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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DIMF에서 수상한 러시아 뮤지컬들
분류공연예술
국가 러시아
날짜2019-01-31
조회수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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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뮤지컬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해는 1994년으로, 발레, 오페라를 비롯한 다른 공연예술 장르들이 1988년 전후로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는 점에서 보면 비교적 뒤늦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1994년이라는 시점은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이 시기는 1988년 러시아 예술단이 대거 한국을 찾은 이래로 러시아 공연예술의 열기가 점차 약화되어갔던 시기였다. 이는 88문화예술축전을 기점으로 공연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러시아 및 동구권 단체나 연주가들의 내한 횟수가 증가해 우리 대중이 폐쇄국가에 대한 호기심을 점차 상실해갔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1988년 내한 당시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기량으로 그 실력을 입증 받은 류드밀라 남(Л. Нам)의 경우 역시 러시아태생 한인가수로 화제가 되었을 뿐더러 탁월한 가창력까지 겸비해 1994년 공연에서도 관객동원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상되었지만, 실제 유료 객석점유율은 27%에 불과해 텅 빈 객석이 연출되었다. 우리 공연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클래식 음악계의 불황 속에서 러시아 뮤지컬 내한공연이 그 바로 직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러시아 붐’에 다시금 도약의 불씨를 지펴줄 것이라 예상했고, 우리 언론매체들 역시 러시아 뮤지컬의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예고했다. 이는 뮤지컬이 공연예술분야에서 보기 드물게 대중성과 화제성이 짙은 장르로 여느 클래식 장르와 달리 그 애호가의 층이 넓고 다양하다는 특징을 갖으며, 언제부터인가 전 세계 대중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 대표 예술장르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작곡가이자 연출가 니콜라이 릐브니코프(Н. Рыбников)가 첫 내한에서 <유노나와 아보스>(Юнона и Авось)를 단 한차례 선보인 이후 약 15년간 러시아 뮤지컬 내한공연은 성사되지 않았다.

러시아 뮤지컬 팀이 국내무대를 다시 찾은 것은 2009년의 일이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대구시가 주관하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에 러시아 팀이 참가한 것이다. 2006년부터 매년 2-3주에 걸쳐 대구 시내의 각종 공연예술 시설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DIMF는 비록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나 아비뇽 축제에 비해 그 역사는 매우 짧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만으로 치러지는 세계 유일의 국제페스티벌로서 세계 뮤지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회에는 영국, 이탈리아 등 뮤지컬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유럽 단체들이 참여할 뿐 아니라, 호주, 폴란드, 슬로바키아와 같이 뮤지컬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의 나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 중 2009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러시아이다.

                                                        2009 DIMF, <가련한 리자>의 한 장면


대구뮤지컬국제대회에 러시아가 최초로 참여한 해인 2009년, 러시아연방 민중예술가 로조프스키(М. Розовский)의 연출작 <가련한 리자>(Бедная Лиза)가 한국 관객들을 찾았다. 이 작품은 농부의 딸과 귀족 청년간의 사랑과 배신, 비극적 종말을 그린 카람진(Н. Карамзин)의 감상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 버전 <가련한 리자>에서 연기, 음악, 무대장치 등 극 전체는 로조프스키의 아이디어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그 초연은 1989년 모스크바 중심가에 위치한 우 니키트스키흐 보로트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가련한 리자> 뮤지컬은 원작에 따라, 한편으로는 해당 사회의 실종된 도덕관념과 봉건적 신분사회의 불평등성에 대한 고발을, 다른 한 편으로는 여주인공 리자가 보여주는 영혼의 순수성을 통해 사랑에 고통 받는 인간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성이 아닌 감성적 사랑, 동정, 연민을 강조하는 이 이야기는 상투적인 사랑스토리의 권선징악적 해피엔딩이 아니라 여주인공의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져 관중의 내면을 진동시킨다. 그와 동시에 로조프스키는 극중 노래와 춤, 시각적 효과 및 극적이고 코믹한 요소들을 삽입해 원작의 무거움과는 차별화시켰다. 서정적 선율과 목소리, 우아하면서 재치 있는 안무를 통해 연기자들은 인물의 고조된 ‘사랑’의 감정과 영혼의 ‘고통’을 전달한다.

이는 곧 러시아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89년 초연 직후 곧 에딘버러 프린지에 참가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아비뇽 페스티벌과 같은 권위 있는 국제무대를 누비는가하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는 전미대륙, 유럽순회공연 등을 통해 세계 대중과 소통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제3회 DIMF의 폐막작으로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 극중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화자 레오니드 역의 골루브쪼프(Ю. Голубцов)가 최우수 외국인연기자 상을 수상했다.

<가련한 리자>를 시작으로 러시아팀은 국내 팬들에게 그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인지도를 쌓아갔다. <홀스토메르>(Холстомер)와 <몬테크리스토>(Monte Cristo)는 전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는데, 뮤지컬 분야 비주류 국가들 중 유일하게 러시아가 대상을 받았다는 점은 러시아 뮤지컬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일이었다.  

                     2012 DIMF, <홀스토메르>                              2014 DIMF, <몬테크리스토>


2012년 7월 9일,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축제 폐막행사로 열린 대구 뮤지컬 어워즈에서 <홀스토메르>가 페스티벌 최고의 작품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Л. Толстой)가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으로, 2년 전 <가련한 리자>를 선보인 바 있는 로조프스키가 창작했다. 얼룩말 홀스토메르의 일생을 러시아 집시풍의 라이브 음악과 함께 우화적으로 담아낸 이 작품의 무대미술은 메드베쯔키(В. Медвецкий)가, 의상은 슐츠(Е. Шульц)가 담당했고, 극의 중간에 삽입된 발레는 나콜라예프(А. Николаев)가 맡아 안무했다. 대본을 제작한 랴셴쩨프(Ю. Ряшенцев)는 뮤지컬에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해 도살 위기에 처해 있는 병든 홀스토메르가 이틀에 걸쳐 자신의 생애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말의 삶과 죽음을 다루었으며, 다만 이러한 인류보편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뮤지컬의 양식을 살려 동화성, 역동성을 살려 흥미롭게 다루었다. 대구 공연 당시에는 러시아연방 공훈예술가 스타로셀쩨프(И. Старосельцев)를 필두로 소콜로바(В. Соколова), 구기예프(В. Гугиев), 쿠비찐(В. Кувицын), 유첸코프(Д. Юченков) 등 셰프킨 및 슈킨 연극대학교, 러시아국립연극예술원, 오를로프국립 예술문화대학교, 사라토프국립음악원 등 러시아 굴지의 예술대학 출신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런데 <홀스토메르>를 넘어서는 성과를 얻은 작품은 모스크바오페레타극장의 <몬테크리스토>이었다. 이 작품은 DIMF의 공식 초청작으로, 관객들은 이를 슬로바키아의 <마타하리>(Mata Hari), 한국의 <룩앳미>(Look At Me), 프랑스의 <까당스>(Cadences)와 같은 걸출한 작품과의 경합에도 압도적인 성적의 작품으로 평가했다. 사실 러시아 뮤지컬 작품 중 <몬테크리스토>는 세계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진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세계 대중에 익히 알려진 2009년 스위스 버전의 <몬테크리스토>보다 1년 앞선 2008년 10월, 모스크바오페레타극단이 최초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초연 첫 시즌 동안에만 모스크바 시민들 중 50명 중 1명이 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만큼 자국민의 관심을 받았고, 러시아 뮤지컬계는 <몬테크리스토>의 탄생지로서 이 공연의 세계 진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아직까지 매년 세계무대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이 러시아 뮤지컬은 유럽 평론가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몬테크리스토>는 어떤 점에서 스위스 버전과 차별화되는가? 스위스의 <몬테크리스토>는 뒤마(A. Dumas)의 원작에 뮤지컬 음악거장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의 음악이 어우러졌지만, 러시아 버전은 록음악을 기반으로 해, 서정적인 느낌보다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관중을 압도한다. 또한 스위스 버전처럼 남녀주인공 단테스와 메르세데스의 애절한 사랑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 정치적 음모와 지인들의 배신으로 누명을 써 긴 시간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단테스가 극적으로 탈옥해 몬테크리스토라는 가명으로 자신을 음해한 이들을 파멸시키는 - ‘복수’에 초점을 둔 강렬한 색채의 작품으로 창작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DIMF 공연 당시에는 단테스 역의 발랄라예프(И. Балалаев), 메르세데스 역의 란스카야(В. Ланская) 등 러시아 최고 뮤지컬스타들이 캐스팅되어 해외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유럽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작품성과 성량 풍부한 연기자들의 내한으로 비교적 고가의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가득 메워졌다. 그 결과 러시아팀의 <몬테카를로>는 2014 DIMF 어워즈의 주요 상을 휩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우수작품 대상 및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2016 DIMF, <감브리누스>의 한 장면


2016년에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품, 쿠프린(А. Куприн)의 단편소설을 토대로 창작된 뮤지컬 <감브리누스>(Гамбринус)가 대구 무대를 찾았다. 이 작품은 러시아 남부도시, 사람들이 일상에서 오가다 들르는 어느 술집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 손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매일 이 술집에 모여 저녁시간을 함께 한다. 연출가 로조프스키는 무대를 통해 손님들 저마다의 삶을 조명하면서, 대격변의 거대 역사 속에서 소시민들이 공유하는 아픔, 절망, 상처 등을 그려냈고, 그 결과 러시아 뮤지컬계에서 ‘러시아 문학의 뮤지컬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그는 <감브리누스>가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원작 자체에서 찾는다. 이는 일정부분 미국 뮤지컬 <캬바레>(Cabaret)와 유사한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뮤지컬화하기에 더없이 이상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 주요 배경인 술집은 <캬바레>에서 독일인들에게 현실도피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등장하는 ‘킷 캣 클럽(Kit-Kat club)’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두 작품에서 술집은, 그곳에 모인 시민들에게 한편으로는 환상적 혹은 자극적인 무대를 제공하는 삶의 피난처로,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삶에서 요구되는 변화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는 현실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또한 <캬바레>가 2차 대전이 임박해있던 1930년대 초의 베를린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감브리누스>는 러·일 전쟁과 1905년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감브리누스>는 일정부분 헐리우드 뮤지컬의 맥과 결을 이어받고 있지만, 로조프스키는 <감브리누스>가 어떤 뮤지컬보다 러시아적인 “러시아 뮤지컬”이며, “우리(러시아)의 브로드웨이(наш Бродвей)”라고 단언한다. 즉 20세기 초라는 대격변의 시기의 러시아적 정취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헐리우드 뮤지컬과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품에서는 러시아 전통악기들, 바이올린, 피아노, 그 밖의 다양한 타악기의 조화 속에서 러시아의 다채롭고 소박한 민속 모티프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분명 이는 화려미를 뿜어내는 헐리우드식의 초대형 뮤지컬과 확연히 구별되는 부분일 것이다. <감브리누스>는 1988년 4월 초연 이후, 미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 이스라엘 등에서 세계 관객들을 만난 바 있고, 2016년에는 DIMF 10주년 행사에 참여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되었다. 극중 주인공 샤슈카를 연기한 에르덴코(С. Эрденко)를 비롯해 유첸코프, 라스카조바(М. Рассказова)등이 출연한 이 공연은 전문가들에게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은 작품에 돌아가는 심사위원장상과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2017 DIMF, <게임>의 한 장면


이 밖에도 러시아 뮤지컬 단체는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트렌키나(Т. Тренкина) 감독의 <게임>(Игра)과 야코블레프(К. Яковлев)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Ромео и Джульетта)이 소개되었다. 두 작품 모두 입상 순위권에서는 밀려나긴 했지만 그 중 순수 러시아 작품으로 호평을 샀던 작품은 <게임>이었다. 19세기 작가 수호보-코븰린(А. Сухово-Кобылин)의 희곡 <크레친스키의 결혼>(Свадьба Кречинского)을 바탕으로 한 이 뮤지컬은 작곡가 콜케르(А. Колкер)와 작가 릐조프(К. Рыжов)의 협업으로 재탄생된 작품이다. 특징적인 점은 이 작품의 음악이 두 개의 커다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서구식 재즈 리듬과 선율을 통해 주인공 크레친스키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으며, 이에 반해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로맨틱한, 마치 러시아 전통 민요를 연상하게 하는 음악을 통해 여주인공 리다의 내면을 묘사한다. 원작을 벗어나 다양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는 뮤지컬 <게임>은 1972년 초연 이후 영화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러시아인들에게는 <유노나와 아보스>와 함께 뮤지컬의 고전으로 불릴 만큼 익숙한 작품이다.

종합해보면, DIMF는 지난 12년간 238편의 뮤지컬 공연을 선보였고, 15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무대를 관람했다. 총 16개국의 뮤지컬 단체가 참여했고, 48편의 외국 초청공연들이 펼쳐졌다. 러시아가 이 축제에 참여한 횟수는 총 6회로, 중국,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이렇듯 DIMF는 양국 뮤지컬계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DIMF로 인해 러시아 뮤지컬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았다거나 시장 확대를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대중성, 확산성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른 나라 작품들이 DIMF 행사 이후, 다른 도시의 순회공연을 통해 보다 많은 국내 관중들과 함께 했던데 반해, 러시아 뮤지컬은 대구 공연을 제외한 그 밖의 무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팀들은 DIMF의 무대에서 대상을 비롯해 각종 의미 있는 상들을 수상하면서 유럽단체들에 못지않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대중들로부터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기에, 딤프는 러시아 뮤지컬을 국내 시장에 소개하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교류의 장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 이 글은 2018년 12월에 발표된 ‘한-러 뮤지컬 교류에 대한 소고’의 일부를 발췌, 수정 한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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