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인문한국) 사업단 홈페이지

HK(인문한국) 사업단

웹진 문화로(文化路) 내용 시작

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스페이스 워커>, 우주영화의 또 다른 결
분류영화
국가 러시아
날짜2018-04-22
조회수1,010
첨부파일

오랜만에 찾아온 러시아 우주영화

1945년, SF소설가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가 통신위성 아이디어를 발표한 지 70여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경이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아마도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오늘날 우리의 삶이 그가 예견했던 지구의 미래 모습은 아닐까. 그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한 SF영화 양산의 출발점이 되었다. 인류는 영화를 통해 미래를 체험해왔고, 점차 영화 속 세계처럼 우리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우주영화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 제목들이 증명하듯이 미국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는 이미 냉전의 끝자락에 헐리우드의 주력 영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1970년대부터 흥행을 주도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우주개발을 주도했던 국가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영화 제작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비교적 늦은 시기인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달의 최초 사람들Первые на луне>(2005)을 시작으로 총 4편의 작품이 탄생되었고,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우주영웅 유리 가가린(Ю. Гагарин)의 삶을 조명한 <가가린, 최초의 우주인Гагарин. Первый в космосе>(2013)이 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7년, 러시아는 <스페이스 워커Время первых>와 <스테이션 7Салют-7>이라는 제목의 우주영화 두 편을 연달아 개봉하면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스푸트닉 2호(Спутник-2) 발사 60주년을 맞아 러시아 감독들이 헐리우드를 겨냥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들로, 연말에 발표된 러시아 영화 흥행순위 10위 안에 두 작품 모두 이름을 올렸고,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몇몇 부분에서 우리에게 일종의 독특함으로 다가왔다. 그 하나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늘 '악의 축'으로 등장해왔던 러시아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가 관람했던 우주영화들에서 소련과 러시아의 경쟁관계가 다분히 미국의 시각에서 해석되어 있었던 것과 달리, 이 두 영화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러시아적 시각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미국식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익숙해진 우리 관객들에게 러시아적 입장에서의 관계 해석은 일종의 신선함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우주의 시공간을 스펙터클하게 재현하고 SF영화의 내러티브를 형상화하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은 필수적인데, 헐리우드 영화에 비해 기술력이 다소 미흡하지 않을까 하는 개봉 전의 우려와 달리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안팎 풍경을 화려한 영상미로 그려내어 세계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특히 드미트리 키셀료프(Д. Киселев) 감독의 <스페이스 워커>는 인류 역사에 남을만한 실제 사건에 헐리우드 SF영화와 견주어도 손색 없을만한 기술력을 접목시킨 기대 이상의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2017년 전체 러시아 영화 중 흥행 3위를 기록했다.



<스페이스 워커>, 재현된 과거의 영광

지구라는 하나의 마을에서 ‘열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일상은 과학기술과 통신의 발전, 우주탐사와 개발을 통해 이루어진 ‘우주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 가능해졌다. 동서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50년을 전후해 양분화 된 세계 구도에서 냉전 진영의 대표 국가였던 미국과 소련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우주 경쟁'을 시작했다. 대내외적으로 양국이 각자 세계 최고 강국이자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국가임을 증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것이 ‘우주 정복’이라고 판단했던 터일 것이다. 이 가운데 소련은 우주 개발이 한창이던 1950년대 말부터 줄곧 우주로 나간 최초의 생명체 라이카(Лайка, собака-космонавт), 최초의 우주 비행사 가가린, 최초의 인공위성, 최초의 우주정거장 등 인류 최초의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이처럼 러시아는 미국과의 경쟁구도 속에서 한 발 앞선 우위적 위치를 점했고, 이러한 소련의 우주과학 기술력과 완성도는 러시아인들에게 민족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긍정적 요소였다. 푸른 지구의 빛을 말하며 소비에트 인민들의 마음에 희망의 빛을 심어 주었던 가가린이 아직까지 여전히 러시아인들에게 국민영웅이자 전설적 인물로 추앙받고 있으며, 1961년, 그의 보스토크 1호(Восток-1)가 카자흐스탄 초원에 안착한 4월 12일이 ‘우주인의 날’로 지정되어 국가 기념행사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는 점은 우주기술에 대해 러시아인들이 갖고 있는 자부심의 정도를 드러낸다.

영화 <스페이스 워커>는 미국보다 러시아가 우주과학 분야에서 한 발 앞서 있었던 1960년대 초반, 미국의 나사와 소련의 우주항공국 간에 대립과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1960년대 중후반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61년 가가린의 우주비행에서 확인되었듯이, 당시 1인 우주 비행선이 성공적으로 지구로 귀환하며 우주시대는 개막되었으나, 소련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며 양국의 우주 열망은 더욱 심화되었다. 다인승 우주선은 미국과 소련의 공통된 과제이자 목표였으며, 소련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류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 유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1967년을 목표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던 소련은 미국 역시 자신들과 동일한 계획을 2년 앞서 실행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기에 이르고,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소련은 1965년 3월 18일, 2인승 발사체 보스호드-2(Восход-2) 발사를 추진한다. <스페이스 워커>의 주요 스토리는 바로 이 보스호드 2호 발사 당시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А. Леонов)가 비행 중에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레오노프의 비행 연습 과정에서 기계 고장으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레오노프의 비상 착륙 후 공군 중위 니콜라이 카마닌(Н. Каманин)은 그를 우주 공간에서 혹시 벌어질지 모르는 예외의 상황을 능숙히 컨트롤할 수 있는, ‘결단력 있는’ 우주 비행사로 지목했다. 당시 카미닌은 미국에 앞서 다인우주선과 우주유영을 성공시키려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인우주선 발사에 실패하자 1년간 공들여 준비한 다인우주선 발사 역시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우주센터 내부는 미국에 선두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절망감에 사로잡혀있었고, 그때 국가를 위한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조종사들의 결단으로 결국 우주선은 발사된다. 발사 성공과 세계 최초 우주유영 성공으로 인한 전 국민의 기쁨도 잠시뿐, 우주인들은 우주선의 기체 이상으로 산소중독 증세를 겪으며 생사를 오기고,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의 상황에 차분히 대응하며 지구로의 귀환을 서두른다. 그러나 보스호드 2호는 불안정한 낙하 신호로 관제탑이 기체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구에 착륙하고, 우주인들은 눈 덮인 우랄산맥 어딘가에서 동사할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그들이 구조의 희망을 버릴 즈음, 일반 가정집 라디오를 통해 수신된 무선 신호로 무사히 구조되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사실주의 SF영화 <스페이스 워커>

<스페이스 워커>가 개봉한 지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러시아 포털 사이트에서 영화 제목을 검색해보면, 이 작품이 우주를 배경으로 삼는 만큼 비교적 최근에 개봉했던 헐리우드 영화 <그래비티Gravity>(2013)나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 <마션The Martian>(2015) 등과 비교하는 비평 글들이 상당히 많다. 한편에서는 러시아가 이루어낸 영화 그래픽 기술력의 발전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우주를 그럴듯하게 재현했다는 것을 제외한 그 밖의 요소들에 대해 과거의 사건을 그려내는데 그친 다큐멘터리 영화이며, 이러한 진부성은 헐리우드 영화와 차별화되는 러시아만의 우주영화를 훌륭히 만들어내는 데 방해요소가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과연 <스페이스 워커> 속에서 ‘있었던 그대로’ 재현된 부분들을 진부함의 요소로 볼 수 있는가? 영화에서 과거의 실제 사건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단지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 속에 갇힌 러시아인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인가?

앞서 언급한 헐리우드 영화들이 그렇듯이 대체로 우주영화는 미래지향적이며 사실성과 일정한 거리를 갖는다. 화성탐사를 주제로 하는 표류영화 <마션>과 인류가 멸망의 길을 걷고 있을 무렵 구원의 열쇠를 우주의 또 다른 행성에서 찾고 있는 탐사영화 <인터스텔라>가 대표적이다. <그래비티>의 경우는 비평계에서 극사실주의 우주재난영화로 평가되고 있지만, 사실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파괴하면서 발생되는 대량의 우주 쓰레기가 다른 위성들을 파괴한다는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은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많은 우주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처럼 헐리우드식 우주영화는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실화 같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주제들을 주로 그리면서 인류의 불확실성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다루고 있다. 

반면 <스페이스 워커>는 헐리우드 영화와 대조적으로 30여 년 전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주요 주제로 삼고 있다. 우주를 구현해낸 기술력은 헐리우드 영화와 비슷하나, <스페이스 워커>에서는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시킨 1965년형 보스호드 우주선 외형이 돋보이며, 이와 함께 우주선 내부 작동 원리까지도 온전히 재현해냈다. 이처럼 정교한 기체 복원을 위해 이 영화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레오노프와 당시 우주센터에서 근무했던 전문가들이 기술 자문을 담당했고, 이와 같은 감독의 노력은 영화에 생생한 사실성과 현장감을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우주 관제센터, 군용병원, 일반적인 가정집의 실내 풍경 등 다양한 영화공간들은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되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1960년대 러시아의 풍경과 당시 우주과학의 발전상을 담백하게 담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사실성은 헐리우드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러시아 영화임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사실성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이 실화를 토대로 하는 만큼 실제 있었던 사건의 내용에 전적으로 부합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 비평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예컨대 스토리 전개 중 관객들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했던 기체 고장이라는 사건이 영화에서처럼 우주선의 엔진 문제가 아니라 실은 기체 프레임의 문제였다든지, 또는 당시 우주비행 훈련센터의 서장이자 우주센터 부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었던 가가린이 보스호드 2호 비행준비에 참여했던 만큼 끊임없이 화면 속에 등장했어야 하지만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는 등 보스호드 2호를 둘러싼 역사적 고증의 문제는 우주전문가들에게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실제 있었던 사건에 매우 근접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점,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잘 그려냈다는 점, 그리고 사건 속에서 실제 인물들이 경험했을만한 다양한 감정들, 예컨대 우주분야 최강국 소비에트를 대표하는 우주인으로서 자부심, 성공의 기쁨, 재난 상황의 절망과 무력감, 극복 과정에서의 고독, 죽음의 공포 등 인간 내면의 다층적 모습을 충실히 그리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헐리우드식 우주영화에서 얻기 힘든 공감과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주된 요소이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관객들에게 우주라는 신비의 공간은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유토피아나 과학기술의 과잉이 초래한 디스토피아로서의 우주, 즉 가상의 우주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연장으로서 현실의 우주가 된다. 나아가 1960년대 세계 최고 강대국이었던 소련의 풍경을 현대적 기술을 통해 보여주는 것을 소련의 잠재된 저력과 미래의 향후 가능성의 암시로 해석한다면, 이 영화는 미래를 그린 영화보다 더욱 미래지향적일 수 있으며, 바로 이러한 점에서 <스페이스 워커>는 헐리우드 영화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유형의 러시아 우주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록

웹진 문화로(文化路) 내용 끝

TOP

저작권 표시 및 연락처

06974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로 84 법학관(303관) 1420호 / E-mail: fsicau@cau.ac.kr / TEL: 02-820-6355 / FAX: 02-822-0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