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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러시아 극동지역 문화기반시설 탐구: 박물관 편
분류지역문화
국가 러시아
날짜2020-03-02
조회수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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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무형문화가 행해지는 공간인 극장을 살펴 봤다면, 이번 글에서는 유형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박물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시물의 주제에 따라 박물관을 8개로 분류하였다. 특정 지역의 역사, 문화, 사회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지역’ 박물관, 제한된 시대나 세기에 따른 지역 및 국가의 역사적 발전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 박물관, 미술관을 비롯하여 작가의 일생을 보여주거나 특정 예술품을 전시하는 곳은 ‘예술’ 박물관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러시아 극동지역 내 다양한 민족들을 만날 수 있는 ‘민족’ 박물관과 특정 인물의 삶을 투영한 ‘인물’ 박물관이 있으며, ‘자연’ 분류에는 극동지역의 자연자원을 접할 수 있는 보호공원을 비롯한 해양과 동물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들이 속한다. ‘순수과학’ 박물관에서는 지질학, 생물학 등과 같은 학제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산업’ 박물관에서는 특정 회사 또는 단체의 역사나 농업 및 어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도구를 보여준다.




현황을 조사해보니 사하 공화국(야쿠티야), 연해주, 부랴트 공화국의 박물관이 러시아 극동지역 전체 박물관의 50%를 조금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나머지는 8개 연방주체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240여 개의 박물관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어 상대적으로 많은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는 상위 3개 연방주체를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조사를 하기 전 러시아 극동의 행정중심지인 연해주에 박물관이 가장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하 공화국에 68개로 가장 많은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극동지역 총 박물관 수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극동지역 다른 연방주체와 비교했을 때 사하 공화국의 ‘지역’, ‘문화’, ‘역사’, ‘민족지학’ 분과의 박물관이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야쿠츠크 국립 북방민족 역사·문화 박물관이 1887년 개관한 이후로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박물관이 28개 들어섰다. 트레치야코프 미술관에서 가져온 회화를 기반으로 설립된 미술관을 비롯하여 서유럽회화, 전통공예품, 야쿠티야 문학 및 민담 등을 접할 수 있는 ‘예술’ 박물관이 13개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수도 야쿠츠크의 형성과 발전상, 통신의 역사 등을 볼 수 있는 ‘역사’ 박물관 10개가 소재한다. 야쿠츠크 국립대 고고학 및 민족학과에서 운영하는 박물관과 같이 민족지학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도 8개 운영되고 있다. 동토왕국이라고 불리는 만큼 야쿠티야에는 툰드라의 자연환경을 비롯하여 얼어붙어 있는 땅과 그 아래 묻혀있는 물질과 화석을 연구하는 영구동토연구, 지질학 그리고 매머드 박물관도 분포하고 있다.


<레나 역사·건축 박물관-보호구역, 출처:위키매피아>
 

실내건물이 아니라 확 트여진 ‘하늘 아래’ 자연공간에 조성된 박물관도 존재한다. 레나 역사·건축 박물관-보호구역에는 인근 일대가 17세기 러시아 제국 영토로 병합될 당시의 야쿠트 족, 에벤키 족, 축치 족의 문화가 일부 재현되어 있다. 그 중에 에벤키 족의 이동식 주거형태인 유르트와 야쿠티야를 개척한 표트르 베케토프(Петр Бекетов)의 선박을 재현해놓은 모형물이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이라고 한다.

남한의 30여배 달하는 넒은 면적, 그리고 그 대부분이 동토인 사하 공화국은 차별화된 환경으로 북방민족 고유의 문화를 간직한 박물관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사하 공화국은 러시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야쿠티야 경제지에 따르면 2019년 작년 한해 지역총생산은 3.5%, 산업생산지수는 11.5%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안정된 경제 상황이 고유한 문화 보존을 위한 재정과 박물관 행정 및 관리 인력의 투여로 이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박물관 수를 기준으로 사하 공화국의 뒤를 잇는 연해주에는 총 32개의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연해주의 박물관은 극동 전체 박물관의 13%를 차지하며, 이는 앞선 사하 공화국 박물관의 약 절반 규모이다. 지역특화 박물관이 우세한 다른 연방주체들과는 달리 이곳은 ‘역사’ 주제의 박물관이 근소한 차이로 더 많다. 여기에는 주로 태평양 함대, 요새 등 러시아의 극동을 수호했던 항구 블라디보스토크에 관한 박물관이 속해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는, 물론 추운 겨울 연안은 얼긴 얼지만, 러시아 제국 당시 태평양에 위치한 유일한 부동항이었다. 이 인근지역이 태평양 함대의 거점이자 군사기지로서 그 역사를 시작하였다는 점을 보여주듯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된 연해주에는 ‘전쟁’, ‘군사’와 관련된 박물관이 심심치 않게 분포하고 있다. 

연해주의 ‘지역’과 ‘역사’ 분과 박물관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을 살펴보면 현재 연해주 및 극동지역 영토의 러시아 제국으로의 편입, 연해주의 형성 역사, 소비에트 혁명과 내전 그리고 해양이 주를 이룬다. 박물관의 전시가 ‘러시아 속의 극동 또는 연해주’라는 지역적 차별성을 간직하면서 전체의 일부라는 큰 틀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박물관도 다수 분포하고 있다. 연해주 국립 미술관을 비롯하여 현대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러시아 이콘화부터 현대예술 회화작품과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하고 있다.

연해주에서 가장 전시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이라 하면 아르세니예프 극동역사 박물관을 꼽을 수 있다. 1884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러시아 극동지역 내에서도 몇 개 되지 않는 19세기에 설립된 박물관에 속한다. 2015년에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방문한 지방 박물관에 꼽히기도 하였다. 2019년 ‘아르세니예프 연해주 국립박물관’에서 위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박물관의 전시 스펙트럼이 확장된 셈이다. 이 박물관은 과거 고대부터 현재 연해주 영토에 거주했던 민족들과 그들의 역사를 보여준다. 참고로 이곳에는 발해와 관련된 전시품도 볼 수 있다. 이렇듯 러시아인이 이주해 오기 전 살았던 토착주민의 문화는 아르세니예프 극동역사 박물관을 비롯한 몇몇의 지역 박물관과 고고학·민족학 박물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바다가 인접해 있는 연해주에는 해양관련 박물관이 다수 발견된다. 니벨스코이 해양대학교 내 해양기술 역사박물관부터 해양생물학 연구, 해양자원 보호, 선박 등의 박물관이 소재하고 있다. 수족관을 겸비한 해양박물관도 1991년 개관하여 박제 및 살아있는 해양생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아니지만 몇 년 전 연해주에는 좀 더 규모가 큰 아쿠아리움이 들어섰다. 2016년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연해주 아쿠아리움이 개관하였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산하에 속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수족관이다. 규모로 따지자면 세계에서 3번째라고 한다. 축구장의 5배 정도의 면적에는 1만 여종의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살고 있다. 관객들에게는 생생한 바다의 보고이자 연구원들에게는 학술연구의 근거지인 셈이다.
 
<러시아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부랴트 공화국 울란우데 소재자바이칼 민속박물관 입구(왼)와 내부(오),
출처: 러시아연방문화부 사이트>
 

다음으로 살펴 볼 부랴트 공화국에는 ‘지역’ 박물관이 7개로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는 ‘역사’ 및 ‘예술’ 박물관이 각각 6개 그리고 ‘민족지학’ 박물관이 3개 순으로 분포하고 있다. 부랴트 공화국은 천혜의 바이칼 호수를 품고 있다. 이 호수는 부랴트 공화국의 자랑이자 자연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바이칼 호수만을 다룬 박물관이 3개 소재하고 있다. ‘바이칼’의 역사, 생태계 및 자연에 관한 박물관이 있다. 19세기부터 산발적으로 지속되었던 혁명에 관한 박물관(노보셀렝긴스크 데카브리스트 박물관)이 1개 운영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단일 주제의 박물관 치고 수적으로 많은 편이다.

부랴트 공화국도 사하 공화국과 마찬가지로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반영된 박물관이 많았다. 부랴트 민족의 설화, 민담 그리고 회화에 관한 ‘예술’ 영역 박물관과 에벤키 족, 자바이칼 및 중앙아시아 민족에 대한 ‘지역’ 및 ‘민족지학’ 박물관이 그들의 삶과 예술을 보여준다. ‘역사’ 분과 박물관도 마찬가지로 지역 특성상 러시아 역사 자체를 다룬 박물관보다는 부랴티야, 울란우데,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사 및 민속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많았다. 그래도 몇몇 미술관에선 러시아 문화가 숨 쉬고 있었다. 삼필로프 예술 박물관 에는 국립 러시아 박물관에서 반입해 온 17~20세기 러시아 회화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딘스키 지역에 위치한 미술관에서는 1950~70년대 많이 그려진, 굳이 한국어로 옮기자면, 소련시기 ‘가혹한 양식 суровый стиль’의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극동지역 전반적인 박물관 건립 경향을 살펴보면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지역’ 박물관이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는 교육 및 계몽기관 중 하나인 박물관을 통해 지역정체성을 함양하기 위함일 것이다. 지리적 여건, 고유한 자연환경과 이것을 학문적으로 다루는, 해당지역만의 차별화된 박물관 또한 다수 운영되고 있었다. 사하 및 부랴트 공화국에서는 북방민족의 고유한 문화를 간직한 박물관이 우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두 곳 모두 ‘역사’ 및 ‘민족지학’ 박물관에서는 북방민족들의 전통과 문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예술’ 영역에서는 자체 민족의 문화를 다루는 박물관도 있지만 러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은 박물관도 곳곳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해주의 박물관의 경우 토착민과 러시아의 문화가 나름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바다에 인접한 자연·지리적 환경과 군사와 전쟁이라는 주제가 맞물리는 박물관이 상당수 분포하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문화센터 예상 조감도, 출처: 연해주매체 ‘프리마미디어’>
 

한편 연해주의 행정수도인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또 다른 박물관의 건설 준비가 한창이다. 이 도시에 들어서게 될 문화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루스키 섬, 이 두 장소에 걸쳐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금각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독수리 언덕이라 불리는 작은 산턱에 트레치야코프 미술관, 에르미타쥐, 러시아 박물관 그리고 마린스키 극장의 분관을 하나로 묶는 문화센터가 지어질 계획이다. 루스키 섬에는 극장, 음악, 발레 등의 예술교육기관과 이 시설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의 기숙사 그리고 문화센터 직원들의 숙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이와 같이 문화 클러스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앞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에는 굵직한, 러시아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박물관 및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극동지역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점으로 러시아 문화예술의 수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도시를 극동지역의 문화·관광 중심지로 견고히 굳히려는 의도도 해당 프로젝트의 동기로 작용한다. 앞으로 연해주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모스크바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러시아 고유의 문화예술을 부분적으로나마 몸소 느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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