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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로(文化路)
제목일본의 정원에서 선(禪)을 만나다
분류전통문화
국가 일본
날짜2015-09-10
조회수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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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얻는다. 아파트가 주거 문화로 정착된 우리나라에서는 정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지만, 정원은 자연의 축소하여 자신의 집안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열망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정원은 자연까지도 내 것으로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자연에 울타리를 쳐서 경계를 지우면서 시작한 것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정원의 개념은 인간의 욕심보다는 자연 숭배 신앙 혹은 정령신앙(animism)이나 산, 강, 동식물에 영혼이나 신이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정원의 시작은 제사의 공간을 만든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일본의 정원은 바위(石)와 물(水)과 식물(植物)과 같은 자연적인 소재를 이용하여 자연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 정원의 기본 구조는 바위의 조합을 통해 산의 형태로 만든 석조(石組)에서 비롯된다. 고대 일본인들은 바위로 둘러싸인 곳에 신(神, かみ)이 살고 있다고 믿었으며 이 곳을 ‘아마츠 이와사카’(天津磐境, 천국으로 가는 관문), 또는 ‘아마츠 이와쿠라’(天津磐座, 천국의 자리)라고 불렀다. 그리고 나중에 일본의 신사의 원형이 된 ‘히모로기’(熊神籬, 신의 울타리)는 울창한 나무 숲을 가리킨다. 성 주위를 둘러 오목하게 팬 못으로 울타리를 지은 해자(垓字)와 도랑은 ‘미즈가키’(水垣, 물담) 라고 불렀다.
헤이안(平安) 시대(794-1185)는 문명의 저수지였던 중국의 당(唐)나라에 견당 파견을 중지하고 중국 문화를 일본화(日本化)했던 국풍(國風)의 문화 진작의 시기였다. 후지와라 가문을 포함하여 헤이안 귀족들은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일본 독자적 양식의 정원을 창조해 내기 시작한다. 그 이후 무로마치 시대 (1333-1568)에 일본 정원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전국(戦国) 시대(1493-1590)에 그 세력을 떨쳤던 센고쿠다이묘(戦国大名)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저택에 다양한 형태의 독자적인 정원을 만들면서 발전하게 된다. 일본 정원의 양식은 일반적으로 연못이나 유수 등의 수경(水景)을 중심으로 조성된 치테이(池庭), 물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모래로 물을 삼아 수경을 표현한 가레산스이(枯山水), 그리고 차를 마시는 장소로서 만들어진 로지(露地 혹은 茶庭)로 나눈다.
이들 모두는 각각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연못 한가운데 섬 ( 三神島) 을 만들고 다리 (虹霓橋) 를 걸쳐 놓는 것 , 길을 자연석으로 질서 있게 포장하는 것 , 수목을 기하학적 형태로 다듬는 것 , 바닥에 고운 잔디나 이끼를 까는 것 , 징검돌이나 판석을 비례에 맞춰 배열하는 것 , 나무관과 돌그릇을 통해 물을 흐르게 하는 것 등이 일본 정원을 대표하는 풍경들을 담고 있다. 
사쿠테이키(作庭記): 최고(最古)의 정원 조성 안내서
사쿠테이키(作庭記)는 일본 뿐 아니라 세계에서 정원을 만드는 것에 관한 가장 오래된 논문으로 일본 헤이안 시대 (794-1185년) 에 궁궐 내의 건축과 수리를 담당했던 슈리노다이부(修理大夫) 였던 후지와라 요리미치(藤原頼通)의 아들로 본인도 슈리노다이부였던 다치바나 토시츠나 (橘俊綱, 1028~1094) 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1 사쿠테이키(作庭記) 두루마기

정원을 만드는 일에 필요한 것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1. 땅과 연못의 모양에 따라 각 장소에 맞는 풍정(風情)을 구상하면서 자연풍경을 회상 (生得の山水 )하여 그 장소는 이와 같았구나 하고 견주어 생각하면서 정원을 만들라
  2. 정원을 만들 때 옛 명인들의 뛰어난 작품들을 지침으로 삼아라. 그리고 집 주인의 뜻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풍정(風情) 에도 역시 주의를 기울여라
  3. 여러 지방의 명승들을 생각하고 그 중 가장 흥미로운 풍경들을 내 것으로 가져와 그 대체적인 모양을 현장에 맞게 잘 해석하여 정원을 만들라 (湖畔に従う) [1]
풍경을 구성할 때 세 가지 기본적 인 원칙을 따른다. 그것들은 축적의 축소, 상징성 그리고 “빌려온 경치” 이다. 첫 번째 것 은 한정된 공간에 산과 강의 자연경관을 재구 성하기 위한 자연경관의 축소를 나타낸다. 이 것은 도시 내에서라도 산 속 마을의 이상적인 일본식 정원의 특징 정원 미를 창조하기 위한 독특한 요소의 결합 경관을 창조할 수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사쿠테이키는 돌을 놓는 것에도 다음과 같은 특별한 지침을 주고 있다.
돌을 놓을 때 우선 크고 작은 다양한 돌을 정원부지로 가져와 임시로 땅에 세워 놓아라…돌의 다양한 특징을 비교하고 정원 전체 계획을 염두에 두면서 돌들을 하나씩 장소로 끌어와라. 가파른 산 절벽의 돌들은 접힌 병풍, 열린 덧문, 계단처럼 각진 모습으로 솟아 있다.[2]
산기슭이나 완만한 초지(노스지)의 돌들은 쉬고 있는 개떼나 무질서하게 달리는 멧돼지들이나 어미소에게 응석을 부리는 송아지들 같다. 경험으로 보아, 돌을 놓을 때, 마치 어린이들의 술래잡기처럼 한 쌍이 ‘도망가면’ 칠팔은 그들을 ‘쫓아야’ 한다.[3]
과거로부터 일본의 정원은 귀족사회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잡았고, 이는 전문가들의 출현과 함께 더욱 풍성해 졌다. 이전에 구전(口傳)되던 기술과 창의성은 “사쿠테이키”에 모아져 헤이안 시대의 정원에 대한 이해를 후대에 명확하게 알려준다.
 
가레산스이(枯山水)에서 만난 선()불교
가레 산스이 양식은 일본 정원의 황금기인 무로마치 시대에 발전했다. 가레산스이는 상징성으로만든 상상의 정원이다. 가레산스이 (枯山水, かれさんすい)는 바위와 모래로 산과 물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유명하며 가장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흰 모래는 바다를 표현하고 바위는 산을 상징한다. 또한 정원 자체뿐 아니라 정원 너머에 있는 배경 경치를 빌려오는 소위 차경(借景)의 방식으로 정원을 풍경의 일부로 만든다. 가레산스이 정원은 전 세계 어느 곳에 서도 볼 수 없는 형태의 정원으로 황무지 산과 마른 강바닥을 그린 중국의 수묵화 풍경에 영향을 받았디거 일랴쟈 있다. ‘가레산스이’ (산의 마른 시내)는 ‘센즈이 가와라모노’ (泉水河原者, 산, 시내 및 강바닥을 만드는 사람)라고 불리는 숙련 된 장인들이 무로마치 시대에 창안한 새로운 형태의 정원 양식이다.
대표적인 가레산스이 양식의 정원은 료안지의 호조정원이다. 호조정원은 모래로 뒤덮인 정원에 15개의 정원석이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못도, 나무도, 풀도 없는 황량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가레산스이를 감상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번째 물을 없애고 물을 느껴라. 두번째, 서있는 돌에서 대지의 힘의 느껴라. 세번째는 액자 너머에 소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호조 정원의 바위는 왼쪽으로부터 5개, 2개, 3개, 2개, 3개씩 무리를 지어서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료안지에 방문했던 사람들의 전언에 따르면 15개의 정원석은 어디에서 보아도 한눈에 볼 수 없도록 배치되어 있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원에서 15개의 정원석을 모두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4]
 

그림2 (좌) 교토()의 료안지(龍安寺), 호조정원(方丈庭園) (가레산스이 양식)

(우)덴노우우키요에(脳浮世絵) 레키시가이도 21기누가케의 길[료안지(龍安寺)석정]

호조정원(方丈庭園)은 선불교에 큰 영향을 받아 지어진 것으로 선불교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고단할 수밖에 없는 삶의 바다(苦海)에서 부질(無常)없는 불교의 영원한 공간적 시간적 배경을 그리며 삶의 신비는 한번에 발견할 수 없다는 간단하지만 심오한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일본에서 정원의 시작은 자연에 대한 소유의 열망이 울타리를 만들어 정원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것이 아니고,  전국시대에 살았던 많은 무사들은 끝없는 전쟁으로 내일을 맞지 못 할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신(神)을 자신의 정원에 모셔서  현세뿐 아니라 내세에도 함께 하고 싶은 열망을 담은 것이지 않은가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깨달음의 경지를 추구하는 그들의 마음과 잇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1] 다치바나노 도시쓰나. 다케이 지로, 마크 킨 주해. 김승윤 역. 사쿠테이키: 일본정원의 미학. (연암서가: 경기도): 33-34

[2] 다치바나노 도시쓰나. 다케이 지로, 마크 킨 주해. 김승윤 역. 사쿠테이키: 일본정원의 미학. (연암서가: 경기도): 68-70.

[3]다치바나노 도시쓰나. 다케이 지로, 마크 킨 주해. 김승윤 역. 사쿠테이키: 일본정원의 미학. (연암서가: 경기도): 68-70.

[4] 김후련. '한국과 일본 정원문화에 함축된 철학과 미의식: 일본 '료안지'와 한국의 '부용지'를 중심으로.' 철학과 문화 제 27집: 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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