하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부터 샤넬은 ‘러시아’라는 이미지가 가져다준 정교함과 화려함 그리고 특유의 이국적인 감성에 매료되었다. 늘 새로움을 꿈꾸는 가브리엘 샤넬에게 러시아는 영감 그 자체였다. 이후 가브리엘 샤넬은 러시아 전통자수에 능한 마리아 파블로브나(Мария Павловна) 대공비에게 컬렉션을 위한 자수공예를 배우기도 하고, 그녀와 함께 ‘키트미르(Китмир)’라는 러시아 전통공예 자수공방까지 만들면서 러시아 전통복식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디자인한다.


<왼. 러시아 여성 전통의상 사라판과 코코쉬니크>/ <오. 2019년 ‘샤넬 파리 러시아’ 컬렉션>
(출처: 샤넬 공식홈페이지)

 
2019년 ‘샤넬 파리 러시아’ 컬렉션은 1922년 컬렉션의 러시아 주제에 기반을 두어 재탄생되었다. 1922년 컬렉션이 러시아 문장 ‘쌍두독수리’, 전통 남성복 ‘루바슈카(Рубашка)’, 전통 여성 머리장식 ‘코코슈닉(Кокошник)’, 전통 여성 민소매 드레스 ‘사라판(Сарафан)’, 그리고 러시아 귀족의 길게 늘어뜨린 ‘소트와르 목걸이(Сотуар)’ 등에서 영감을 얻어 의상 컬렉션을 출시했다면, 2019년 ‘샤넬 파리 러시아’는 이를 주얼리로 재해석한다. 출시된 주얼리를 찬찬히 살펴보면 과거 가브리엘 샤넬이 그토록 동경했던 러시아의 환상과 열정, 이국적 색채가 그대로 나타난다. ‘사라판 귀걸이와 목걸이’, ‘루바슈카 반지’, ‘루스 귀걸이’ 등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의 디자인을 고수하기 위해 러시아 전통의상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소박한 감성과 색채를 모던한 감성으로 재해석하였다. ‘사라판 귀걸이와 목걸이’는 소박한 러시아 여성의상의 자수 디자인에 값비싼 원석을 사용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수작업 느낌의 커팅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러시아 민족의 고고함을 드러냈다. 또한 <샤넬> 주얼리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쇠골보다 밑으로 내려와 우아함을 강조한 소트와르 목걸이는 러시아 귀족들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궁정문화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1959년 굼 백화점과 모스크바의 거리를 걷는 디올 모델들>
(출처:LIFE MAGAZINE)
 

1957년 의 창시자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이 사망하자, 이브생로랑(Yves Saint Laurent)이 의 수석디자이너가 되었다. 이때부터 러시아에 대한 작가의 직접적인 관심과 사랑이 그가 디자인한 옷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는 1958년 S/S 컬렉션 트라페즈(Trapezium) 라인에 사라판을 응용하여 디자인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작품명은 ‘나데쥐다(Надежда)’, ‘타티야나(Татьяна)’이다. 1년 뒤 그는 모스크바에 가게 되는데, 이때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컬렉션을 가지고 서양 디자이너 최초로 서구의 패션을 소비에트에 소개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 경향은 1970년대로 넘어가면서 점차 낯선 국가의 전통의상들을 주제로 하는 에스닉하면서도 이국적이고, 한편으로는 60년대 디자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의 디자인으로 바뀌게 된다. 이 때 탄생한 전통의상 컬렉션 중 하나가 러시아 전통의상 컬렉션이었다.
 

<왼. 영화 ‘이브생로랑’ 속 러시아 컬렉션 패션쇼 모습>, <오. 그의 ‘러시안 컬렉션’>

 

1975년 뉴욕타임즈는 그해 발표된 이브생로랑의 컬렉션을 두고 ‘혁명적’이라고 평했다. 디아길레프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그의 러시안 컬렉션(Opéras - Ballets Russes)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작가는 러시아 문화와 문학작품에 푹 빠져 있었고, 톨스토이가 쓴 작품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 로스토바(Н. Ростова)와 안나 카레니나(А. Каренина)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러시아 전통의상을 자신의 컬렉션으로 출시할 만큼 이미 그에겐 러시아 문화가 충분히 가치 있고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1976년에는 러시아 풍의 작품을 무려 110벌이나 선보였는데,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스목 풍, 코사크 풍의 룩들은 ‘러시안 룩(The Russian Look)’이라는 명칭으로 패션계에서 사용된다. 컬렉션은 러시아 코사크 병사들의 코트와 블라우스, 밍크로 만든 모자가 주를 이루는데, 러시아 전통무늬와 자수로 하나하나 꼼꼼히 스티치 된 호화스러운 장식과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한 에스닉한 특징을 보인다.
 

  <왼. 생 로랑의 러시아 컬렉션 디자인 스케치> <오. 1976년 생 로랑 패션쇼>
(출처: The Musée Yves Saint Laurent Paris)
 

‘러시안 룩’(The Russian Look)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코트 가장자리에 모피트리밍을 하고 벨트를 둘러멘 코사크 기병들의 무릎까지 내려오는 외투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러시아 전통의상에서 착안한 그의 코사크 스타일은 끊임없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서구의 패션계에서 이국적이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어두운 코트에 흰색과 빨간색의 러시아식 셔츠, 그리고 여러 장신구들은 소위 ‘러시아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색채가 가지는 강렬함과 장식적인 화려함은 많은 패션전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러시아 농민들의 여성용 드레스 사라판, 블라우스를 지칭하는 남성복 루바슈카 등의 꾸미지 않은 스타일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페전트 룩’(Peasant Look)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브생로랑 스스로도 ‘가장 아름다운 컬렉션’이라 칭할 정도의 성공적인 컬렉션이라 불리는 ‘러시안 룩’은 전통적인 러시아 민족의상을 현대 패션 속으로 스며들게 하였고, 이는 현대에 이르러 1970년대 레트로를 꿈꾸는 X세대와 뉴트로를 추구하는 Z세대의 재해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러시아 전통복식 중에서 농민들의 의상 ‘페전트 룩’을 활용한 용어들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러시아 전통복식에서 다양한 자수무늬의 플라워프린트나 이국적인 문양을 이용한 포클로어 패션(folklore fashion)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고, 러시아식 상의는 ‘셰이플리스 룩’과 같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모습의 상의를 연상시키고, 드로스트링(drawstring)의 조이는 끈과 벨트는 러시아 전통의상 속 벨트와 끈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러시아 전통의복에서 자연친화적 천연섬유(모직물 수크노, 면직물 시티쯔, 대마포 헴프, 아마포 리넨 등)로 만들어진 의상들은 지금 Z세대가 가장 이상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뉴트로 패션, 즉 ‘친환경 패션’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전통 의상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샤넬>의 1922년 러시아 컬렉션과의 1976년 러시아 컬렉션은 시대에 반하는 획기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또한 그로부터 약 100년이 흘러 <샤넬>은 러시아의 전통자수 무늬를 샤넬만의 하이주얼리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출시하였고, 이브생로랑이 디자인한 ‘러시안 룩’은 스목 풍, 벌룬소매라는 현대식 ‘페전트 룩‘이나 ’포클로어 룩‘으로 재탄생되었다. 이처럼 러시아의 전통복식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레트로가 꾸준히 활용되고 있는 지금, 전통복식 속의 디자인이 미래의 뉴트로 감성에 어떻게 계속 활용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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